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범죄론의 이해
문형섭 지음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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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법학서적에서도 한자 병기가 많이 생략되는 추세입니다만, 조금 나이드신 법조인들에게 여쭤 보면 대체로 한자 없이 쓰여진 텍스트를 꽤나 불편해하는 반응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절도죄의 한 구성요건을 형성한다고 여겨지는 "영득의사"의 경우, 한자로 쓰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식입니다. 절도죄의 경우 물론 남의 물건이라는 인식, 그 물건을 훔쳐서 나의 수중에 넣는다는 인식(고의)가 있어야 합니다만, 이와는 별개로 "그 수중의 물건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는 의사"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거죠. 형법각칙의 구성요건 중 주관적 요소로 이 같은 것을 요구하는 예는 절도죄의 경우를 제외하면 매우 드뭅니다.

며칠 전 TV를 보다, 나체로 실외에 드러누운 사람에 대해 경범죄 위반은 별개로 하고,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이는 장면에서 잠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전문가의 의견은, 이 조문은 특정 성향을 갖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체 노출 따위를 특별히 즐기고 만족을 느끼려는 (다소 정상이 아닌) 사람들만을 염두에 두고 제정되었으므로, 그 외의 경우에는 적용이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범죄자, 전과자 양산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요. 이처럼, 주관적 구성요건 외에도 별개의 "성향"을 요구하는 범죄를 "경향범"이라고 합니다. 다만, 일반성범죄에 이 요건을 요구하면, 범죄자 중 상당수가 풀려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여관방 같은 데서 못된 것만 보고 배워, 추한 육체를 아무데서나 드러내려 드는 못된 노파가 이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

명예훼손의 경우 "공공연히"라는 행위의 태양(어려운 말이긴 하나 여튼 법학자들이 즐겨 쓰는 용어이므로 존중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쉽게 풀어쓰자면 "방식"이죠)이 별도로 요구됩니다. 즉 불특정 다수의 많은 이들이 알 수 있을 방식으로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지능 떨어지고 못된 인간은, 같은 잘못을 두 번 세 번 저지르면 아무것도 아닌 보통의 행위로 둔갑, 위장이라도 될 수 있다는 착각, 망상에 사로잡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태연히 되풀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범죄의 상습성이 오히려 드러나 가중처벌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하긴, 나쁜 환경에서 자라난 틀린 싹수 인생이 굴리는 잔머리의 한계란 빤하지 않겠습니까.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서 그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죠^^

이름난 어떤 법학자의 경우, 상습범의 처벌 특례에 대해 "운명과 책임을 혼동한 결과"라며, 상습범 처벌 규정을 없애고 그저 양형의 문제로 취급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도 하십니다(후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 있음). 그러나 현실적으로 같은 범죄를 자꾸 저지르려 드는 밑바닥 인생으로부터 선량한 시민이 그 피해를 모면하려면, 사회 방위의 차원에서 어떤 법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게, 유소년 범죄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외치는 "소년법 폐지" 주장이 있습니다. 어린 게 무슨 벼슬이라고 태연히 범죄를 저지르며 죄의식도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게 얼마나 큰 문제냐는 거죠. 그것도 그렇지만,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셍각이 어린이의 단계에 머물러 유치하고 퇴행적인 짓을 반복하는 게 "젊게 사는 것"으로 착각하는 행태가 더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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