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인재 경영 -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도요타형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마이어 외 지음, 정준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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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 "핵심인재"에 포커스를 두고 저는 책을 열었는데, 총 3파트 중 첫째 부분이 "조직역량"입니다. 그 다음이 (보다 범위를 줄여) "인적자원역량", 그리고 마지막이 "핵심인재"로 구성되었네요. 하긴, 조직역량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인재(인적 자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 인적 자원 중에서도 대체 가능한 잉여를 고려에서 제외한 채 핵심만을 추려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게 책의 주제입니다. CEO의 입장에서는 조직 역량 강화를 인적 자원(HR) 분야에서 적극 도모할 수 있는 매뉴얼의 점검이 되겠고, 직원의 입장에선 먼저 조직역량의 강화를 고려한 후 자신의 개인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조감도 노릇을 할 수 있는 책이겠습니다. 조직 입장에선 핵심 인재의 양성과 보유에 소홀한 채 물적 시스템 강화만으로 생존과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조직에 소속된 개인들은 무엇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인지 그 비전을 명확히한 자기계발을 목표로 삼아야겠습니다.

파트 1은 경영학의 구식 패러다임에 익숙한 분들에겐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미 필립 코틀러나 그 훨씬 이전 피터 드러커부터가 개념의 내포로 강조했던 어젠다인, "사회적 책임(CSR)"을 깊숙이 체질화한 논의입니다. UN 등에서 이미 지난 1990년대에 확고히 체계화한 "지속 가능한 발전(전지구적 과제, 혹은 공적 섹터가 유념해야 할 목표)"을, 개별 기업에도 적용한 게 바로 "지속 가능한 경영"입니다. 이때의 "지속가능(sustainable)함"이란, 기업의 윤리 경영, 준법 의식의 확립, 나아가 공감대적 가치의 선도적 창안 같은 것을 뜻하며, 기업이 고객과 함께 이익과 번영을 누리고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여, 소비자가 생산자(좁게는 경영자)를 타자 아닌 이웃으로 인식하는 단계를 궁극의 비전으로 간주합니다. 소비자에게 잉여를 거두어 기업만의 배타적 잇속을 챙기려는 전략으론 결국 시장에서의 생존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데, 어떤 도덕적 각성이라고 꼭 보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시장의 체질과 구조가 엄연히 소비자 위주로 재편된 환경의 변화가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사실입니다. (알아서 착해진 게 아니라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역량"인데, 원어는 competence입니다. 이 competence는 지능(intelligence)와도 다르고, 적성(aptitude)와도 차별되는 개념이죠. 지능은 쉽게 말해 "머리가 좋다"고, 적성은 "(일이나 과업과) 잘 맞는다" 정도입니다. 머리가 나빠도 왠지 그 일이 좋고 끌리고 몰두하면 행복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천재가 노력하는 놈 못 이긴다"라는 말도 있는데, 함정이라면 대개 천재는 적성까지 함께 갖춘 게 보통이라, 노력도 평범한 사람보다 몇 배는 더 한다는 거죠. 재능은 있는데 적성이 부족한 천재(아주 드묾)를 타겟으로 삼아야 승산이 있습니다. 헌데, "역량"은 이런 초기 조건(타고난 조건)과는 좀 별개의 개념입니다. 얼마 전 구속되어 큰 물의를 일으킨 화장품 차르 정 아무개씨도, 사실 다른 두 덕목보다 한 가지 팩터에서 압도적인 사람이었기에 학력이니 집안이니 아무 배경도 없이 그만큼이나 (일단은) 성공할 수 있었던 건데, 그게 바로 "능력"입니다. 남자는 외모니 학력이니 이런 것보다 "능력"이 있어야 여자 고생 안 시킨다고도들 하는데, 이 쉽게 표현되는 세칭 "능력"이, 경영학 교과서 등에서 어렵게 말하는 "역량'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역량"은 물론 지능이나 적성과도 상당 부분이 겹치는 개념이지만, 그 사람 특유의 근성이나 경험에서 쌓은 관록, 혹은 행운 등을 두루두루 지칭하는 개념이죠. 앞서 말한 정 모씨 같은 경우 이런 "역량" 개념을 써야 그의 사업 성공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p87에 보면 데이빗 매클레란의 연구를 인용하여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이 "역량" 개념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저는 어느 선배(같은 학교는 아니고)가 "학문이란 결국 누구나 다 알고 쉬운 걸 멋있는 언어로 포장하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거기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사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립니다. 그야말로 지능이 딸리는 사람이 공부를 못 쫓아가서 자기 위안으로 둘러대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데, 모르겠습니다, 일용 노동자가 이런 말을 하면 그건 그분 입장에선 정직하고 타당한 언명이기라도 하죠. 뭐 알지도 못하는 말을 떠들면서 없는 지식을 가장하는 것보다는 솔직해서 좋을지 모르지만. 여튼, 이 "역량"은 그 개념 연구의 동인(동기)부터도 그렇고, 그 연구의 결과도 철저히, "사업 성공" 등 세속적 성취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인자(factor)를 잡아내는 것이었고, 보통 우리 주변에서 말하는 "그 사람 능력 있네" 따위와 정확히 일치하는 외연, 내포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건 없고, 다만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처럼 그저 약탈적이고 성과 지향적인 "역량"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인재가 가져야 할 덕목과 목표라는 점에서 장차 완성되어야 할(채워져야 할) 미래지향적 개념이라는 게 최근 연구의 성과입니다. 만약 전자로만 개념을 새기면 소위 "지속 가능 경영" 혹은 "사회적 책임" 등과 앞뒤가 모순되는 결과가 나오죠.

또 하나, 현대 경영학에서의 "역량"은 이른바 구시대적 "능력"과는 달리 막연한 인상 포착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치로 측정과 계량이 가능한 객관적 개념입니다. 이래서 한 인재의 역량은 피드백이 가능하고, 그를 평가하는 상사, 동료, 부하들에게 공히 어필할 수 있는 공통된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역량은 물론 개인화한 능력이나, 그 능력은 특정 개인에게 고정 고유 부품으로 쓰이는 게 아니고, 범용으로 표준화하여 조직 내 모든 인재(특히 핵심 인재)가 고루 모듈로 채용할 수 있는 롤 모델입니다. 한 사람의 역량이란 예측 불가하거나 반대로 장기간 불변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시대와 조직의 모럴과 기대에 못 미치는 바 있으면 급격히 수축합니다. 타락하고 배타적인 "능력", 혹은 일시 때를 잘 만나 대박이 터졌던 고정된 요인이 아니고, 상황의 변화에 융통성 있고 적극적으로 적응하며, 한 가지 방향으로 맹목 돌진하는 야수의 본능이 아닌,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계획된 총체적 능력의 발휘입니다.

이렇게 역량 개념을 정리한다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와 이 개념을 왜 이렇게 정리, 규정해야 하는지 그 반성이 다시 필요합니다. 사실 "개념 정의를 그저 말만 멋있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저 학문적 깊이만 부족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조직에 몸 담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왜냐. "역량"에 합리적인 정의(definition)를 하려 애쓰는 이유는, 첫째 그것이 조직 성과와 강력한 연계(플러스 공분산이 절댓값까지 높은)를 가졌다는 가정 하에서고, 둘째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잘 양성하기 위한 조직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좋은 역량이라도 바로 그 역량을 자기 회사 인재에게 심어줄 수 없다면, 그런 역량은 포기해야 한다는 소립니다. 인재 양성에서 효과적으로, 가시적으로 계발 가능한 역량을 인재에게 함양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개념이 우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한 성과가 우선이며, 개념(역량)은 그에 부차적입니다. 번드르한 말이 전부가 아님은 여기서도 확인 가능하죠.

요즘 조직론, 그리고 HR에서 강조하는 게 "리더십"이란 개념이 또 있습니다. 이 리더십과 개인 역량은 겹치기도 하지만, 리더십은 엄밀히 말해 각론과 응용에 가깝습니다. 개인 역량은 경영학에서 철저히 조직 역량을 전제로 하고 창안한 개념이며, 따라서 모든 개인 역량은 (물론 개인의 적성과 특이 사정에 맞추긴 해도) 조직 역량을 전제로 한 채 발전되어야 합니다. 이 개인 역량 중 리더십 역량이라는 게 있는데, 물론 그 사람이 언제나 진두에 서서 무리를 이끎만을 염두에 둔 건 절대 아닙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올바른 리더십을 합리적으로 추종할 줄 아는 인재상까지 포섭하는 개념입니다. 흔히 공감 능력이란 말도 하는데, 꼭 보면 공감 능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 철저히 무능한 자가, 이상한 데서 보상심리를 발동하여 전체 분위기에 추한 방식으로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이런 사람에게는 언제나 해고와 축출이 답입니다.

기업은 과거와 달리 우수한 여건을 타고난 인재를 밖에서 채용만 해 오는 게 아니라, 때로는 평범한 재목이라도 잘 양성하여 일류로 키우는 기능까지 해내야 합니다. 물론 평범한 자가 회사의 HR 역량 미진 핑계만 대다 결국 무능자 신세를 못 면하고 축출되는 경우까지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주로 GE의 모델을 참고로 하는데, 코어그룹, 아웃플레이스먼트 그룹, 계발 그룹, 로테이션 그룹 등 세그먼트별로 접근하는 방식은 이미 기업마다 일반화한 방침이기도 하지만, 특히 핵심 인재에 들어온 자원이라도 언제나 지위가 보장되는 건 아니며, 반대로 밀려난 자원에게도 동기 부여와 트레이닝을 통해 코어 재진입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함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사실 한국의 직장 풍토에서 한 번 실수는 그대로 "끝"을 의미하는데, 이 방침을 융통성 있게 운용하기란 여러 여건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입니다(소위 discipline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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