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대처력 - 나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강준린 지음 / 북씽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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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직장發(발)입니다. 누구나 회사에서 우등생이 되고 싶어하지만 마음 같이 되지를 않습니다. 학교 공부는 대부분 책에 나온 대로, 정형화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어 있고 이에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끝입니다. 그러나 직장에서 마주치는 난관, 문제들은 정해진 해법이 없을 뿐 아니라 때로는 같은 상황인데도 반대로 대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직장에서 발휘해야 할 진짜 능력은 PT 실력, 외국어 구사 능력, 기획력 같은 게 아니라 순간순간 엄습하는 상황에의 대처 능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기는 버릇을 들여라." 누구인들 지고 싶어서 지겠습니까만 상황에 계속 순응하다 보면 지는 게 버릇이 될 수 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결과가 좋으면 재미있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재미있어지면 일도 순조롭게 진행된다.(p14)" 어떻게 하면 일과 그 결과가 재미있어질까요? 저자는 그 원인을 날카롭게 짚습니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 때문에 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지나치게 긴장하기 때문에 진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지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지는 셈이다.(p15)" 저자가 제시하는 답은 "난관에 처했을 때는 하나라도 무슨 성과를 내어라. 자신감도 생기고 주위의 평가까지 바뀌면 발언력도 커지고 활력도 생긴다."

여기서 제가 주의하여 본 건 "활력"입니다. 버릇은 "아 내가 이 버릇을 들여야지"하고 억지로 마음 먹는다고 들여지질 않습니다. 몸은 매우 정직하기에, 즐거웠던 체험이 없으면 몸에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저자는 "이기는 습관과 이기는 리듬"을 말하는데, 일단 성과와 이기는 경험을 겪어 봐야 하며, 다음으로 그것이 주는 쾌감이 따라야 합니다. 이런 게 몸에 배어야,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 긴장하지 않고 과감히 이기는 결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히딩크는 이걸 두고 "킬러 인스팅트(instinct)"라고 명명한 적 있죠.

드라마 <사랑과 전쟁> 같은 데서도 나오지만 가정에 문제가 생기고 배우자와 트러블을 겪는다든가 하면 그 일 잘하던 사람이 어느날 문제사원으로 찍히고 맙니다. 저자는 다른 부작용 요소는 접어 두고, 일단 이런 일이 생기면 "일에 재미를 못 느낀다"고 지적합니다. 이 책은 대처력, 이기는 습관 등에 대해 논하는 책이므로 "가정 불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에 대한 집중, 재미를 어렵게 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셈이죠. 여튼 우리 독자는 "가정 불화 등이 일을 어렵게 하는 현실"을 있는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멍하니 시간만 보낼 게 아니라, 회사 안에도 내 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어떤 도움을 구해야 하며, 무기력하게 버티다 사내 이미지가 나빠지는 과정은 극력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실패"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이때 무작정 의미 없은 실패를 겪기만 하는 건 "지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기에 좋지 않습니다. 실패를 할 때 하더라도 그 전에 온갖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결정한 후에는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결과가 실패라 해도, 이미 많은 시나리오를 머리에 그려 봤기에 적어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으며(고심 끝에 내린 결정), "다른 대안으로 이렇게 해 봤더라면" 같은 게 공연한 미련, 회한으로 남는 게 아니라 확실한 전략 자산으로 마인드 안에 정리가 됩니다. 이제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정답으로 바로 실행이 가능하죠. 그러나 무의미하게 저지른, 멍한 상태에서 저지른 실패는 결국 다음 번에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보고 도움을 구하는 습관은 어떨까요? 우리는 이런 쉬운 습관이 좋지 못하다고 지레 판단하지만 사실 남에게 뭘 물어 보는 건 의외로 어려운 결정입니다. 자존심 때문에, 창피한 기분 때문에 못 물어 보는 게 더 흔합니다. 오히려 남에게 뭘 물어 보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저자는 혼자 끙끙대지 말고 직장이건 어디서건 도움 청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합니다. 도움을 구하는 사람을 오히려 낭패에 빠뜨리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당장 우리만 해도 누가 내게 길을 물어 보면 "폰에서 검색해 보세요."라고 쌀쌀맞게 거절한 후 지나치겠습니까? 가능한 한 자세히 가르쳐 주겠죠. 사람은 타인에게 도움을 줄 때 뿌듯함, 만족감 등을 느끼는 때가 더 많습니다. 도움을 청하되 해당 분야에 밝은 이들에게 청하여 시행 착오를 피하는 요령이 중요합니다. 또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친분을 쌓고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죠. 이때 도움이 "민폐"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오늘부터 금연을 하겠다, 다이어트를 하겠다 결심했을 때 되도록 주위에 널리 알리고 다니라는 조언이 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작심삼일, 변덕, 중도포기를 스스로 막기 위해서입니다. p74에서 저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납기일이 정해져 있고 지불 날짜가 눈 앞에 버티고 있으면 이를 게을리할 수 없는데, 문제는 그 만기라는 게 자신만 알고 있다면 마음에 나태함이 생기는 게 당연합니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를 남들에게 공언하고 다니는 것만큼 경각심이 돋는 건 없죠. 중요한 업무 말고, 하다못해 책상 치우는 사소한 일도 며칠까지 마치겠다며 반드시 남들 앞에 떠들고 다니라는 게 저자의 조언입니다.

약간 재미있는 충고도 있습니다. "이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것에 회의가 들고, 비전도 안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상식 선에서 다섯 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4)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전업을 한다. 5) 회사를 그만두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등은 사실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모두가 머물고 마는 건 1) 별 생각 없이 계속 다닌다 이겠는데, 저자가 보다 바람직하게 여기는 건 2) 계속 직장을 유지하되, 다른 곳에서 반드시 즐거움을 찾는다 입니다. 2)라고 해서 혁신적이라거나 현실을 멋지게 타개하는 방안은 못 되지만, 지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1)보다는 낫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바꿔 먹어도 여전히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요즘은 어떤 회사도 직원에게 무엇인가를 강제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못하지만, 여전히 사원은 현실이 불만스럽기 마련이죠. 그때 저자가 제안하는 건, "구직시장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기하는지 보라, 혹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지를 떠올려 보라"입니다. 제가 학식 때 어떤 친구는 "줄을 선 저 뒤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쾌감이 느껴지지 않냐?"고 하더군요. 확실히 모든 일은 생각하기,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부하직원이 자신을 따르지 않는 건 부하직원에게 원인이 있는 게 아니다." 많은 관리직들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영이 서지 않고 권위가 먹혀 들지 않는데, 자신들이 승진의 사다리를 오를 무렵에는 조직의 분위기가 이와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원인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IT 시대이기 때문에 사장이건 부장이건 심지어 신입사원이건 입수할 수 있는 정보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는 게 힘이라고, 포스트의 높이에 무관하게 손에 넣는 정보가 비슷하다면 의사 결정을 할 때에도 재량의 범위가 넓습니다. 이러니 예전처럼 상급자에게 절절 매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사회 분위기와 구조가 이처럼 바뀌었는데도 아랫사람이 "왜 나를 존중하지 않지?"라며 격분한다면 그건 당사자의 판단 착오에 불과합니다.

"아이들은 반항하지 않는 동물들을 괴롭힌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에 있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라서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상급자건 뭐건 꾸준히 찾아와서 괴롭힙니다. 이럴 때에는 가만히 있는 게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나 마찬가지라서, 유급 휴가 사용 건이건 뭐건 일일이 이치에 맞게 따지는 게 상책입니다. 책 뒤에는 "봐도 못 본 척하는 건 구세대의 룰이다"란 말도 있습니다.

사내 괴롭힘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참다참다 한번 크게 터뜨리곤 하던데, 마치 바람 핀 배우자의 직장이나 불륜 상대녀한테 찾아가서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며 소동을 피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게 통했는지 모르지만, 현대에는 오히려 자해, 자충수에 가깝죠. 그렇게 하다가 역으로 폭행죄, 명예훼손죄,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당하기나 쉽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건 "정정당당히 싸우되 사내 규칙, 법규 등은 철저히 지키라"는 겁니다. 내 기분을 푸는 게 목적이 아니라, 부당한 처우로부터 구제를 받거나 배상을 챙기는 게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맞는 X이 이기는 세상"이라고도 하죠. p184에는 성희롱 대처법도 나오는데 특히 여성분들이 잘 읽어 둘 필요가 있겠네요.

냉정히 말해 회사는 거대한 조직이 사원들을 이용하는 구조입니다. 대신 과거에는 평생 고용 등을 통해 사원에게 회사가 큰 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어림도 없죠. 저자는 그전에 "사원은이제 회사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에, "그게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 정정했다고 하는군요. 아무리 커리어 구축이 자유로운 시대라지만 헤드헌터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는 이는 드물고 한 직장에서 끝까지 버텨 보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만약 전직, 퇴직이 마음 같지 않은 상황이라면 "수동적으로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이 회사를 활용해 보자"라는 시선 전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전보다는 더 많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겠냐는 거죠.

세상이 본디 복잡하게 바뀌니 어떤 정해진 해법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합니다. 정해진 해법에 집착하다가는 낙오자나 되기 십상이죠. 복잡한 세상을 고정된 각도에서 보지 말고, 나만큼이나 변덕이 심한 생물로 간주하여 대처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통해 대처력을 함양하려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현실 인식, 낙관적 세계관이 아마 필수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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