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도 2 (반양장) - 중앙아시아.이란,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모든 물 그것은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라 세상의 용도 2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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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아름다운 체험이며 각성일 뿐 아니라, 그 여행에 몸담는 이들까지 아름답게 보이게 돕는 묘한 수정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활동하던 트렌드 그룹 버즈(요즘도 그 리더만은 예능에 자주 나오지만)의 노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의 가사 한 구절은, 여행이란 게 얼마나 설레고 부푼 꿈을 주입하는 "미지와의 조우"인지 잘 가르쳐 줍니다("낡은 하모니카 손에 익은 기타♫유아 멜로디, 어린 왕자 유아 멜로디♬"). 비록 그 여행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도 그러하며, 또 세상의 모든 여행이란 결국 "몰랐던" 나 자신과의 만남을 위한 발버둥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1년쯤 전에 단권으로 된 포맷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물론 지금도 소장하고 있고요). 사실 제목만 보고서도 아 그때 그책이었군 하고 기억이 났었으나, 워낙 인상과 느낌이 좋았고 이처럼 세 권으로 분책된 꼴로 다시 만나는 텍스트(와 그림)이 또 어떤 감상일지 무척 궁금했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이른바 오리엔트 특급 열차라는 게 개통되어, 여태 오랜 시간에 걸친 계획과 단단한 각오를 품어야만 가능했던 남동 유럽, 소아시아로의 여행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가벼운 마음가짐만으로도 가능해졌습니다. 이 책, 니콜라 부비에 등의 동양 탐사기는 시기적으로도 그보다 훨씬 뒤의 체험 기록이며, 지역적으로도 엄청나게 동진을 해 온 결과물이지만, 저는 왠지 "오리엔트 특급의 연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째 이런 식의 여행(자동차 횡단)은 앞으로는 불가능하겠으며, 둘째 서양인들을 이런 식으로 현지에서 맞고 반겨주는 분위기 자체가 역시 앞으로는 형성되기 어렵겠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이 기행문의 한 스테이지를 이루기도 하는 터키의 경우, 오늘 이 시각에도 서방에 대해 적대적인 기류가 (인위적이든 아니든 간에) 짙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며, 이란의 경우 미국 현 행정부와의 확고한 적대를 표명했고, 파키스탄이니 아프가니스탄이니 하는 거대한 늪과도 같은 나라들이야 그 사정을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든 과거는 한 번 발을 담근 강물처럼, 다시 회귀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만, 특히나 이 책에서 다뤄지는 체험과 기억은 결코, 누구에게도, 다시 맞아질 수 없습니다.

영어에서 ripple은 먼 사건이 끼치는 예측지 못한 파장을 일컫습니다. 불어의 ondulation도 대체로는 같은데, 그는 다음과 같은 몽환적인 문장으로 여행의 감흥을 표현합니다. "... 세계는 잔물결를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 색깔을 띠게 된다." 색은 곧 공이며, 입자는 곧 파장일지 모르겠으나, 이 심오한 이치를 몸으로 체감하기에는 우리 필멸의 인간들에게 너무 어려운 과제일지 모릅니다. 언제나 한없이 낯선 타향인 나 자신을, 이처럼이나 먼 동방의 땅까지 찾아와서 발견하게 되는 두 젊은이의 사연이란, 하나의 구도기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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