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경쟁하지 않는다 - 세상의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시선
조철선 지음 / 전략시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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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자본주의 경제 원리의 핵심 중 하나가 "경쟁"이라고 지적합니다. 물건을 파는 측이건, 사려 드는 측이건 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낮은(높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에, 어느새 가격은 모두의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점에서 형성이 되고 자원 배분도 최대 효율을 달성한다는 뜻에서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어 보면,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는 나지 않고, 그저 죽을 맛일 뿐입니다. 이런 걸 두고 "레드 오션"이라고 이미 많은 경영학자들이 개념 규정도 해 두었습니다. 경쟁이 있어야 자본주의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운용되는데, 막상 경쟁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다 죽을 판이라는 건 지독한 역설입니다.

저자는 "한 번의 경쟁으로 일정한 성과를 차지할 수 있다면 경쟁은 최상의 결과를 낳으나, 과정이 끝도 없는 경쟁 자체로만 이어진다면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으니 누가 노력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피터의 법칙도 소개되는데, "유능하다고 계속 승진시키면 결국 감당 못할 자리에까지 올라가게 되니 최상위 직급은 무능한 자들로만 채워진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말은 논리 구조에 모순도 있고 농담에 가까운 뉘앙스입니다만, 조직의 최상위 관리직에 오른 이들 중 상당수가 생각 밖으로 무능한 위인됨이라거나, 지식도 없고 그저 눈치만 살피는 졸렬한 스타일이란 사실은, 우리가 그리 드물지 않게 접하기도 합니다. 

요즘 나오는 경영서들은 상당수가 "당신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라"는 주문을 합니다. 조직 내 언어폭력, 성차별을 엄금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다 이런 트렌드의 반영인데, 경쟁을 통해 성과를 조장하는 것보다,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동기가 발휘되어 양질의 제품, 서비스가 생산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공감대가 이미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일할 맛을 느껴 가며 일하는 직원"들로 회사가 채워져야 그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역설이라면 역설입니다. 저자는 "적절한 경쟁(과당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은 내적 동기보다 못하다"는 말로 이 이치를 요약합니다.

경쟁에서의 승리를 꼭 외적인 보상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고, 플레이어의 내적인 자긍심 충족으로 남는다면 이 역시 내적인 동기 강화 아닐까 하는 반론(p83)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일반적으로는 내적 동기로 연결되지 않고 스트레스로 남을 뿐"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특히 저자는 올림픽 대회 등에서, "은메달"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푹 떨구는 선수들을 지적하며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일침을 놓습니다. 1등 아니면 다 무의미하다는 성적 지상주의의 풍조가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낳았다면서 말입니다. 요즘 아시안게임도 진행되는 시즌인데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무모한 경쟁은 비정상적인 투기 열풍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경쟁이 다른 외적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벌어지는 게 아니라 오로지 경쟁 자체를 위한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런 사회에서는 투기 역시 수익을 얻기 위한 투기, 투자가 아니라 그저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부화뇌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자는 특히 최근의 비트코인 과열양상을 두고, "... 물론 블록체인 기술의 장래성을 무시하는 건 아니나, 5년 동안에 2만 배가 상승하는 움직임이 어디 정상이겠는가?"라고 반문합니다. 냉정하게 봐도 외국 시장에 비해 한국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건 팩트에 가깝습니다. 

유명한 하버드 대 맥스 베이저만 교수의 실험은, 20달러 지폐의 경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번 실행하던 중) 어떤 게임에서는 20달러 지폐(그저 평범한 법정 화폐일 뿐인)가 204달러에 낙찰되었는데, 2등 가격을 부른 입찰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룰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게임 참여자들 간의 이성적인 협업(암묵적인 것 포함)을 통해 이론상의 균형(앞을 내다보는 추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여튼 결론은 "경쟁하다가 다 죽는다"인 점은 변함 없습니다.

(축구) 프리미어 리그는 경쟁의 장일까요, 아니면 상생을 위한 협력이 낄 여지가 있는 영역일까요? 수익금은 비교적(완전은 아니고) 팀 사이에 균등하게 나눔으로써 하위팀도 다음 해 전력향상에 투자할 여지를 챙깁니다. 하위팀이 신경 써야 할 사항은, 너무 성적이 낮게 나와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위험 뿐입니다. 이뿐 아니라 만약 일류 선수를 놓고 제한 없이 몸값을 부르는 식으로 입찰이 이뤄진다면 리그 전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는 신인 영입에 있어 드래프트 제를 취합니다. 이 역시, 과도한 경쟁이 부르는 폐해를 방증하는 예입니다.

아웃사이더라고 하면 낙오자, 괴퍅한 성격 등 부정적 이미지만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p135). 그러나 현재는 이런 아웃사이더들의 반란으로 새로운 경제 영역이 창출되는 게 사실이며, (수가 드물긴 하겠으나) 어떤 아웃사이더들은 경쟁 없이 자신이 창조해낸 필드에서 마음껏 제 역량을 발휘하여 일인 독식의 양상을 이룹니다. 이러한 예로는 스티브 잡스,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 조앤 K 롤링 등을 꼽습니다. 물론 아웃사이더라고 해서 최소한의 창의성이나 지식, 전문 분야를 갖춘 후에야 그게 성공할 여지가 있는 아웃사이더이지, 오래 전에 한물간 낡아빠진 남의 구절만 몇 개 외워놓았다가 경우에 맞지도 않는 데에 써먹는 흉내쟁이는 그저 쓰레기 같은 낙오자에 불과합니다. 

이 책에서는 제임스 다이슨의 좋은 예를 드는데, 그는 본디 전기기술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사용편익에 우선 관심을 둔 "일개" 디자이너에 불과했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디자이너라고한들, 아무 창의성이나 영감 없이 그저 돈지X이나 하고 남들한테 과시하기 위해 컬렉션이나 쓸데없이 방안에 쌓아놓는, 일종의 부적응 오타쿠를 놓고 이런 범주에 넣지는 않습니다. 뭐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남들이 관심 쏟는 분야에 일시적으로 부화뇌동하다 트렌드가 바뀌면 까맣게 잊고 몇 달 후엔 정반대의 정치적 주장을 일삼는, 그저 뇌 없는 관종에 불과한 인간을 제임스 다이슨의 범주에 넣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뇌가 없는 겁니다. 이런 놈들이 꼭 일이 잘못되면 여자한테 비겁하게 책임을 떠넘기던데, 어디 누가 더 잘못한 건지 가려 보면 알겠지요^^ 아웃사이더는 자발적으로 자기 이상을 키우기 위해 그리 된 거지만, 부적응 왕따는 남들 사이에 끼려고 열심히 개발에 땀나듯 뛰는데도 그모양인, 진퉁 부적응자이므로 혼동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특히나 이런 사람들은, 겉으로는 개성적인 척해도(그래서 남들보다 일시 뒤처졌다는 식으로 핑계 마련) 실상을 알고 보면 아주 졸렬하게 남 뒤나 쫓아가며 과장된 반응을 일삼는, 배짱이나 독창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3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멀쩡히 답이 B인데도 일부러 오답인 C를 다중에게 말하게 하곤, 실제로 답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실험하니 다들 생각 없이 C를 고르더라는, 이른바 "애쉬 효과(p199)"에 아주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케이스입니다. 일시적으로 이런 사람들도 우연히 운 좋게 유리한 흐름을 탈 수 있으나, 무모하고 근본 없이 마구 판을 벌이는 습성 때문에 결국은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사실(사실은 자신이 무능함)을 잊기 위해 계속 무리수를 두는데, 지금도 그렇고 가까운 장래에 그 응보를 맞습니다.

책의 결론은 "그래도 자신의 길을 가라"인데, 물론 맞는 말입니다. 남들 다 뛰어든 경쟁의 장에서 건지면 뭘 얼마나 건지겠습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과감히, 남들 안 해 본 필드에서 새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구는 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러나 그저 과단성, 무모함만 가지고 절로 블루 오션이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싸구려 저질 문화의 홍수 속에서 과연 얼마나 소신을 갖고 자신의 영감과 창의성을 계발해 왔는지, 적어도 자신에게는 정직하게 살아 온 정신이라야 이 책에서 거론하는 혁신과 성과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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