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
닐 파텔.패트릭 블라스코비츠.조나스 코플러 지음, 유정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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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모 프로야구 팀에 "허슬O"라는 별명이 붙곤 했는데(물론 그 팬들로부터) 요즘은 그 팀이 그냥 강팀으로 위상이 아예 굳어서인지 구태여 그런 식으로 칭찬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의 "허슬(HUSTLE)"을 우리가 칭찬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 누군가는 아주 강하지는 않으나 정해진 여건에서 몸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그 "감투 정신"에 대한 경탄이 그 동기이겠습니다. 우리들도, 썩 유리한 여건은 아니나 한 번 정도는 내 몸, 내 정신을 오롯이 던져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저런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근데 실천에 옮기기란 정말 쉽지 않은데, 첫째 그러다가 실패하면 내 자신의 에고가 모두 무너질 것 같고, 둘째 무엇보다 그러다가 너무 아플 것 같고(신체적으로건 정신적으로건) 엄두가 안 나서입니다. 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극복한 사람은 정말 대단한 겁니다.

자계서 저자의 성공하는 자질은, 자신이 아니라(자신이면 물론 더 좋겠지만) 남이 이뤄 놓은 업적을 (어리석은) 우리 대중에게 멋진 포장과 확실한 설득력으로 캐스팅(전달)하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 같은 건 일반인들이 알지도 못했고, 솔직히 저는 이 시간까지도 그게 과연 법칙은커녕 일말의 진실을 담고나 있을지 깊은 의문이 듭니다. 허나 말콤 글래드웰 덕분에 이건 이제 "진실, 법칙"의 위상으로 올라섰고, 이처럼이나 인식이 굳어버린 이상 설령 누가 1만 시간을 투자해서 일이 안 되었다고 해도 그건 그 자신의 잘못일 뿐 "법칙"을 탓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와 버렸습니다. 아니 이처럼이나 법칙이 예외가 많으면 그게 과연 법칙이기나 할지 의문도 들지만, "법칙"의 가장 확실한 마력(권력)은 그런 의심과 회의를 한순간에 제압하고 든다는 데에 있기도 합니다.

혹시 마크 노플러나 다이어 스트레이츠를 기억하는 분이 있을까요? 사실 질문이 좀 잘못된게, 이들은 지난 특정 시기 특정 장르의 레전드이자 아이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느 세대에게는 기억이야 안 될리가 없지만, 단지 최근에 그 이름을 잠깐 잊었을 뿐이겠죠. 여튼 저자는 말합니다. "1만 시간을 투자하라! 그럼 당신도 (당신의 우상인) 그들처럼 될 수 있다!" 저자께서 아무래도 그 세대에 속하셨다 보니, 책 중에서 예를 들어도 이런 예를 드신 게 아닐까 짐작합니다.

우리가 보통 어떤 특정한 위인을 거명하며, "당신도 이분처럼..." 이란 충고, 권유, 인스파이어링을 접할 때는, 그 착석한 현장에서야 열띤 호응을 보내어도, 자리를 떠서는 대부분 심드렁해지기 일쑤입니다. 말이 맞고 공감이 되어서라기보다, 대개는 강연자의 지명도나 수입 정도에 비례한 반응입니다. 이런 사람한테 호응 안 보내면 자신이 뭔가 뒤떨어진 것 같아서죠. 우리들 대부분은 지독한 속물들이라서, 각성, 동의, 반감, 감명 같은 내면의 반응에조차 이처럼 자신을 속입니다. 한 술 더 떠 어떤 자는 책을 읽고도 특유의 허위의식을 못 버려서, 알맹이는 이해 못하고 껍데기만 남는다느니 뭐니 하는 식으로 저자의 취지를 왜곡하며 마치 자신은 알맹이를 이해나 했다는 양 가당찮은 허세를 떨기도 합니다. 너무 어려서 일화 위주의 책들만 읽어, 정작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받을 시간이 없어 기초 원리도 이해 못한 채 저 모양 저 꼴이 되었나 봅니다. 책은 적당히 읽고 학교 공부에도 좀 성의를 보이시지 그러셨습니까.

아무튼 저자의 필치는 탁월합니다. 당신도 1만 시간만 투자하면 잡스나 게이츠나 스티븐 호킹(헉)처럼 될 수 있다!고 누가 말하면, 겉으로는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도 속으로는 아마 한 톨의 납득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1만 시간 후 마크 노플러 변신"이라고 하면, 당장 낙원동에 가서 헌 기타 하나라도 돈 주고 사오고 싶은 느낌이 들 겁니다. 이는 첫째 내 내심이 진짜 원하던 꿈이기도 하고(자질이 안 따라주는 이가 꾸는 과학자의 꿈은 사실은 그의 성공, 경제적 풍요, 지명도 따위에 대한 선망이거나 세뇌, 강박의 산물일 뿐입니다), 둘째 뭔가 단순한 손가락 노동만으로 이뤄지는 투입, 수행은 머리를 쓰는 일보다 훨씬 낫겠지 하는 생각도 들어서입니다. 그러나 마크 노플러 같은 초일류 대가의 성취는, 볼륨 99.99999%까지는 누구나 모방 가능합니다. 마지막 0.00001%에서 기술자와 천재의 차이가 갈리는 거죠. 이 역시 아인슈타인이나 하이젠베르크처럼 하늘이 점지한 자질이라서 안타깝지만 극복이 안 됩니다.


자 그러나...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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