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예술교육법 - 아이의 두뇌의 숨은 힘을 깨우는
박선민 지음 / 별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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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그 어느때보다 예술인의 감성이 중요해지고 높은 빈도로 요구되는 요즘입니다. 중근세에도 천재적인 예술가들은 도처에서 출현하여 동시대인들의 미학 수요를 충족시키고 영혼을 정화해 주었습니다만, 그들의 본분은 실업(實業)이 아니었기에 benefactor들의 환심을 사지 않으면 마음 놓고 창작에 전념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아무 재능도 없이 태어나, 입에는 거짓말과 자기 기만만 달고 사는 늙고 추한 도시 빈민이 짬뽕 같은 망상과 명예 훼손에 전념할 자유(가 아니라 민폐이자 범죄)와는 크게 구별되어 마땅한 이슈이긴 했습니다만.

세계 최고의 명문인 하버드대에서도 법률가, 의사, 과학자, 정치인 들만 배출되는 게 아니라, 명 연주자, 작곡가, 화가, 조각가, 그 외 특정 범주에 한정할 수 없는 창의력 넘치는 "크리에이터"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련 받고, 길러지며, 탄생합니다. 하버드의 진짜 저력은 이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세계 문화에 두루 영향력을 미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진정 부러워해야 할 것은, 상법이나 회사법에 달통하여 고가의 수트를 입고 법정에서 현하의 달변으로 배심원을 매료시키는 일류 변호사들보다, 이 영원한 인류 배움의 전당에서 creative를 갈고 다듬어 인류 자산의 감성과 미학 분야에 기여하는 예술가들입니다. 이뿐 아니라, 예술가적 감성과 자질이 이제 사회 전방위에 두루 요구되는 게 4차 산업혁명 시대임은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

이미 몇 세기 전 현대 교육학의 아버지인 존 듀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p31) "예술 교육의 목적이란, 그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전인격체로서 인간의 성장을 도와 주기 위한 것" 사이비를 과학이라고 믿고 세뇌당한 사이비의 정신에는, 망상과 허위 날조 외에 어떤 인간적 자질이 자리할 여지가 없음은 이런 명언을 통해서도 자명해집니다. 책은 다시, ".. 화가나 음악가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예술을 경험하면서 인격의 자발적인 계발을 이루는 것"에 중점이 놓인다고 강조합니다(그런데 이 말은, 존 듀이뿐 아니라 허버트 리드 역시 약간 다른 맥락에서 거의 같은 표현으로 주장했다고 책에 역시 언급되는군요). 이런 예술 교육에서, 예술은 따분한 공부나 학습이라기보다 "놀이"이며, "다양성지각, 감각, 직관, 사유" 등 네 가지 기능이 서로 상응하면서 통합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2011년 누리과정에의 통합을 통해, 우리 한국에서도 "창의적 표현, 심미적 태도, 풍부한 감성" 등이 주요 목표로 설정되어, 의무 교육 과정뿐 아니라 그 이전 유치원 커리큘럼에서부터 이 예술 교육이 점차 독자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한국에도 그의 고전이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부쩍 친숙해진 호이징가(하위징어)는 일찍부터 "호모 루덴스"의 개념을 제시하며, 인격의 참다운 발현과 발전은 일과 놀이의 밀접한 상호 부조와 통합에 의해 가능함을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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