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아주 쉽게 배우는 삼각함수 이야기로 아주 쉽게 배우는 수학 시리즈 2
더글러스 다우닝 지음, 이정국 옮김 / 이지북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각의 단위를 정할 때 우리가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은 도(度)이며, 기호는 "◦"입니다(물론 따옴표는 제외). 이것을 이용해서,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각도기를 들고 열심히 두 반직선 사이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측정합니다. 어렸을 때는 이것도 큰 재미이며, 간혹 눈금 사이에 낀 반직선이 등장하면 어느 눈금에 더 가까이 접근했는지를 두고 친구들 사이에 옥신각신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여튼 하도 어렸을 적부터 "한 끝점을 공유하는 두 반직선의 벌어진 정도"의 단위를 이 "도"로만 익혀 온 탓에, 그로부터 몇 년 후 새로운 단위 하나를 추가하면 당장에 낯설어하기 일쑤입니다.

그 중 하나가 라디안인데, 이 1단위는 부채꼴에서 반지름(부채꼴이라는 게 원 하나를 전제로 하여 이뤄지는 도형이므로 "반지름"이 분명히, 또 유일하게 정해집니다)과 호가 정확히 같아질 때, 그 시점에서의 각을 가리킵니다. 얼핏 잘못 생각하면 "아니 부채꼴도 크기가 다양한데 그래갖고서야 어떻게 각의 크기를 특정할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원은 서로 닮음꼴입니다. 또, 그의 일부인 부채꼴 역시 모두가 서로 닮음꼴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 부채꼴에서 "1라디안"의 크기는, 다른 어떤 부채꼴에서도 역시 같은 크기를 가리킵니다. 사실 저런 착각을 하는 이들은, 애초에 sin30◦가 왜 항상 1/2라야 하는지도 의심을 품어야 그나마 착각에 무슨 일관성이라도 생기는 법입니다.

그럼 왜 익숙한 각의 단위 "도" 말고, 따로 라디안이라는 단위를 만들어서 사용할까요? 물론 미터법도 원기를 만들어 모든 단위의 표준을 정해 둡니다. 그러나 "애초에 왜 그것으로 정해야 하는지"의 의문을 해결할 수는 없고, 다분히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면할 수 없습니다. 반면 라디안은 시대와 장소, 혹은 각도기를 찍어내는 공장 프레스의 개별적 정확도를 초월하여 어떤 절대 기준이 생기는 셈입니다. 다만 애초에 원주율이 무리수이기 때문에, 또 그 무리수 중에서도 다항식의 해 꼴로 나타낼 수가 없는 무리수이기 때문에, "도"로 환산했을 때 어떤 딱떨어지는 값으로의 표시는 안 됩니다.

물론 애초부터 "도"를 라디안에 연동하되 일정 배수(약수)로 정했으면 이런 혼란은 안 생겼겠으나, 미터법은 미터법 나름의 사정이 있었으므로 그리 사정이 굳고 만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단위 역시 초등과정에서 가르치기 시작한다면 머리가 굳고 나서(고등학생, 아니 중학생만 되어도 머리가 굳기 시작한다고 봐야죠. 어떤 사이비는 이때 굳은 에고를 나이 육십까지 우기다가 여태 속한 모든 조직에서 왕따가 되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혼란에 빠지는 일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요즘은 워낙 선행 학습들을 열심히 하니....

삼각함수의 가장 큰 특성은 바로 "주기성"입니다. 정의역에서 일정 구간이 지나면 같은 치역이 무한히 반복되는데, 사실 이는 "각도" 자체가 0에서 360도, 혹은 0에서 2π까지만의 수치가 의미 있는 값이고, 그 이후에는 가면처럼 뒤집어 쓴 숫자만 달라질 뿐 똑 같은 실체의 반복 행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눈여겨 볼 건, 사인 함수의 경우 왜 0에서 1까지의 치역이, 바로 다음 구간에서 부호만 바꾼 채 똑같이 반복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이 역시 "각"이란 스칼라량의 독특한 성질에 전적으로 기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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