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먼저 보내야했던 한 어미의 가슴 시린 이야기

<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왜 하필이면 나인 것이냐고, 왜 하필 나의 딸인 것이냐고, 모녀는 눈물로 절규하고 있었다.  그 겨울의 소식은 억장이 무너지고, 절망에 절망이 덧되어진 극한의 절망을 통보하는 일이었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다잡아야 했고,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고, 약해질 수도 없었다.  오롯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딸아이 앞에서 먼저 무너질 수는 없었으며, 그러하기에 강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자식을 앞서 보내는 이들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 마음은 쉽게 감내해낼 수 있는 슬픔이 아닐 것이다.  자식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병원에서 듣게된다면, 그 청천벽력같은 일을 누군들 감당해낼 수 있을것인가.  부들부들 떨리는 심장을 어떻게 진정 시킬 수 있다는 것일까.   두렵고, 두려울 뿐인 너무나 무섭기만 한 그 소식을 말이다.

 

  이 책<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는 저자가 사랑하던 딸아이를 백혈병으로 떠나 보내게 된 이야기를 적어낸 글이다.  첫째 딸 서연이가 코피를 흘리고, 피곤해하며, 잦은 멍을 보이던 징조들을 백혈병의 징후들이었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 한채, 병원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듣게된 소식이라는 것이 눈 앞을 깜깜하게 만든 백혈병이라는 것이었다.  그 즉시 입원하여 항암치료를 받고, 자가이식, 다시 재발, 그리고 타인 골수이식까지 했음에도 또 다시 찾아온 재발로 결국 딸아이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한 어미의 가슴 시린 눈물, 아니 통곡....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냈던 슬픔을 이야기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슴에 묻는다는 자식을 떠나 보낸 이야기, 그 아이와 가졌던 마지막 시간의 이야기, 잊혀질 수 없는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 역시 마음이 미어진다.  백혈병으로 아파하고 있던 그 아이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그리고 투병중인 딸아이의 곁을 지켰던 그 어미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옥죄어오는 저림을 어찌 안 느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이나 간절이 바란 삶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기에 주어진 오늘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였지만, 이 책을 덮는 지금 죽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되는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