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릴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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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영혼의 편지 -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여의사 릴리가 남긴 삶의 기록
마르틴 되리 지음, 조경수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0년 2월

  어린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세계2차대전 중에 일어났던 유대인들의 고통스러운 나날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었다.  또한 작년에 보았던 영화 [더 리더]를 보면서도 그 시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었다.  여기에 또 한 번, 그 시대를 다시 만나게 된다.  <상처입은 영혼의 편지>....

 

  이 책은 유대인 여성 릴리가 수용소로 끌려가 지내면서 밖에 있는 아이들과 서로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들이다.  릴리는 의학을 공부한 당찬 여성이었지만 에른스트 얀의 사랑에 행복해하는 한 여린 여성이기도 했다.  에른스트 얀은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잠시 릴리의 부모님에게 극심한 결혼 반대에 부딪쳐 지내게 되는 기간도 있었지만 결국 둘은 행복한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함께 임멘하우젠에서 시작하게 된 결혼생활은 일제와 게르하르트, 에파와 요한나, 도로테아라는 귀여운 아이들을 낳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병원도 많은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로 잘 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불행의 먹구름이 닥쳐오게 된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  나치는 에른스트에게 유대인인 릴리와 이혼할 것을 종용하였고, 때마침 다른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기도 한 에른스트는 결국 릴리와 이혼을 하고만다.  당시 릴리는 유대인이었기에 얀과의 이혼 후,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은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얀은 이혼을 감행하고 마는 것이다. 

 

  에른스트와 이혼을 하자, 릴리는 브라이테나우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어린 장녀 일제가 엄마 역할을 하면서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다.  수용소 생활임에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는 릴리가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고, 릴리와 아이들은 주고받는 편지 속에서 그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릴리는 끝내 아이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엄마와 아이들이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 안에, 당시의 시대 상황과 불가피하게 떨어져 지내게 된 엄마와 아이들의 감동적인 마음들이 녹여 들어가 있는 편짓글들이었다.  추위와 굶주림, 노동의 힘든 수용소 생활이었지만 아이들과 나눌 수 있었던 편지는 희망으로 가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어린 아이들의 삶 역시 힘든 마음들이었을테고, 유대인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죄인처럼 수용소에 갇혀 지내야 하는 릴리의 삶 역시 고통 그 자체였을 것이다.  시대가 낳은 아픔의 시간들, 그 시간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버텨내며 살아간 릴리와 그녀의 아이들, 우리는 이 책 속에서 릴리가 얀과 나눈 편지들과 릴리가 수용소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지인들과 나눈 편지들을 읽으며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