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부가가치세법 강의 - 개정19판
오기수 지음 / 어울림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제 관련 어려워하는 대목이 있는데 "비영업용 승용차"가 대체 뭐냐는 반응이 그것입니다. 이게 부가가치세법에서는 이른바 "공급 간주(간주 공급)"으로 처리되어서 그렇습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운수업, 자동차 매매업자가 소형승용차를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고, 그냥 자기가 쓴다든지 할 때, 이걸 (자신이 자신에게) 판매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무슨 차이가 있는가. "판매"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왜 이렇게 하느냐면, 일반 소비자들은 차를 살 때 당연히 VAT를 포함한 가격으로 사게 됩니다. 그 부가세를 받아서 대신 세무 당국에 납부하는 쪽은 차를 판 사장님이고요. 이처럼 일반인들은 차 한 대 살 때 부가세를 내는데, 차 취급하는 사장님들은 차를 살 때는 매입세액 공제를 받아 놓고(여기가 포인트입니다), 그걸 자신이 쓰면서는 매출세액을 납부 안 한다면, 이들에게 부당하게 세제 혜택을 주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령 사장님 자신이 쓰는 차라고 해도 이런 건 자신에게 팔았다고 치고 부각가치세를 매긴다는 뜻입니다.

이것 비슷한 게, 인테리어 업자가 자신이 부업으로 경영하는 커피숍에 자기 인테리어를 설치했다 해도 이 역시 매입세액 공제를 받은 부분이 있다면 자기 판매로 간주해서 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 흥미로운 건, 예컨대 특별재난지역에 물품을 공급하면 이는 공급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어디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느냐 않느냐가 (이런 이유에서도) 매우 중요해지는 겁니다. 사업자들이 세금 부담을 안 느껴야 이런 지역에 "기부"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 조심해야 하는 게, 사업자가 폐업을 할 때 취득 재화 역시 팔아치우지 못하고 보유하는 부분은, 이것 역시 자신에게 판매한 것으로 간주하는 겁니다. 폐업하는 분에게는 안된 소리지만 이런 상품의 경우 역시 사 들일 때엔 매입세액 공제를 받았겠으므로, 폐업한다고 세금 부담 없이 막 처분한다면 역시 부당한 결과라는 뜻에서입니다. 이런 "간주공급"은 재화뿐 아니라 용역(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꼼꼼히 법제를 살피지 않고 널널하게 장사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내 주변에 아무도 그렇게 안 하던데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변명이 안 되는 게 "법률의 무지"입니다.

공급은 그럼 언제 이뤄지는가? 정확히는, "언제 공급이 이뤄져서 몇년도 분에 이 거래를 신고해야 하는가?"입니다. 대부분의 거래는 큰 문제가 안 되겠으나, 사업연도 경계선에 걸려 전년도냐 후년도냐가 액수 산정에 영향을 끼칠 때가 있긴 하겠으므로 이 경우를 대비해서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죠.

몇 주 전 리뷰에서 "장기 공사"의 경우 매출이 언제 이뤄진 걸로 보느냐를 회계학에서 꽤 기교적으로 다룬다고 했는데 부가세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역시 완성도 진행에 따라 각 대가를 실제 받는 시점으로 나눠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부가세는 1970년대 말 많은 반발을 무릅쓰고 도입한 제도이며, 박 정권에 대한 저항이 특히 부산, 경남에서 거세게 일었던 게 자영업자들이 일으킨 조세 저항(정치적인 동기보다)이 그 실체라는 분석이 아주 유력합니다(고 이만섭 국회의장 같은 이가 이런 언급을 했죠). 이전에는 그냥 막 팔던 걸 거래 건건이 영수증을 작성해서 상대방에게 교부하고 자신도 자료를 보관해서 세무 당국에 하나하나 신고해야 한다면 그 번거로움이 얼마나 크겠으며 그 과정에서 정확한 수입원이 다 드러나니(그래서 세무공무원과 이른바 "쇼부를 치고" 어쩌구 하며), 과연 한국 아니라 어디서도 쉽사리 도입할 엄두가 안 나는 제도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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