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일으키는 기억의 편린 속으로

<데샹보거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데샹보 거리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09년 10월

  캐나다의 매니토바 주 위니펙 근교의 데샹보 거리, 그곳에서 봄 날의 아지랑이마냥 피어올라오는 옛 길의 향수를 마음으로 호흡하게 되는 시간이다.   옛 추억 속에 소담히 담겨진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펼쳐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어린시절 살던 곳의 풍경을 회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더없이 아름답고, 따사롭게 다가드는 안온한 옛 시절의 평화롭던 향수 속으로 말이다.
 
  데샹보 거리는 복잡다단한 곳이 아닌 아늑하게 작은 거리이다.  그곳에 흑인들이 세들어 살게 되는 선례를 만들어주는 크리스틴의 엄마, 그 이야기 속에 은근슬쩍 담긴 살짝 로맨스같은 내용이 있다.  크리스틴의 집에 성실한 흑인이 세을 들어오게 되는데, 남자에게는 도통 관심이 없던 딸인 오데트가 세입자 흑인 남자와는 함께 집 앞을 산책하고, 피아노 연주를 한다.  어라, 로맨스인 걸까 궁금한 호기심이 모락모락 스며나오는데, 하필이면 로맨스 이야기가 무르익기도 전에 흑인 남자는 먼 곳으로 이사나가게 된다.  나는 엄청난 아쉬움이 온 몸을 감싸고마는 것을 느끼게 된다. 
 
  크리스틴이 들려주는 알리시아 언니의 이야기는 마음이 아프다.  어린시절 엄마처럼 크리스틴을 돌보고는 했던 알리시아 언니는 어느 날, 정신을 놓아버리게 된다.  사랑하던 가족도, 귀여워해주던 막내도 기억하지 못 하는 알리시아 언니,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녀를 찾아간 어린 크리스틴, 나의 마음도 쩌릿하니 아파온다.
 
  크리스틴의 아버지는 낮엔 생기없고 지쳐있지만 밤만 되면 활력이 넘친다.  그를 밤형 인간으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은 진하게 태워먹는 커피에 있다.  아, 나도 가끔 밤을 새고싶을 때 커피를 마시고는 하지만, 밤은 커녕 나를 반기는 것은 아침의 햇살이었건만, 커피를 마심에도 잠을 부르고 만 이유가 아마도 나는 크리스틴의 아버지처럼 진한 커피가 아닌 달싹한 연한 커피를 선호한 탓이었던 것 같다는 나름의 해답을 만나게 된다. 
 
  데샹보 거리에서의 삶의 단상들, 너무나 정겹고 그리웁다.  누구나 그리운 삶의 거리가 있지 않겠는가.  그 속에 담긴 가족과의 따스한 이야기들이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 책은 크리스틴의 데샹보 거리에서의 추억 거닐기이다.  그녀의 어린시절과 그녀에게 찾아든 사랑의 발자국 등, 이렇듯 그녀의 아름다운 편린들의 집합을 데샹보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데샹보 거리에 슬픔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추억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안에 그녀가 사랑했던 가족들이 있고, 그녀의 꿈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지금의 크리스틴을 있게 하는, 그러하기에 추억 속에 담겨진 모든 것은 아름다움일 수 밖에 없는 그리움을 낳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이 풍겨내는 향수가 아름다운 이유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