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혼 - 성공은 시간이 아니라 깊이다
최우형 지음 / 더난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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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의 혼(魂)! 많은 분들은 영업사원이라고 하면 그 불안정하고 변수 많은 위상 때문에, 행여 혼담이라도 나올라치면 손사래부터 치곤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주변에 남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성공 사례도 많이 나오고, 어차피 어느 직장이건 평생 봉직할 만한 여건이 안 되고 보니 뭔가 재평가가 이뤄지는 듯도 한 분위기랄까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에 보면 캐릭터 한병태는 대기업 취업을 마다하고 세일즈의 길을 택하는데, 유능한 인력이면 처음부터 이쪽으로 승부를 걸지 그 위태롭고 사상 누각 같은 직장에는 안 들어간다는 소신을 밝혀서 1980년대(혹은 그 이후)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꽃은, 실력 있고 잘나간다는 전제 하에, 세일즈맨이란 직종일지 모르며, 이 직역에서 통하는 교훈이라면 다른 어느 분야에서도 명심할 교훈으로 두루 적용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탑 세일즈맨이 쓰신 책들을 자주 읽는 편입니다.

많은 성공자들이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만, 직장도 처음 입사해서 3개월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죠. 입사 후에 좀 부족한 건 느긋이 차근차근 배워 가면 될 듯해도, 이 첫 3개월에 어떻게 자신의 주형(鑄型)을 빚느냐에 따라 평생이 결정된다는 게 저자 최우형 대표님의 말씀입니다. 첫 3개월의 수련 기간을 알차게, 독하게 보내야겠다는 각오도 각오입니다만, 벌써 안 되는 사람은 "나중에 하지, 대충 하지" 같은 생각으로 회사에서 허투루 시간을 보낸다는 게 또 문제입니다. 이 첫 석 달이 내 평생을 좌우한다는 각오이면, 어찌 하루하루가 마치 내무반에서처럼 바짝 군기 든 채 보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나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라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p65). 제가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은 어떤 책에는 "나는 성공할 것이다"가 아니라, 이미 성공을 다 해두었다는 마인드셋으로 나가라고도 하는 걸 봤습니다. 이 말은, 성취해 둔 바도 없으면서 얼토당토 않은 환각에 젖어 요행을 바라고 주변에 사기나 치면서 지내라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성공의 과실만 몽롱하게 탐하지 말고, 정말 성공한 CEO들이 하루하루를 긴장감과 책임감으로 무장하며 지내듯 이미 전쟁터의 실감으로 자신을 무장시키라는 소립니다. 이걸 실천에 옮겨 보면 사람 자체가 벌써 달라져 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몸이 다 뻐근해 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허겁지겁 그 당면 문제의 해결 과정에만 파묻히곤 한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p49) 주된 원인을 파악 못 하고 땜질식 처방에만 그치면 이는 문제가 언제나 재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는 셈입니다. 저자는 비유를 들며 "배에 물이 새어들어올 때 양동이로 빨리 퍼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출발 전에 물이 새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야의 차이가, 세일즈맨(혹은 다른 어떤 직종이라도)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제가 세일즈맨만큼 장래가 불확실한 직업도 없다는 게 우리 사회의 통념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p41에서, "보통의 성실한 사람들이 선택했을 경우, 50% 정도는 반드시 성공하는 게 이 직업"이라고까지 말씀하시네요. 이어서 저자는 "그만큼 정직한 직업이며, 땀을 쏟은 만큼 반드시 성과가 나오는 게 이 일이다"라고까지 강조합니다. 그런데 대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저성과자로 몰리는 걸까요? 답은 역시, 기본을 안 지켜서입니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연에 방지를 하지 않고, 허겁지겁 고식지계, 언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대응하니, 당장은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모르나 시일이 지나면 미봉해 둔 문제가 오히려 더 커집니다. 우리 속담에 "게으른 농군이 해거름에 바쁘다"라는 게 있는데 딱 그 격입니다.

정말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게 세일즈인가? 그저 화려한 말빨과 겉치장, 혹은 뒷돈 거래로 성패가 결정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야말로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해 보지도 않은 채 섣부른 피해의식과 부정적 사고부터 먼저 가동하는 실패자들의 공통된 관점입니다. 저자의 말씀에 따르면,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활동과 스킬, 지식이 결합된 집합체이자, 종합 예술과도 같은 고도의 전문 직업"이라고 합니다. 사실 아무리 모바일 앱 구매가 일상화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꼭 그 웨어를 다루는 사람을 보고 나서야 구매를 결정짓고 싶은 게 있기 마련입니다. 제6의 센스가 발동되어야 일이 잘 풀리는 직업이야말로 전문직의 특성이고, 그러면서도 정직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야 마는 직종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여튼 저자는 이 관점에서 세일즈 프로세스 7단계를 제시합니다. (p42)

step 1 가망 고객 확보 (processing)
step 2 전화 접근 (tel-approach)
step 3 초회 면담 (approach), 사실과 느낌의 발견 (fact finding)
step 4 상품 설명 (prersentation)
step 5 거절 처리 (objection) 및 체결 (closing)
step 6 보험 증권 전달 (policy delivery. 책에는 오타가 난 듯해서 바로잡았습니다)
step 7 가망 고객 소개 (referral leads)

저자는 책 곳곳에서 감동적인 말씀을 자주 꺼냅니다. 예를 들면, "선택이야말로 인생의 특권"이라는 겁니다(p117). 아무리 소소한 체험이라도 내가 선택하고 내가 골라 내가 가꿔나가는 건 남다른 성취이며 축복입니다. 반면 아무리 화려하고 부러운 시선을 받더라도 내가 고른 게 아니라 그저 남에 의해 부여된 거라면 이는 노예의 금장식 족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자는 설령 맛나고 값비싼 음식을 먹어도 내가 고른 메뉴가 아닌 이상 가격만큼 효용이 느껴질 리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내가 고른 모든 선택이 최선이었나요? 현재 다니는 직장은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일터였습니까?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할 것입니다. 저자는 이처럼, 최선 다음에 차선을 고르는 프로세스 역시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필수 지혜라고 강조합니다. 처음부터 원하던 진로는 아니었으나,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목표에 접근해 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장 원하고 적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일터가 되어 있는 것, 이를 두고 저자는 "준비된 선택이 접근적 선택으로 진화해 가는 과정"으로 부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1) 신중, 2) 결단력, 3) 갈망과 열정 등이 필요 조건으로 골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계획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고르면 커리어가 망가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합니다(p119). 저자는 이 대목에서 한국의 어느 자동차 수리 명장의 예를 드는데, 그는 소리만 듣고 원인을 찾아내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생을 입체적으로 관리하며 치밀하게 설계해 온 이라야, 이런 장인, 달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가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엔진을 자비로 구해 일일이 독학으로 그 구조를 공부하고, 행여 해외에 나가 연수할 기회라도 생기면 반드시 백 퍼센트 활용하여 자기계발의 밑천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인생 전반에 대한 알뜰한 배려와 전략적 사고가 있어야만 이런 경력 구축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언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가? 언제나 직업인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저자는 때로 정해진 틀에 안주하지 말고, "파괴적 성장"에 도전해 보라고 권합니다. 무슨 뜻인가 하니, 목표는 동일하게 잡고 평소처럼 노력을 했으나 의외로 성과가 저조할 때가 있으며, 반대로 평소를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기도 합니다. 이는 실제로 진지하게 일을 해 본 사람이면 한두 번은 느꼈을 법한데, 그 비결(혹은 실패의 원인)을 두고 저자는 "열정의 차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진짜 잘나갔는데, 지금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이런 말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히 듣죠. 그런데 세상 살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사회가 팍팍해져서일까요? 저자는 단언컨대 "노"라고 합니다.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전히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변한 건, 일상에 길들여져 무사안일주의로 흘러 버린 당신의 마인드셋, 혹은 퇴색한 열정입니다.

결국 열정을 자신의 일에 쏟을 수 있느냐 아니냐가, 모든 크고 작은 과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란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다시 책 제목으로 돌아가 보니 "세일즈 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미쳐야(狂) 미친다(到)는 말도 있고, 예전 인텔의 CEO였던 앤드류 그로브는 "편집광이 될 정도라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인가야 오롯이 나 자신을 바치는 체험은, 어쩌면 종교보다도 더 큰 희열을 본인에게 안기고, 덤으로 세속에서의 짜릿한 성공도 가져다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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