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끝내는 DELF A2 - 프랑스어 능력시험 대비, 한 권으로 끝내는 한 권으로 끝내는 DELF
정일영 지음, Meure Eloise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어 교육으로 유명한 시원스쿨에서 프랑스어 교재, 그 중에서도 DELF, DALF 수험서를 펴내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예전 EBS 제2외국어(중 프랑스어) 담당 명강사인 정일영 선생님 저자 명의를 보고 "아, 그렇겠지." 싶었습니다. 사실 프랑스어는 괜한 선입견과는 달리 진정성을 갖고 차근히 기초를 닦아 나가면, 중급 단계까지는 별로 어렵지도 않고 오히려 학습자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언어입니다. 책에는 "전(前) EBS 수능 대비 강의"로 쌤 경력이 나오는데 작년에도 해설 강의를 하셨고 EBS에서 수능용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DELF 클래스로 그대로 갈아(올라)타곤 합니다. 프랑스어에 관한 한 특정 세대가 아는 가장 유명한 강사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에 한석원 선생님이 있다면, 프랑스어에는 막힘 없이, 확실한 자기 리듬으로 수험생들의 혈을 뚫어주는 정일영 선생님이 있다 해도 과언 아닙니다.

DELF에 대한 응시생들의 체감 정서는 이 책 머리말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활용도가 높은 데 비해 통과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으나, 막상 시험을 쳐 보면 "생각보다는" 어렵더라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한국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건 작문과 구술 파트입니다. 문법이나 단어는 특히 이 A2 레벨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응시자들을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이 구술, 작문입니다. 주변에 보면 독학으로도 A2 정도는 넉넉히 합격한다고들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래도 학원을 다녀야 네 파트 모두에서 균형 있는 점수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전공자 제외하고, 학부에서 교양 과목으로 듣거나 고교 시절 제2외국어 이수 정도로 프랑스어를 만난 게 고작인 이들에게는 이 A2에서도 모르는 단어, 표현이 수두록할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단기에 A2 디디플로마를 따야 하는(DELF의 d가 바로 그 d죠) 이들에게는 정말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최소 수고, 최대 효과) 필요한 만큼만 딱 정리해 준 책이 필요한데, 정일영샘의 이 책이 현재로선 그런 책에 가장 근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A2만 해도 초보자를 못살게 구는, 변별력이란 명분으로 수험생을 소 몰듯 끌고 다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영어도 패턴으로 공부를 하는 방식이 유행입니다. 일정 구문 묶음을 외우고, 손으로 써 보고, 입으로 소리내어 암송하는 제법 고달픈 절차를 거쳐야 오픽이나 토플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토익과 텝스는 성격이 좀 다르고요), DELF야말로 패턴 학습이 정말 중요합니다. 안정적으로 4개 영역 모두 통과를 하려면 이 책을 뗀 후에도 몇 가지 책을 더 보고 보충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독학자의 경우).

만약 영단어 공부가 충실히 된 분이라면 프랑스어 어휘 접근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저 DALF만 해도, A가 approfondi(영어의 advanced죠. 심지어 둘 다 과거분사형이라는 점까지 닮았습니다)의 약자인데, 이는 영어의 profound와 핵심어근을 공유합니다. 이 책만 해도 suffisamment(충분히), distribuer(배부하다) 등은 영어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 프랑스어로부터 해당 영단어가 파생하거나 아예 그대로 차용하는 역사적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DELF를 준비하는 분들은 이미 기초 문법은 다 마스터하고 시험에 임하는 게 보통인데, 정말로 프랑스어 생초짜라면 처음에, s'entrainer연습하다, 훈련하다) 같은 재귀대명사 목적어가 왜 오는지(그것도 동사 앞에)를 몰라서 혼란을 겪습니다. 그런데 영어도, 어떤 동사는 반드시 재귀대명사를 목적어로 가져옵니다. seat oneself 같은 걸 보십시오. 이거는 사실 불어의 s'asseoir를 그대로 차용한 흔적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때 배우던 숙어 avail oneself of는, 불어의 se prévaloir (de)와 똑같은 거고 말입니다. Amusez-vous bien를 따라한 것이 Enjoy yourself입니다. s'intégrer(동화되다) 같은 표현은 그러나 영어와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 러시아어 공부해 보신 분들은 프랑스어 동사의 이런 구조가 상(相. aspect)과도 비슷하단 생각 드실 겁니다.

구술에서 인터뷰할 때 물론 말 그대로 인터뷰이기 때문에 무슨 암송 웅변대회하듯 판에 박힌 패턴만 외워서는 통과가 힘듭니다. 그래도 일단 말을 알아 듣기 위해, 또 내 의사를 어느 정도 표현하기 위해 익혀야하는 (좀 뻔한, 그러면서도 필수인) 구문 패턴은 반드시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 중에서는,

je voudrais prendre un rendez vous+(temps): 저는 (어느어느때에) 약속을 잡고 싶습니다. (p155)

처럼, 마치 영어의 "파인 땡큐 앤지유" 처럼 너무도 뻔한 패턴, 그러나 A2 합격(admis. 이 역시 과거분사형입니다)을 위해서는 달달 외워서 입에서 손끝에서 자유자재로 나올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하죠.

p295를 보면 해설에서 ".... 캠페인의 목적을 묻고 있는데 장소명 Kerguelen은 다른 단어로 대체되기 어려우므로 그대로 언급되는 부분을 빠르게 찾는다..."고 하십니다. 정말 DELF에도 요령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바로 이런 대목들이죠. p297을 보면, "지금 A2레벨이므로 안전하게 가는 게 최선이다. 진위 판별 등에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했다면(OX를 맞힌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입증 근거를 제대로 지적해야만 합니다.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최후의 방법으로 단어가 그대로 제시된 부분이 혹시 있는지 찾아 봐야 한다"고 하십니다. 어디까지나 지금 이 시험이 A2 레벨이기에 통하는 방법인데, 제가 여러 명의 사례를 보았습니다만 절박한 수험생은 그렇게라도 해서 통과를 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들 대부분은 기초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단단한 실력을 기른 후 그런 급박하고 서글픈 경우를 안 겪어야 하겠죠.

B레벨이나 그 이상인 DALF로 넘어가면 독해고 듣기고 쉬운 게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프랑스에 유학 가서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도 없습니다. 어학 공부에는 특히나 듣기 음원 청취가 보물 중 보물입니다. 책의 앞날개 부분 coupon scratch 꼭 하셔서 정성스레 제작된 음원이나 단어장도 꼭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어학만큼 다채널로 접근해야만 빨리 정복되는 영역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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