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해석학 첫걸음
허민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부정적분과 정적분은 사실 개념상 배타적이라거나 병렬 관계에 놓일 것은 아닙니다. 부정적분은 "일종의 공식"이고, 정적분은 그 공식에다가 숫자를 대입한 값입니다. 아주 거칠게 말하면 부정적분은 넓이는 구하는 식이고, 정적분은 그 식에다가 숫자를 대입해서 실제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넓이를 구해 놓은 구체적 결과입니다. 이 맥락에서 영어의 indefinite와 definite는 면적의 수치가 구체적으로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우리말(한자어)의 "부정(不定)"과 "정"의 사용례와는 너무 달라서 가벼운 혼란이 오는 것뿐입니다.

"넓이'에는 음(陰. 마이너스)의 값이 있을 수 없으므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마이너스 값은 일일이 플러스로 바꿔 준 후 그 총합을 구합니다. 중학교 들어가면 "절댓값"의 개념을 배우는데 학생들이 절댓값의 개념은 어려워해도 저 앞의 경우처럼 "넓이에는 마이너스가 없다" 같은 이치는 쉽게 받아들입니다. 사실 절댓값도 이런 구체적 상황으로부터 일반화를 시켜 도출된 개념이므로,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려면 이런 예를 들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정적분은 "넓이'라고 거칠게 정의내렸으나, 넓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게 정적분에서는 x축 밑으로 내려간 곡선 부분은 (-) 값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그래서 어느 책에서건, "반드시 f(x)≥0가 가정되었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뉴턴의 위대함은, 까다롭기 그지없는 문제를 두고, 그저 숫자 대입 몇 번만으로 바로 답을 구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해 내었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미적분학은, "어쩜 그렇게 엄청난 원리를 찾아내었을까?" 같은 놀라움, 발견 과정의 지난(至難)함이 대단한 것이지, 그 결과는 일반인이 배우기에 그리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걸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쉬운 결과로 바꾸어 놓았기에 그가 위대한 거죠.

테일러 정리를 발견한 브룩 테일러도 뉴턴 그 다음 시대에 활동한 수학자인데, 공대에서 테일러 급수가 얼마나 자주, 요긴히 쓰이는지를 생각하면 의외로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이 정리의 놀라운 면은, 어느 미분가능하며 매끄러운 함수("매끄럽다"는 건 수학 용어입니다. 무한 번 미분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따라서 저 앞의 "미분가능"은 잉여적 표현입니다)를 놓고서도, 다항함수의 멱급수로 나타낼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식까지 제시해 둔 것입니다. "매끄러운 함수"가 식이 복잡한 경우를 넘어서서, 아예 뭔지도 모를 경우에조차 근사식을 구할 수 있다는 정리이죠. 단 한 개의 점에서 이런 놀라운 식의 도출이 가능하니, 근대적 이성의 위력에 시대가 경의를 표한 건 당시로서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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