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 약속해 주세요, 아버지
조 바이든 지음, 김영정 옮김 / 미래지식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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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열린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 전(前) 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이변이 없는 이상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의문을 품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그를 보고 받는 첫인상은 "온화하다. 순하다" 등이던데, 전임자와는 달리 무난하고 포용적이며 신사적인 국정 방침과 개인적 매너가 기대됩니다.

공직자를 뽑는 선거에서 유권자는 어떤 감성적 이벤트에 영향 받지 않고, 각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이나 정책 사항을 냉철히 살핀 후 어떤 결정을 내려도 내려야 하겠으나, 선거 이런 걸 떠나 조 바이든이란 인물이 실제 겪은 가정사를 살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는 인생사의 굴곡도 있었고 첫번째 부인을 교통사고로 잃는 등 비극도 겪었으나, 가족들에게 참 따스하고 정겹게 대하는 가장이었고, 현재도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그 와중에 일반에 너리 알려졌던 게, 가뜩이나 교통사고(그 모친과 함께 겪었던) 후유증이 있던 아들을 한참 후(2015년)에 다시 잃게 된 비극이었습니다.

"나의 아들, 내 아름다운 아들." 이름인 Beau(보)는 실제로 프랑스어 기원이며 "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둘째 아들 이름은 헌터인데 그 생모의 성씨를 따서 지은 이름이죠. 여튼 사랑하던 아들을 청천벽력처럼 잃은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듯 아팠겠습니까.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걸 "참척"이라고 하는데, 동양권에서는 이런 일(자신이 뜻한 일도 아닌데)을 가장 큰 불효로 꼽습니다. <소학>에도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니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는 구절이 나오죠. 하물며 목숨이겠습니까.

이 책에는 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독재자인 야누코비치 세력과 갈등을 빚은 이야기도 술회됩니다. 이게 왜 의미심장하냐면, 이번 선거에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조 바이든과 그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 커넥션이 있다면서 반대편에서 강하게 의혹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2017년에 나오긴 했으나, 바이든의 의혹 해명, 혹은 배경 상황 이해에 필요한 자료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나는 그러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특사였다." 이 상황(우크라이나 위기)은 2014년에 벌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물론 오바마가 대통령이었고 바이든은 그 밑에서 부통령을 지내는 중이었죠. 이 대목에서 그는 재미있는 언급을 하는데, 2016년에 만약 "내가 대통령에 출마하면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는 거죠. 책에는 "키이브"라고 나오는데, 뭐 여튼 우크라이나 현지 발음으로는 "키예프"이며 우리도 세계사에서 배워서 아는 지명입니다.

p111에는 2016년 트럼프에게 일격을 당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대화가 나옵니다. 물론 나이로 보나 정치 경륜으로 보나 조 바이든이 훨씬 선배이므로 힐러리는 그에게 깍듯이 예를 갖춥니다. 그러나 그녀의 관심사는 이 노인, 이 부통령(당시)이 다음 대선에 나올지의 개인적 의향이었지요. 바이든은 회고합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힐러리를 보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조 바이든이라면 그랬을 법합니다. 사실 이 무렵 둘은 포스트 오바마를 두고 다투던 라이벌이었고, 원래 오바마의 부통령으로는 바이든이 아니라 힐러리가 유력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보(즉 자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우리가 널리 알듯, 또 이 책에 자세히 나오듯, 바이든은 가정사 때문에 이 무렵 정사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힐러리는 이후 2016년에도 선거 운동 과정에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는 등 건강 문제를 드러냈죠. 이 책에서 바이든은 라이벌이면서도 같은 당 소속 협력자였던 그녀에 대해 복잡다단한 심회를 드러냅니다.

이 책에는 그의 손자 피네건에 대한 언급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는 얼마 전 각별히 한국에 대한 친근감(오바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을 드러내며 한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닮은 점을 강조하기도 했죠. 피네건은 물론 아일랜드의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한 작품 중에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책 말미에는 무고한 시민들이 피살당하는 등 인종 간 갈등이 빚은 우리 시대 미국의 한심한 풍경이 지적됩니다. 바이든은 몇 시간 전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일단 미국이라는 나라가 진정되고 평화와 화합을 찾아야, 전 세계도 안도할 것 같아요. 부디 자신이 말한 그런 지도자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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