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미적분학
제임스 스튜어트 지음, 수학교재편찬위원회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미국 학부생 대부분이 입문서로 삼을 만큼 정평이 난 교재입니다. 수학 전문 출판사인 경문사에서 이렇게 번역서도 내었지만, 사실 그 훨씬 이전부터 한국 대학가에서도 당연하다는 듯 원서를 교과서로 삼고 공부했죠. 물리학도 아니고 수학인 만큼 사실 영어 실력은 큰 필요가 없으며, 어디까지나 수학적 센스가 있고 없고에 관건이 놓였을 뿐입니다.

서문을 보면 재미있는 구절이 있습니다. " ... 어떤 학생들은 숙제로 주어진 연습문제를 먼저 풀려고 하다가 막히는 경우에만 본문 내용을 읽으려고 한다...." 이건 이유가 있죠. 대개 명문대의 수학, 혹은 자연과학이나 공학 관련 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은, 이 책에서 다루는 개념 정도는 고교 과정에서 일찌감치 다 마스터했기에, 또 뭘 번거롭게 일일이 본문을 들여다 볼 생각을 먹지 않는 게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라서, 이런 책은 그냥 예쁜 팬시상품처럼 책꽂이에 꽂아 놓을뿐 누가 대학생까지 되어서 이런 기초적인 새삼 복습을 하러 들겠나 하는, 약간의 자만과 허세가 다들 마음 속에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수학 베이스를 높게 요구하고 다들 난다긴다 하는 고수들이 즐비한 나라에선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책진에서도 역시 이런 풍조를 아셨는지(원서는 역시 미국 대학 교재 전문 출판사인 톰슨입니다- 이름이 잠시 생각 안 나 책장을 보고 왔네요), "... 그렇지 않다. 수학은 역시 개념의 탄탄한 정립이 최우선 과제이며, 많은 경우 개념만 제대로 잡히고 나서는 해결 못 할 문제가 없다. 못 푸는 문제는 결국 개념이 부실하게 정리된 탓이 가장 크다."며, 본문을 꼼꼼히 읽고 선명하게 개념을 다질 것을 권합니다.

수학실력이 빼어난 영재들은 대개 그 머리에 개념을 꼼꼼히 담아 두고, 식사할 때나 잠결에나 머리 속에 계속 이리저리 굴리면서 그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러니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어 평소에 내가 생각하던 게 나왔네? 라며 반가워하거나, 아니 이건 (평소에 그토록 생각을 많이 하던) 나도 미처 못 생각한 건데 어디 한번 붙어 보자 라며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것입니다. 반면 수학 실력이 크게 부족한 오탈이는, 그저 필요 최소한도로 구색만 갖추고 딴짓을 하자는 망상에만 사로잡혀, 공부가 안 되고 머리가 이해를 못 했는데도 "했다고치고 넘어가자."라는 자기기만에만 몰두하니 가뜩이나 나쁜 머리가 더더욱 오작동을 하다 알량한 직장마저 잃고 마는 것입니다.

"점근선"이란 개념은 사실 초등학교에서도 배웁니다. x와 y가 반비례 관계를 이루는 쌍곡선은, 무한히 x축과 y축에 접근(接近)하지만 결코 만나지는 않습니다. 이런 선을 두고 점근(漸近)선이라 부릅니다. 점근선은 저처럼 가장 기초적인 분수함수 그래프에도 나오고, 로그함수에서도, 또 그의 역함수인 지수함수에도 나옵니다. 이런 초월(transcendental)함수는 물론, 갖가지 형태의 무리함수, 분수함수에도 등장하는 게 점근선이죠. 우리는 무한(infinite)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구성할 수 없기에 아예 없는 셈치자는 무리한 추론에까지 다다르기도 하지만, 지금 평면좌표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엄연히 물리계에서 그 흔적 일부를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정체가 드러난다면, 과연 "0으로 나누는 것"의 진정한 뜻이 뭔지도 어렴풋이나마 추적할 수 있을까요? 이런 즐거운 상상, 영감(inspiration)을 부르는 게 바로 이 책의 본문 그 품격이고, 흉칙한 낙오 범죄자 따위나 품음직한 보물선의 망상 따위가 함부로 설 자리가 없는 논리와 법칙의 낙원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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