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과 부당행위계산부인
김종관.전동흔 지음 / 조세통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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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다보면 이익을 내기는 고사하고 손해를 보는 연도도 얼마든지 지내기 마련입니다. 이때 회사가 본 적자는 "결손금'이란 말로 표현되는데, 번 소득에 대해 일정 세금이 매겨지면 까먹은 재산에 대해서는 국가가 일정 부분을 보전이라도 해 줘야 덜 억울할 듯합니다. 그래서 1999년 즈음에 이사 등 경영진의 과실에 대해 책임 추궁을 거쳐 회사 재산을 보전시켜야 한다는 입법론이 일어날 때, 경영자들은 "아 그런가? 그럼 경영상의 성과에 대해서는 거액의 포상을 법제화해야겠군!"이란 말로 응수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상당수 법인에서 딱히 성과가 없는데도 수시로 경영진 포상(정체불명의)이 이뤄진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좀 지나쳤던 반응으로 생각도 됩니다. 물론 경영 실패시마다 가혹할 만큼 책임이 추궁되거나 손실 보전이 강요된다면 아무도 힘들여 사업을 영위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써 형성된 자본은 비생산적인 금전대여업에나 몰릴 뿐이고, 사회는 고용이 축소되며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이 결손금에 대해서도 세법은 일정 부분 배려를 합니다. 대개 결손금은 (소득)공제의 형식으로 세법 절차에 반영이 되는데, 하나는 그전 사업 연도의 실적에까지 반영을 시키는(기업 입장에서는 참 좋죠. 일종의 더 낸 세금을 돌려 받는 격이니) 방식이고, 이후 사업 연도의 소득(아직 발생하지 않은)에 이월하여 공제시켜 주는 방식도 있습니다. 물론 결손금이 크게 발생했을 때(여기에 일정 요건이 추가되어야 하고요)의 일이고, 액수가 적으면 당해 사업 연도의 소득에서 일부가 공제되는 데 그칩니다.

한국에서는 소급 공제를 무한정 확장하면 정부 재정 건전도에 큰 위협이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지만, 현재 장사가 잘 안된다고 전에 냈던 세금 좀 돌려달라고들 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게다가 정부는 지네들 쓰려고 세금을 거두는 게 아니라(물론 그런 부분도 있지만), (환급을 요청하는 그 기업을 포함해서) 국민 전체에 필수 불가결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불특정 다수를 위해 이뤄진 지출을 다시 어떻게 되돌리겠습니까. 그럼 정부도 "좋습니다. 대신 예를 들어 정부 소속의 경찰관들이 서초동에 열심히 순찰 도는 덕택에 사장님 댁에 도둑이 안 들었으니, 확률 비례로 사장님이 도둑 안 맞으신 부분 중 일정 액을 다시 거둬 들여야하겠습니다." "아 우리 집 포함해서 일정 블럭은 사설 경비원이 지키거든? 모르시나 보네."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그 경비원 보니까 초소 안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오는 게 보통이더군요. 그럼 그 양반이 커버하는 방범 셰어가 얼마나 될까요? 이런거 저런거 다 감안해서 과학적으로 쿼터로 charge 해 보자 이겁니다." 같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고, 이렇게 따지다 보면 몇 푼 안 되는 돈의 환수와 재환입의 행렬이 끝도 없겠습니다. 그래서 결손금 공제 제도는, 어떤 원칙의 당연한 실현이라기보다 기업 경기 진작을 위한 일종의 정책적 시혜, 배려의 수단이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합니다.

이처럼 결손금을 인정하여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도 하지만, 특수관계인과의 사이에서 실제 이뤄지지도 않은 거래를 이뤄졌다고 가장하여 세금을 빼돌리고(하긴 TV를 보고서도 안 봤다고 사기치고 그 푼돈을 아끼자는 추접한 미친 늙은이가 다 있으니 탈세범은 차라리 우아한 예술가라고 봐야겠죠) 기업 재무구조를 부실화하는 예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별 까닭 없이, 명확한 설명도 없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 주고 회사 재정에 타격을 주는 경우, 이 사람은 (실제로 받지는 않았으나) 그 타인에게 돈을 빌려 주고 마땅히 받아야 할 이자를 받은 걸로 간주하여(단지 세무 신고만 안 했을 뿐), 일정 금액을 익금에 산입(번 것으로 치고 소득액을 늘림)합니다. 이걸 두고 "인정 이자"라고 부릅니다. 이 모두는 이른바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으로서, 한국 등의 세무행정현실이 얼마나 난맥으로 가득했는지, 그간 탈세범들의 잔머리가 어느 정도나 극성을 떨었는지도 능히 짐작이 가능한 증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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