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급회계 (상) - 제4판
김성기 지음 / 다산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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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교수님은 한국 회계학계의 대 원로인 분입니다. 학원가(CPA, 세무사, 관세사 등)에서 이름 날리는 강사들은 많지만 그들의 저서는 대부분 이런 큰 학자들의 책을 짜깁기한 것들이죠. 김 교수님은 이 분야 관련 참고서나 문제집을 여럿 출간하셨지만 유독 "중급회계" 교과서만큼은 이 다산출판사에서 내시는군요. 지금까지도 말입니다. 제가 배울 때는 대략 1,000페이지 정도의 단권 체제였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이렇게 상하권 분권 포맷입니다. 연습문제 별권 해답집까지 포함하면 총 세 권이네요.

교수님이 쓰신 책은 K-IFRS 라고 따로 한정어가 붙은 시리즈도 있습니다. 그런 책과 이 책의 차이점은, K-IFRS 류는 그야말로 국제회계기준의 한국형 룰에 한정해서 충실히 설명해 둔 것이고, 이 책은 이론상으로 다양한 입장이 나올 수 있는 여러 사례를 일일이 다 언급한 체제라는 점이죠. 케이스마다 설이 갈릴 수 있는 건 법학뿐이 아닙니다. 회계 역시, 구체적인 거래 사건을 놓고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분개할 수가 있습니다. 가령 매출채권의 분기별 수령을 놓고도, 원장에 채권액을 정액법으로 상각할 수도 있고, 유효이자율법으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회계 공부를 하면서 어느 한 가지 입장만 줄창 암기하는 건 당장 시험 합격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머리를 일찍 굳게 하는 악습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다산출판사의 편집은 독자가 참 편하게 볼 수 있는 미덕이 있습니다. 분개는 차변과 대변의 포맷 안에 사항을 기입하는 건데, 이게 편집이 요령 부득이면 아주 독자 입장에서 피곤합니다. 특히 문제집이나 수험서가 아니라 이런 기본 이론서를 공부할 때는 국제회계기준에서 채택하지 않은 다른 입장도 이해를 해야 하는데, 상충되는 두 학설의 차이가 무엇인지 좀 명쾌하게 도시하지 않으면 독자 입장에서 정말 헷갈리기 마련이죠.

회계는 알뜰하고 통쾌한 매력이 있습니다. 예컨대 매출채권 처리에서 일단 상품을 기초(期初)에 넘기고, 매 분기(혹은 반기, 혹은 연말)마다 분할하여 대금을 받는다고 하면, 이걸 그저 들어오는 현금만 장부에 꼬박꼬박 기입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3년에 걸쳐 들어오는 돈(그나마 아직 손에 쥔 돈도 아니고 외상 매출금 채권)을, 예를 들어 1억원이다 하면 바로 1억원을 자산으로 간주(이걸 회계학 용어로 "인식'이라고 합니다)해서 되겠습니까? 미래의 금액은 액면 그대로의 가치가 없고, 적정한 이자율로 "할인"을 해야 온당한 평가입니다.

이게 그저 나 혼자 참고하자고 적는 장부라면 뭘 써도 무방하겠으나, 예컨대 상장이 이뤄진 기업이라면 자산 가치가 뻥튀기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국제회계기준도 존재하며, 그 더 이른 시기부터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여겨지는 회계관행(이른바 GAAP)"이 논의되었던 거죠. 그런데 이처럼, 알고 보면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는 회계학의 깊은 이론적 바탕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이해를 다지려면 이처럼 여러 입장, 논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다룬 체계적인 교과서를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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