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가 사랑을 노래하다
황병익 지음 / 산지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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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왜 고전이냐면, 시대를 초월해서 독자들에게 무한 공감을 안겨 주는 강한 자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 모든 고전을 익히 읽고, 이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독자에게 전달할 능력까지 가진 저자가 자신만의 감성으로 우리에게 뽀송뽀송 알기 쉽게 이야기 해 주면 엄청 좋을 거 같습니다. 아닐까요?

이 책은 참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재미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십시오. 근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동안 존재했던 그 많은 고전에서 로맨스만 추려 내어 엑기스만 전달해 주시니, 고전 요약만 해 주셔도 읽는 재미가 쏠쏠할 텐데, 그것도 가장 오랜 테마, 공감의 이슈인 사랑의 갖가지 양태만 모아 놓은 책, 말 그대로 페이지 터너죠, 제 2권이 없는 게 아쉬울 만큼요. 유익하다는 건 뭔가, 하루키류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어서입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는 뭐 그렇다고 하죠. 이 책에는 워튼의 <순수의 시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까지 나와 있습니다. 로맨스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으며, 우리는 고전 공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대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아직 오지 않은 가장 좋은 사랑"이 무슨 상관일까요? 여기서 작가는, 반면교사적 의미에서 "사랑의 극단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랑도 결국은 그 자체로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영혼, 인격의 한 발현입니다. 표도르 카라마조프 같은 광적인, 야성의 격정을 가진 인간한테 걸리면(나이가 어리든 늙었든), 정상인은 대단히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가장 나중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그저 달콤한 여정이 아닙니다. 그렇기는커녕, 가장 모진 역경과 쓰디쓴 좌절을 인간(그것도 아직 모든 게 미숙한 어린 나이의)에게 톡톡히 안기는, 독한 처방약입니다. 이 이야기를 놀랍게도 한 교수는 이 고전을 인용하여 우리에게 해 주고 있습니다. 카라마조프쉬나!


제가 개인적으로 사랑이라고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명작이 있죠. 바로 이책 첨에 나오는 투르게니예프의 <첫사랑>입니다.연상의 여인 지나이다를 좋아하는 주인공 소년의 사랑이 너무도 강렬히 묘사되어 있어, 이 작품에 관한 한 저는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남자들의 가슴에는 그녀들의 무덤이 있다." 연애는 연애 많이 해 본 분한테 강의를 들어도 들어야 합니다. 하물며 고전에 밝은 분이라면? 답은 그저 하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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