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플랫폼 전쟁 GAFA vs BATH - AI시대 메가테크 기업, 최후 승자는?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정승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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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테크" 기업을 아시나요? 정확히는 몰라도 대부분은 "아마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마존, 애플,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IT 기업들을 가리키지 않을지" 짐작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메가테크 기업은 과연 그런 뜻이며 지금까지 이 책 말고도 여러 책들이 그런 분석을 해 왔죠.

이 책의 특징은 첫째 그런 메가테크 기업들을 전혀 다른 분석틀(프레임웍)으로 파헤치며, 둘째 그런 기업들을 "플랫폼"이란 관점에서 해부한다는 점입니다. 기업 성과와 가치 실현, 장래성 등은 여태 SWOT라든가 PEST 분석, 혹은 3C분석 등이 널리 쓰여졌습니다(p20). 이런 개념들은 취업 시험 등에 아주 자주 출제되므로 꼭 상경계 전공이 아니라도 웬만해선 눈에 다들 익을 것입니다.

저자는 급변하는 시장의 현실, 하루가 다르게 진입과 퇴출을 반복하는 기업 현황을 볼 때 이런 종래의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유효한 분석과 전망이 어렵다고 여깁니다. 저자가 제안한 새로운 방법은 5요소 분석법인데, 5요소는 도(道)-천(天)-지(地)-장(長)-법(法)이라고 합니다. 손자병법 원저의 용어로는 오사(五事)인데(p6), 일단 한자 키워드로 기본 구조를 짠 데서 우리 동아시아인 독자들에게 꽤 친숙한 느낌을 부릅니다. 저자는 이 얼개를 고전 <손자병법>에서 따 왔다고 밝힙니다.

"도(道)"는 기업의 전략 목표, 비전 등을 가리킵니다. 기업이란 마땅히 어떠해야 하는가 같은 당위성, 기초적인 구상 등을 가리킵니다. 기업이 돈만 잘 벌면 되지 이념이나 지향이 뭐가 필요한가 되묻는다면 아주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를 자백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이 책 중 p101에 나오듯 전체 스마트폰 업계 이익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1%입니다. 출고량, 매출액 등의 지표와 무관하게, 결국 팔아서 뭘 얼마나 남기는 쪽으로는 다른 회사들이 애플을 도통 못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p111에 나오듯 근래 애플은 주가 유지가 힘들어지는 등 여러 가지로 고전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애플의 소비자들이 "혁신, 남다름, 새로운 체험" 등의 가치를 애플에 투영하며 이에 충성(loyal)하는 이상 이런 구조는 쉽사리 깨지지 않습니다. 이는 모두, 애플이 자신의 "도(道)"를 높은 수준으로 지켜 내는 덕분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천(天)"은 외부 환경을 바탕으로 한 타이밍 전략을 가리킵니다(p21). 고전 <손자병법>에도 천시, 지리, 인화의 요소를 논하는데 그때의 "천시(天時)"와 일맥상통한다 여기면 되겠네요. 아무리 특장점을 가진 기업이라 해도 작금의 시장 형세가 그런 장점을 발휘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면 별무소용입니다. 잡스도 수십 년 전부터 "휴대용 컴퓨터"의 구상을 가졌으나 그저 도상방략으로만 그쳤다가 2008년이 들어서야 평생의 꿈을 실현했습니다. 기업의 천(天)은 기업 고유의 장점, 그리고 이를 발휘할 절호의 타이밍 등을 결합한 유기적, 역동적 팩터라 하겠습니다.

"천(天)"이 언제 치고 언제 빠질지를 결정하는 타이밍 요소라면 "지(地)"는 시장의 상황(유불리), 그에 따른 자신(기업)의 강점과 약점 드을 분석하는 영역입니다. 우리 상식으로는 지형, 지세의 유불리를 분석하는 게 타이밍보다 더 우선하는 요소 같은데, 춘추 시대 사상가 손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천"이나 "지"나 그저 환경적 요인, 외적 변수 분석에 그치면 아무 소용 없고, 나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의 파악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기존의 SWOT 분석보다 이 프레임웍이 훨씬 입체적입니다. 이 책이 상당히 재미있는 점은, SWOT와 PEST는 "천"에, 5 FORCES와 3C는 "지"에 각각 대응시키는 태도입니다.

"장(長)"은 기업, 조직의 장, 즉 리더의 필수 덕목인 리더십을 가리킵니다. "법(法)"은 매니지먼트, 즉 경영 기법을 가리키는데 이에는 역시 유효한, 또 성과 있는 마케팅 기법도 포함되겠으며 이 점에서 마이클 포터의 3C분석보다 포괄적인 면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장과 법을 가리켜 "전략을 실행에 옮길 두 바퀴와 같다"고 서술합니다(p22). 여기서 "전략"은 물론 앞서 나온 "천"과 "지" 두 팩터이겠습니다.

이제 이 프레임을 8개 기업에 대입해서 자세히 분석하는 게 책의 본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게, 미국 측에서 4대 기업, 중국 측에서 4대 기업을 뽑고는 각 진영에서 둘씩을 매칭시켜 이른바 "플랫폼 전쟁"에서 양 기업이 어떤 양상으로 경쟁하는지, 빛과 그림자는 각각 무엇이며 전망은 어떠한지를 자세히 파헤친다는 점입니다. 마치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이, 그리스와 로마에서 한 사람씩을 뽑아 서로 대조하면서 일대기를 서술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책 중에 그런 말은 없습니다만). 그러고 보면 이 책은 동서양의 대표적인 고전에서 서술 양식에 대한 영향을 받은 셈입니다.

8대 기업을 둘씩 대진시켰으니 본문은 총 4장(章. chapter) 분량이 나옵니다. 매칭 패턴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아마존 vs 알리바바", "애플 vs 화웨이", "페이스북 vs 텐센트", "구글 vs 바이두"의 대진표(?)입니다. 매칭이 인위적으로 보이나요? 전혀 그렇지 않고, 과연 세계 시장을 놓고 일합을 겨루는 비슷한 성격의 기업이 적절히 잘 붙었습니다. 물론 각 "시합"에서 아직까지는 전자(前者) 그룹, 즉 미국의 IT 4대 기업이 훨씬 규모가 크고 실적이 좋습니다만, 앞으로의 성장 영역인 중국 시장에서 후자의 4대 기업이 선전하므로 싸움의 미래상은 또 모르는 편이라 해야 합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모두 오픈 마켓과 직영 스토어를 적절히 병행, 운영하여 세계의 온라인 백화점으로 입지를 확고히한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서점에서 백화점으로의 진화" 역시 아마존에 한해서는 예전 타령입니다. p41을 보면 "에브리씽 스토어"에서 "에브리씽 컴퍼니"로의 변신을 노리는데 이는 아마존의 "지(地)" 요소 전략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AWS는 아마 이번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광고로 자주 접하기도 하는 브랜드인데, 바로 이게 "플랫폼"을 지배하려는 아마존의 야심이 집약된 지점입니다.

알리바바가 새로 론칭하는 클라우드 역시 바로 이 아마존의 AWS를 정확히 겨냥한 프로젝트입니다. 이걸 보면 알리바바는 이른바 알리포인트를 통해 원스톱으로 알리바바 안에서의 모든 고객 수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건데, 19개의 리전과 56개의 가용 영역(p72)를 구분하여 운용할 만큼 구체화, 세분화한 플랫폼입니다. 독자는 책을 읽을 때 이 8대 기업이 개별 상품, 서비스로 시장에 어필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의 창안에 주력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겠네요.

알리바바의 "법(法)"에 주목하자면, "코어 커머스로 이익을 올려 이를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현재의 패턴입니다(p83). 사실 이는 새삼스러울 건 없고, 선발 주자인 아마존 역시 도서 판매에서 발군의 성과를 낸 후 현재의 종합 기술- 소매 -제조(?) 기업으로 발전해 온 역사를 거친 바 있습니다.

두어 달 전에 애플의 광고를 보면 유독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던 그 컨셉이 모두의 눈에 띄었을 겁니다. AI는 빅데이터의 수집과 정렬이 일단 중요한데, 애플은 저런 광고를 통해 "애플은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확신을 심어 주려는 의도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독 애플의 열렬한, 또 충성스러운 소비자임을 별반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데, 독자인 저는 사실 애플의 AS 정책에 개인적으로 반감이 있는 터라 그닥 설득력이 없다고 여깁니다. 여튼 불과 며칠 전에 "감자로 잠금 해제" 같은 큰 버그가 삼성 제품에서 발견되었으므로 이 보안 이슈는 (아마 책 저자님도 책 쓸 시점에 알 수 없었겠으나) 다시 부각될 듯합니다. p105 마지막 줄에 "파브르 피카소" → "파블로 피카소"의 오타 있습니다(파브르는 프랑스의 곤충 학자).

화웨이는 작년 말, 올해 초부터 트럼프의 적대 정책 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이것 아니라고 해도 이른바 백도어 이슈, 중국 군부와의 유착 의혹 때문에 언제나 뭔가 발목이 심하게 잡힌 느낌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어디까지나 의혹이며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 화웨이의 전망을 비교적 밝게 봅니다. 마냥 편 드는 건 아니라서,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지원을 받은 건 분명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특이한 건 화웨이가 "정보 서비스업에는 영구히 참여하지 않겠음"을 기업 헌장에 명기한 점인데, 이를 통해 플랫폼 중시 비전과 전략을 읽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네요.

플랫폼 하면 페이스북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페이스북은 자체 광고를 실을 수도 있고,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많은 기업이 소비자에 다가가려고 열성입니다.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가상화폐 리브라의 개발을 통해 결제 수단 시장까지 장악하려 듭니다(이 책에서 하나 아쉬운 게 비교적 최근 이슈라서인지 리브라에 대한 직접 언급이 안 보이는 점입니다). 광고업계는 그간 성과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잦아짐에 따라 많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만 맞춤형 광고의 플랫폼으로 이 페이스북을 능가할 만한 곳이 과연 있겠나 싶을 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뿐 아니라 페이스북은 현재의 거대 미디어 회사를 대체하리라는 전망이 있기도 하죠.

텐센트는 중국에서 메신저 후발 주자로 출발해서는 오늘날 중국인의 소통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부상했습니다. 독창적인 기술이 없다는 비판을 들어왔으나 이제는 AI 쪽에 대거 투자하여 사업의 비전을 넓히며, 특히 자율주행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는데 기업의 성격과 활동 영역에 잘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개발한다면 텐센트는 일찍부터 위챗페이를 만들어 중국인들에게 널리 보급시켜 온 이 분야의 강자이며 현재 알리페이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중이죠.

구글은 근래 사업 영역을 너무 넓혀 오는 터라 뭐가 강점이고 비전인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삼성 등이 얹혀 있는 안드로이드가 다 뭐겠습니까. 우리는 IT, 비즈니스 용어로서의 플랫폼의 뜻이 뭔지 알기도 전에 이미 구글을 통해 그 실체와 응용, 발전에 익숙해졌던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독특하게 강조하는 건 "마음챙김"인데, 내면의 탐구를 통해 구글 직원들의 다차원 계발의 도구로 쓰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구글만의 독특한 "법(法)" 요소입니다.

바이두는 중국 검색 시장에서 부동의 강자인데 그간의 이런 위상 강화를 통해 이 회사는 첫째 자율주행 시장에 역동적으로 진출하며, 둘째 스마트 시티 구축 프로젝트에 대승적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 기업은 정반대로 기술 치중에서 고객 중시 쪽으로 방향성을 바꾸는 데에 최근 주력하는데 저자는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 공략에 이 성공 여부가 전환점이 되리라 전망하네요.

저자는 기업 현황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이 8대 기업의 대전(對戰)이 앞으로 미 중 양국에 의해 "분단"된 신 냉전 체제의 분석에까지 연결된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Pest 분석틀을 통해 기업이 아닌, 바로 미- 중 양국의 강점과 약점, 전략 스탠스를 보기 좋게 도식화합니다(p289). 저자의 개인적 전망은, 일본(저자의 소속국) 역시 양분된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리라는 쪽인데, 주관적 희망에 무관하게 세계 정세와 구도는 힘의 논리에 따라 냉엄히 재편, 리셋되리라는 결론까지 내놓습니다. 이것 관련 저자는 첫째 "천시와 지리보다도 중요한 인화의 요소"에 유의하라, 둘째 결국 승패와 존망을 결정하는 요인은 "전쟁", 한판 승부이니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기본 가르침을 잊지 말라며 결론을 내립니다. 모골이 송연해지면서도 한편으로 백번 타당한 충고가 아닐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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