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해항도시 1 - 아시아편 해양문화 총서 3
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지음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5대 항만이 혹시 어디어디인지 아십니까? 정해진 답은 없고, 매년 물동향이라든가 여러 기준으로 순위가 바뀝니다. 세계 3대 미항(美港)은 어디, 어디, 어디(나폴리, 시드니, 리우) 등으로 고정일지 모르지만 이처럼 항만으로서의 저력을 나타내는 순위는 매년 바뀌는 게 당연하고 그래야만 합니다. 고정된 어떤 랭킹에 유난히 집착하는 건 일본이나 (이를 어느 시점부터 뭐가 좋다고 흉내내는) 우리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한 관행입니다.

과거에는 앤트워프(벨기에), 로테르담(네덜란드) 등 북서유럽의 저지대가 두 군데나 탑 파이브에 끼었으나, 다 옛날 이야기이며 현재는 중국계 도시들의 활약이 압도적입니다. 싱가폴, 홍콩, 심천(선전), 상하이 등이 몇 년째 그 순위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재미있는 건 부산이 5위를 계속 차지한다는 건데 이것도 아마 물정 모르는 외국인들이 보면 저것도 중국 어딘가에 짱박힌 도신가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항구가 그 본질상 "짱박힐" 수는 없긴 합니다만)

이 중에서 싱가폴은 1980년대부터 소위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서 홍콩과 함께 각광받았는데 뭔 소리냐 할 수도 있지만, 사정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싱가폴은 1980년대에는 순위권에 잘 들지 못했고, 말레이시아와의 정치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후에야 지금 같은 발전상이, 특히 항만 처리 저력 면에서는 본격 전개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1980년대~90년대에는 대만의 가오슝(高雄)이 곧잘 순위권에 꼈는데, 이곳이야말로 "네 마리 용"의 기운을 타던 시절의 활약이며 요즘은 정치 불안으로 꽤 고전합니다. 부산 역시 1980년대에는 입지조건상 고베(神戶) 등에 밀려 빌빌대었으나 오히려 요즘 들어 맹활약한다고 봐야 합니다(최근 여러 악재 때문에 다시 움츠려듭니다만). 한국도 정치적으로 시끄럽기는 어디 가서 안 빠지는데, 아랑곳않는다는 듯 인천 국제공항이라든가 이런 물류 시설은 자체 혁신을 거듭하여 고객을 모으는 걸 보면 좀 신기한 면이 있습니다.

홍콩도 내부 진통이 상당합니다만(4년 전 소위 "우산 혁명" 등) 여튼 1980년대부터 계속 세계 최고 항만 중 한 곳의 위상을 계속 점하고는 있습니다. 오히려 강성 노조의 발호(게다가 마피아의 횡포는 덤이고)로 제조업 전반의 침체와 함께 쇠퇴, 침체 일로를 걷는 건 미 국 동부 대서양 연안의 여러 항구도시들인데 이것이 과연 무엇을 시사하는지는 우리가 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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