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재를 만드는 4차 산업혁명 멘토링
권순이 외 지음 / 북캠퍼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가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끼치리라 예측되는 요즘입니다. 유치원, 초등, 중등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현재 우리가 영위하는 직업군 중 상당수가 사라진 세상에서 자기 포부를 펴고 자아실현을 꿈꾸겠으나, 아이들이 그렇게 미래를 가꾸도록 교육시켜야 하는 건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슨 직업을 지망하며 종사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비전과 진로를 제안해 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우선 어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향후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한 책이지만, 어차피 우리 어른들도 미래의 기술 구조나 사회의 기본 틀에 대해 무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한국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쓰신 이 책을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 준 후, 내용 이해를 지도한다기보다는 함께 고민하며 진로를 모색하는 쪽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서 어른들이 아무리 아는 척 시늉을 해도, 정말 알고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그저 체면치레나 하는 중인지 바로 알아들 봅니다. 진솔하게 마음을 터놓고 행하는 소통은 그 어떤 "교육"보다 아이들의 정신적 성숙에 도움이 됩니다.

1장은 여태 전개되어온 산업혁명들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습니다. 지금 예상되는 트렌드가 "4차"라면, 그에 선행하는 "전편"들이 뭔가 있어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산업혁명이란 게 1차, 2차, 3차,.. 하고 일어날 때마다, 새로운 부자가 생겨나고 반대로 종전의 부를 잃은 채 몰락하는 계층이 있었을 뿐 아니라, 사회가 작동하는 모습 자체가 달라지곤 했습니다.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작든 크든 일어나는 게 세상의 이치지만, "혁명"이 벌어지면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다는 뜻이죠.

책에는 어린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조차 혼동하기 쉬운 개념의 분명한 정리가 아주 명쾌하게 이뤄집니다. 우선

1)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유독 한국에서만 자주 쓰는 표현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는 주변에서 입에 자주 올리면 그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표준적으로 반복되는 줄로만 알고, "한국식 관행"이나 "콩글리시"를 경우에 맞지도 않게 쓰다 망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물론 클라우스 슈밥이 이 용어를 처음 대중화시킨 것도 맞고, 외국에서도 상당히 잦은 빈도로 이 개념이 쓰이기도 하나, 이 새로운 트렌드를 과연 "4차 산업혁명"이라고"만" 불러야 할지에 대해선 아직 유보적인 태도라는 겁니다(명칭이나 개념 파악으로서 다른 대안들도 있음). 예컨대 독일에서는 이것 관련 플랫폼을 두고 "인더스트리 4.0"이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소사이어티 5.0"으로 명명합니다. 이처럼 이름은 다르지만 그것들의 외연은 대개 같습니다("내포"까지 같은지는 조금 머뭇거려지지만).

2) 놀랍게도 저자분(특히 이 첫 파트를 서술한 박재용 선생)께선 클라우스 슈밥 이전에도 이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쓴 예를 여러 개 찾아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어느 사회학 논문에 보면 무려 1940년대 후반에, 정확히,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용어가 나온다는 겁니다. 제가 진짜 놀란 건 우리가 <엔트로피>의 저자로 잘 아는 저널리스트 겸 사회학자 제리미 리프킨도 "3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중점적으로 코인시켜 결과적으로 이 "4차 산업혁명" 용어의 대중화에 간접으로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3) 과연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그 내용에 대해서도 학자들, 기업들의 의견이 저마다 갈릴 뿐 아니라, 심지어 어떤 분들은 "4차" 개념 자체에 회의를 갖고 "3차"에 포함시키기도 한다는 게 책에 나옵니다. 저는 솔직히 성인용 저서들 속에서도, 주제 개념어에 대해 이처럼이나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비판적 고찰을 하는 책을 거의 못 봤습니다. 독자로서 의문을 품긴 여러 번 했어도 서평에 그런 주관적 느낌까지 다 쓸 수는 없어서 그저 당연한 공리려니 하고 저자의 기조에 거의 무조건 동조하듯 말한 게 보통이었죠.

허나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래 이게 정확한 지적이다. 이게 솔직한 현실이지 지금까지의 담론은 과장된 면이 너무 많았다"는 느낌에 속이 다 시원해지더군요. 여튼 우리가 지구 온난화 이론 구조에 다소 미심쩍인 면이 있어도 "어차피 환경 보호의 대의 자체가 타당하므로" 너그럽게 넘어가듯, 이름이야 뭐가 되었든 종전의 산업 판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지는 건 분명하므로 그런 논의들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해서 뭐 손해 볼 것이야 없습니다.

아이들 책이라고 해서, 아직 학자들이나 업계에서조차 완전한 합의가 안 이뤄진 걸 중간 논의 생략하고 주입식으로 강요하는 건, 그야말로 "반(反)" 4차 산업혁명적 발상이 아니겠습니까? 전 저자분들의 이런 꼼꼼하고 신중한 태도가 오히려 믿음이 가서 좋았습니다. 어른들도, 본인들도 잘 모르는 걸 그저 당연하다는 듯 애들 앞에서 밀어붙이실 게 아니라, 저자들과 함께 토의, 토론이나 하듯 공부를 해 간다는 자세로 아이들에게 읽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장에선 맨처음 인공 지능 담론이 나옵니다. 여기서도 우리 성인들이 지금껏봐 오던 내용과는, 관점이나 제안의 구체성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서로 다른 입장의 저자들이 각각 별개의 맥락에서 이야가하던 파편적 정보를 이어붙인 책들과는, 설득력과 진정성 면에서 확 다르게 다가옵니다. 어차피 기능적인 지식에 불과한 어학, 회계학, 법학 등이라든가, 미술에서도 테크닉의 습득에 의해 재현 가능한 영역은 기계에게 그냥 전담케 하고, 인간은 예컨대 상처 입은 타인의 감정 치료 등 다른 영역의 직업에 진출하게 하자는 겁니다. 이 아티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른바 머신 러닝, 즉 다양한 사례의 학습을 통해 기계가 자동으로 그 패턴을 찾아내어 수행하게 하는 원리에 대해 아주 직관적으로, 쉽게 설명해 주셨다는 겁니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언급 등 독자로서 개인적으로는 찬동 않는 부분도 많지만, 그런 문제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혹시 갈릴 수 있는 다른)의견도 존중해 가며 함께 토의하도록 하시고, 무엇보다 인공지능 관련 각종 개념 설명이 명쾌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단연 추천할 만합니다.

다음에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인용 대중서에는 이 둘을 별개 토픽으로 분리하는 게 보통인데, 아이들 시야를 고려하여 한 주제로 묶은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식전 개막 행사에서 선보인 여러 사례도 소개하는 등 최신 정보가 반영되어 있고, 바로 앞 파트에서 설명된 인공지능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어린 독자의 흥미를 돋우는 설명 순서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엔진이 따로 필요 없으니, 앞쪽이 튀어나오고 브레이크도 따로 밟아야 하던 예전차와는 모양새도 다르고, 버튼 하나로 다 움직일 수 있어 너무 좋은" 게 전기차라는 설명인데, 어떻습니까? 쉽고도 간단한 한 마디로 핵심과 본질을 전달하지 않습니까? 이건 전기차에 대한 설명이고 자율주행 토픽은 그 앞뒤에서 상술되는데, 이렇게 주제를 쉽고 능숙하게 풀어 주는 책을 전에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그러면서도 개념의 정확성을 훼손 않고, 오히려 웬만한 성인 대중서보다 더 꼼꼼히 따지고 든다는 겁니다.

그 다음에는 빅데이터 설명입니다. 이 역시 제가 개인적으로 요즘 학부 교과서 몇을 골라 여러 권 진행하는 중인데, 오히려 이 책 한 권을 읽고 새로 눈이 틔워진 대목이 더 많았습니다. "그게 그런 소리였나?" 이렇게 말하면 "애들 책 치곤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하실 분도 있겠는데, 마치 명강사가 연단에서 아둔한 청중들 자극해 가며 설파하는 열변을 듣는 투입니다. 안 어렵고, 오히려 내가 모르는 부분 자극 받아가며 더 긴장 챙기면서도 쉽게 와 닿습니다. 쉬운 설명은 들을 때에만 편하지 다 듣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경우가 많죠. 헌데 이 책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먼저 학부형들이 읽어 보시고, 본인들이 뭔가 확실히 각성된(반드시 그렇게 됩니다!) 다음 자녀들과 함께 읽어 보세요. 이런 책은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듯해서, 이처럼 기분 업된 서평 뿌듯하게 남깁니다. 별 열 개도 아깝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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