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아마존을 알면 데이터 금융이 보인다
김민구 지음 / 성안당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테슬라와 아마존을 알면 데이터 금융이 보인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독자인 제가 전에 보지 못하던 많은 시야가 새로 트였다는 건 분명합니다. 사실 책 제목으로부터 조금은 그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짐작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고요. 또, 혹 내용이 쉽다면 다 읽고나서 남는 게 없지 않을까 지레짐작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실제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여러 모로 반전(?)도 있었고, 그러면서도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저자께서는 닉네임이 "밀린 신문"입니다. 신문 구독자가 신문이 밀리며 아까운 컨텐츠를 폐지 수집하는 할머니들께 밀어 넣는 건 아주 흔합니다(어렸을 때 학습지 밀리던 생각도 나네요). 그런데 당일자에서 심드렁하게 보고넘긴 기사가, 몇 년 혹은 몇 달 후에 우연히(저자님처럼 의식적으로는 아니고) 다시 만나면 의외의 깊은 뜻을 지녔다는 걸 깨닫는 수가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닉 "밀린 신문"에도 공감하게 되었고, 검색의 생활화로 보석 같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어내야겠다는 다짐도 굳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처음 펼치면 마치 어린이 학습지에나 나올 만한 천연색 그래픽의 4지선다 퀴즈가 실려 있습니다. 쉽다고 여길 수 있으나 막상 풀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자가 구태여 이런 어린이형 포맷(내용과 난이도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요) 퍼즐을 책 앞에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테슬라와 아마존을 알면 데이터 금융이 보인다." 성인 독자라고 해도 테슬라가 뭔지 아예 모르는 분들도 아직 수두록할 겁니다. 데이터 금융? 캄캄하죠. 카카오 뱅크에 계좌 개설하고 스티커 이모티콘이나 받으면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사실 개념만 정확하게, 또 가장 필요한 사항부터 잡고 들어가면,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끝까지 정복 못 할 바 없습니다. 아마 저자는 이 점을 독자에게 강조하고 싶으셨던 듯합니다.

예전에 고단했던(물론 지금도 고단하지만요) 직장인들이 자주 입에 올리던 유행어구 중에 "TGIF"라는 게 있었고 이를 그대로 딴 외식업체 체인도 있었죠. 2009년 즈음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워낙 많은 이들이 (출시 훨씬 전부터 애플이 간헐적으로 흘리는 뉴스를 다 접하고선) 이 혁신 아이템에 열광했으며, 이때만 해도 윈도, PC 등과 호환도 안 되는 맥 시리즈에 대한 집착(디자인 작업에 특화는 되었으나 대중성이 떨어진다며)으로 온갖 욕을 다 먹던 애플은 위상이 급격히 바뀝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구글은 거대 포털 야후에 검색 엔진이나 제공하던 신생 중소기업이었는데, 여튼 이 무렵부터 "위 아 더 퓨처"를 당연하게 외칩니다. TGIF는 바로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을 일컫는 미래 트렌드의 약칭이었습니다.

"누가 글을 길게 쓰나? 인터넷 시대에 간단히 140자면 끝이지." 이런 말 하면 아직도 그거 통할 만하다며 섣부른 공감 보내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트위터는 지금 너무도 고전하고 있으며, 의도는 아니겠으나 엉뚱하게도 트럼프가 빈사 상태인 이 회사를 먹여살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이후 FANG, 즉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4대 거인이 질주하다가, 현재는 AAAF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끈다고 저자는 소개합니다. 다른 건 같고 구글이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으로 바뀐 겁니다.

퀴즈는 앞의 세트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본문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이거 풀 수 있으신지 자가 테스트 해 보십시오. 이 퀴즈는 이제 책의 본 주제와도 직접 닿아 있으니까요.

다음 중 전기 자동차 전문 기업(독자가 혹시 모를까봐 이런 친절한 설명을....) 테슬라에서 생산한 "모델 S"의 특징이 아닌 것은? (p59)

① 자율 주행 기능
②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성능 향상
③ 평생 데이터 무료
④ 짧은 엔진 오일 교환 주기
⑤ 사라진 시동 버튼

"평생 데이터 무료"에는 음과 양의 효과가 다 있으며 마냥 반길 건 아니겠고요. 답은 ④입니다. 전기 자동차는 엔진으로 구동되는 게 아니라 모터에 의존합니다. 따라서 ⑤, 즉 시동을 미리 걸 이유도 없는 거죠. 과거 가솔린 엔진(디젤 엔진도 그렇지만)이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열렬한 환영을 받았겠습니까만 현재는 그저 에너지 효율이 형편 없고 환경이나 오염시킨다며 이처럼 퇴물 취급에 그치는 겁니다.

이 문제도 한번 풀어 보십시오.

다음 중 인공지능의 성능을 결정 짓는 4대 핵심 요소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p67)

① 데이터
② 알고리즘
③ 사물 인터넷
④ 컴퓨팅 파워
⑤ 딥 러닝

사물 인터넷(IoT)도 물론 미래 일상을 결정짓는 중요 프레임웍 중 하나입니다만(그 정도도 아니고 엄청 핵심적인...), 인공지능과 직접 원리적으로 관계되는 건 아니죠. 물론 사물인터넷의 센서들이 부지런히 모은 데이터를 전송 받아야 제 할 일(어느 부문에서건)을 해 내겠습니다만.

사소한 나만의 습관도 모이고 모이면 그 중에서 어떤 유의미한 데이터, 결정적인 의료 정보가 나와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지 아무도모르는 일입니다. 저자는 "코골이 습관"을 모으고 모아 한국인의 수면 패턴이나 건강 정보에 대해 어떤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빅데이터가 그래서 무서운 건데요. 대개 기업이나 연구자들은 어떤 목적 의식을 갖고 데이터에 접근하지만, 눈 밝은 사람은 그전에 전혀 염두에 안 두던 부작용으로부터도 놀라운 법칙을 캐냅니다. 우리는 흔히 페니실린의 발견을 두고 그저 "우연의 효과"라고 하지만, 눈 어둡고 무능한 연구자는 그런 행운도 자기 스키마에 안 들어온다고 무심히 지나치거나 심지어 무시합니다. 열린 마음 창의적인 두뇌라야 "지나가는 중요한 진리"가 우연이든 뭐든 캐치되는 거고, 따라서 세상에 우연, 행운이란 없으며 다 개인의 능력입니다.

예전에 마이클 크라이튼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세탁기가 발명되어 주부의 일손이 덜어졌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세상이 뭐가 바뀌었는가?"를 질문했지만, 저자는 전혀 생각이 다르십니다.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도어가 많아지면 무엇이 좋을까요. 깜빡 잊은 빨랫감을 도중에 넣고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 안 해도 되는 게 좋습니다. 저자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모든 아파트에는 세탁기, 냉장고 등이 들어갈 자리가 미리 준비되어 있고, 따라서 가전의 규격이란 처음부터 정해졌을 뿐 어떤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계속 새로운 제품이(고칠 틈이 어디 있다고) 나오는 걸 보면 정녕 개발자가 존경스럽다." 맞는 말입니다. 혁신에의 의지는 그래서 무섭고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해 모두의 복리를 이끄는 자본주의의 위력이 여기에 있습니다.

데이터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백세시대에 잡텐을 가지라고 합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사람은 이제 한 가지 직업만 갖고는 밥벌이도 제대로 힘들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직장은 사람을 그리 오래 머물게 하지도 않습니다. 체제가 사악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한 직원을 계속 부리는 구조가 이미 그 회사를 시장에서 못 버텨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직업은 80세가 되어서도 현역이 될 수 있지만, 직장은 80세가 되면 그들의 소비자가 됩니다."

이 문장이 책 p182에 나오는데, 후반부는 아마 "그 자랑스럽던 직장이 무슨 내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그저 내 돈으로 수입을 올리는 기업에 불과하다"는 뜻인 듯합니다.

책은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 서술입니다. 저자는 어느 대목에서 "결혼 전에는 관심사가 자동차와 스마트폰이었지만, 결혼 후에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정 주부의 수고를 이해하는 저자의 생각과 문장이라면, 그 어느 독자의 마음 속 깊은 곳과도 소통할 수 있을 듯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온통 뒤덮을 미래라 해도 우리는 사람 사는 근본 이치를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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