바이드노믹스 - 포스트 트럼프 시대, 돈과 권력은 어디로 향하는가
매일경제신문사 국제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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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년간의 공백을 딛고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를 꺾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남의 나라 일을 워낙 자신의 관심사로 밀접히, 민감히 여기며 받아들이다 보니결과를 놓고 반응이 뜨겁습니다. 12월 14일이면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가 완료되며 이 날짜 이후에는 바이든이 명실상부 차기 대통령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당선인이 과연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는 우리 모두가 좀 알아야 할 사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 바이든, 나아가 미국의 민주당이 모범으로 여기는 전직 대통령은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과 마찰이 있지만, 미 민주당은 여전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주장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이기기 위해 루스벨트가 뉴딜 정책을 편 것과 비슷합니다.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하려면 당연히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민주당 신 정부는 증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과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미국의 상류층과 비즈니스계에 충격을 주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나, 바이든의 취임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 증시에서 뚜렷한 동요가 일어나는 듯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기대감이 크고, 특히 경기부양안은 일찍부터 증시에 호재로 반영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사업계에 나쁜 영향을 부르리라 예상했다면 벌써 주가가 난리를 쳤을 겁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이제는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트럼프(뿐 아니라 공화당 다수)는 부정적 입장이었으며 민주당과 바이든은 반대 스탠스입니다. 이 역시 탄소배출 사업을 규제하고 들면 산업 전반에 부정적이지 않을까. 증시는 꼭 그렇게 여기지 않으며 풍력이라든가 태양광 섹터가 따로 있어 이들이 기대감을 받고 미리 민감히 움직입니다. 한국은 아예 현 정부가 테마로 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더합니다. 태양광, 풍력, 나아가 전기차와 2차 전지 업계가 이미 형성한 볼륨이 굉장히 크며 LG전자(이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 분할 예정) 등은 세계 최고의 업체입니다.

예전 1990년대에 탄소 배출권 같은 걸 매매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무슨 꿈같은 소리인가 했으나 현재는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테슬라는 아직 본 사업으로 본격 수익을 못 내지만 탄소배출권 매매만으로 꽤 많은 돈을 법니다. 한국에서도 이걸로 주목 받는 회사가 따로 있이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곤 합니다. p61에도 "미국 기업들이 저탄소경영에 더 속도를 낼 전망"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또 이것이 바이든 당선인의 성향에 맞는 전략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p127에도 파리 기후 협약 재가입이 다시 언급됩니다.

p88에 2013년 부통령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판문점에서 병사와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이 하나 나옵니다. 보통 공화당이 대북 강경 스탠스이고 민주당이 유화적이었다고 알지만 이는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규정을 했고 그 전임 빌 클린턴이 방북을 하려 했다 무산된 걸 보고 하는 말들입니다. 바이든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세일 뿐 아니라 오히려 개인적 만남도 가졌던 트럼프와 달리 더 냉랭한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중국 압력도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보통의 전망입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그동안 세 번 만남 후 (북한의) 단 한 개의 미사일도 폐기하지 못했다"며 비판(p126)해 왔고, 이런 기조는 그가 취임하고 나서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설득"을 위해 대거 미국을 방문하여 의원 접촉도 하고 특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기도 했으나 성과가 없었습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임기부터 대북 정책으로 구사되었으며 간단히 말해 북한을 경제 제재를 통해 서서히 말려 죽이는 정책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도올 같은 이가 저서를 통해 강력히 비판한 걸 읽은 적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구속되는 가치라는 걸 모르는 자"라고 바이든이 김정은을 규정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북한도 거의 막말에 가까운 논평을 낸 적 있습니다.

요즘 미디어에 "쿼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라틴어 관계대명사 quod가 아니라 스페인어 어근(크게 봐서 고전 라틴어의 후손입니다만) quartro 같은 것과 궤를 같이하는 "4"라는 단어입니다. bilateral이 "양자간"이란 뜻이듯 quadrilateral은 4자간이란 뜻이며, 이 모임에 미, 일, 호주, 인도 4국이 참여하여 대체로 중국을 견제하는 의사를 교환하지만 반드시 의견이 맞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여기에 미국이 한국 등을 끼워넣으려 시도하며,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도 이런 입장에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책에는 이것 관련 방탄소년단에 대한 언급이 잠시 나옵니다(p141).

얼마 전에 수전 라이스가 새 정부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물론 부시 정부에서 거물급 인사였던 콘디 라이스하고는 세대도 소속 정당도 다른 사람인데 이분도 그새 위상이 크게 높아져서 미즈 라이스라고 하면 둘 중 누굴 말하는지 다시 물어야 할 상황이 되었죠. 이 책에서도 수전 라이스에 대한 분석이 제법 길게 나오는데 어느 정도 예언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번에 낙선했으나 모든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게도 굉장히 많은 표를 얻었으며 4년 전 그가 당선되었을 때보다도 더 많은 지지가 확인이 되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바이든 역시 이런 엄연한 팩트를 간과할 수 없으며, 앞으로 그가 어떤 정책을 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런 책은 향후 전개될 실제 정치, 경제 양상과 과연 어느 정도 적중도를 보일지가 또 재미있는 포인트인데 우리 독자들은 시대적 전환점에 즈음하여 이런 책을 좀 정독할 필요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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