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해석학
김백진 지음 / 지오북스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로피탈의 법칙은 현행 중등(중학교+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가르치지 않는 내용입니다. 대학교 가야 그 증명과 함께 배웁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상은 대한민국 어느 고교에서도 이를 수업 시간에 다루지 않는 교사는 없을 것입니다. 첫째 너무나 적용시키기 간편하며, 둘째 거의 안 풀리는 문제가 없을 만큼 적용 범위가 넓습니다.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방식대로라면 최소 1분~ 1분 30초가 소요될 만한 문제가, 이 방법의 적용을 따르면 20초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교사들 본인도 학창 시절 이 편법(사실은 편법도 아니며, 엄연히 프랑스의 한 이름난 수학자가 개발하고 증명까지 마친 법칙입니다)을 배우고 스스로 놀랐을 만합니다. "나중에 교편을 잡게 되면 애들한테 꼭 이걸 가르쳐 주고 잘난척해야지"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했을 만도 합니다.

사실 로피탈의 법칙은 애들한테 나쁜 버릇을 길들이는 게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어떤 상상력까지 일깨우곤 합니다. 어째서, 정석대로 곧이곧대로 문제를 풀지 않고 이처럼이나 편법처럼(사실은 아니지만) 처리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깔끔하게 나올까? 마치 수억 광년 떨어진 거리를, 정석대로(?) 고효율 연료를 분사시키고 이를 감내할 만한 탄탄한 vehicle의 구조를 연구하고... 어쩌구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저 시공간의 워핑을 통해 단숨에 목적지로 이동하는 "혁신"을 꿈꾸듯 말입니다. 효과도 좋은 것이 돈과 노력까지 적게 든다면 일종의 사기이겠습니다만(그렇다고 보물선 사기처럼 저차원 저능 전용 소동은 아니고요). 확실히, 아니 엄연히 분수식과 그를 미분한 식은 성질이 다른데, 어째서 특정 극한값의 결과가 (계속) 같아지는지는 진정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달라도 한참 달라야 마땅한데 보란 듯이 값이 같으니, 이 법칙은 어떤 엄청난 함의를 지니거나, 아니면 앞으로 발견될 어떤 엄청난 법칙을 예고, 예비, 예언하는 것인지나 아닌지 말입니다.

교과과정에 없어도 우리 모두가 수업 시간에 교사의 뿌듯해하는 제스처와 함께 배웠듯이, 로피탈의 법칙은 참으로 마법과도 같은 효용을 발휘합니다. 재미있는 건, 로피탈은 차라리 한국어로 저렇게 쓰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불어 원어로 쓰면 L'Hospital이란 철자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냥 "병원"이란 뜻입니다. 영어로 바꾸면 "더 호스피탈"이죠. 이 호스피탈은 사실 처음부터 병원이란 뜻이 아니라 "안식, 쉼터, 환대"라는 의미입니다(결국 그게 그거지만). 이런 간편한 공식이, 많은 이들의 계산 수고를 덜어주기까지 하니 진정한 안식과 환대가 정말 따로 없는 셈입니다. 저는 혼자 생각해 보기로, 정말 일하기 싫고 게으른 사람이 "혹시 이렇게 해 보면 어떻게 될까?" 같은 충동에 따라 마구잡이로 시도해 본 게, 마치 우연한 실수가 낳은 위대한 발명인 페니실린처럼 뜻밖의 성과가 도출된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혼자 해보곤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어떻게 그런 많은 특허 발명을 남길 수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원래 발명은 일하기 싫고 아주 귀찮아하는 사람이 잘하는 겁니다"라고 대답한 적 있습니다.

로피탈의 정리는 그 응용 범위가 실로 무궁무진합니다. 로피탈의 정리와 무관하지만, 17세기 수학자 네이피어가 일군 기적의 발명인 로그를 이용하면, 지수 파트에 있는 수식이 밑으로 내려옵니다. 여기에다가 로피탈의 정리를 적용시키면 그야말로 눈부신 마법이 펼쳐지는데, 수학의 매력은 정말 끝간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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