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의 앨범을 펼쳐들다.

<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앨범을 펼쳤다.  빛바랜 옛 세월의 흔적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의 그릇으로 아름답게 담구어내고 있는 앨범의 장들을 하나 하나 들춰 만나고 있다.  따스한 그리고 솜구름처럼 편안한 느낌의 아스라한 추억이 다시금 생명력을 얻으며 곁으로 성큼 다가선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가스미초, 안개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의 앨범을 나는 이렇게 펼쳐들었다.

 

  가스미초에 살았던 고등학생의 청소년 이노, 그의 청춘이 사진관을 꾸리며 살아가던 사진사 명인 할아버지와 그 제자였던 풍경사진을 즐겨 찍는 아버지의 이야기들과 함께 담겨져 있다.  마치 앨범 속의 빛바래진 사진을 보듯이 그러나 그 아스라한 추억의 사진이 안겨주는 따스함과 편안함으로 그렇게 이노의 청춘을 담아낸 기억의 이야기를 말이다.

 

  사진관, 옛적처럼 활기롭지 못하다.  요즘은 집집마다 사진기가 있고,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던가.  사진관을 찾는 일이 옛스러운 일이 되었을만큼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찾아오는 손님이 드물고, 들어오는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이노의 할아버지가 경영하고 있는 사진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살아낸 세월만큼이나 늙어가고 있다.  사람들 속에서도 잊혀지고 있다.  펜탁스를 들고 다니는 아버지는 라이카를 늘상 가지고 다니는 할아버지에게 부족한 제자로 야단을 맞기 일수이다.  투닥거리기를 더 잘하는 스승과 제자, 장인과 사위 사이인 그들이 꽃전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내던 그 순간은 하나가 되어 멋진 작품을 담아냈다.

 

  할머니와 함께 가부키 극장에서 만난 노신사, 그가 건넸던 평지꽃과 복숭아꽃, 이노는 할머니의 이생의 마지막길에 바로 그 꽃을 구해드리려고 애를 썼다.  할머니와 노신사의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 이노의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만을 적신다. 

 

  이노, 참 방탕한 고등학생이다.  그 아이의 사랑 이야기들과 할아버지가 찍어준 고등학교 졸업사진, 안개마을 가스미초는 앨범 속의 빛바랜 사진처럼 옛적의 추억 속으로 밀려들어가버렸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사라진 가스미초에서의 이야기, 우리는 이 책 속에서 이노를 통해 그 아이가 보낸 청춘시절을 통해 다시금 이어지는 가스미초와의 길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아사다 지로, 철도원을 쓴 작가라고 한다.  철도원을 읽거나 영화로 나온 그것을 본 적이 없어서 무어라 말을 하지는 못 하겠다.  하지만 이 책 가스미초 이야기는 잔잔한 느낌이 드는 정말이지 추억을 담고 있는 앨범을 펼쳐 읽은 느낌, 바로 그런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