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 소름돋는 씁쓸함..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너무 잔인한 책이다.  그리고 씁쓸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짙게 밴 쓴 커피 맛이 입 안 가득히 고여 있는 느낌의 책인 것이다.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렇게 고여버린...

 

  나는 편견 없는 사람이다.  아니 편견없이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다.  이해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존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내가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의 세계였다.  그들이 느끼면서 살아가는 세상, 사실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무척 낯선 세상이다. 

 

  한 여자가 있었다.  남편과 이혼이 결정난 그 날, 그녀는 남편에게 살인을 저질렀다는 고백을 했다.  물론 남편은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남편 역시도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마음 속에 그녀는 우연히 만난 어느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자신은 살인자니깐,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을까.  물론 삶은 그녀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못한 지경에까지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믿었던 그 사실은 실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의 남편도, 그녀가 죽였다고 생각했던 빚쟁이도 잠깐 의식을 잃은 상태였을 뿐이니 말이다.  하여튼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하나의 큰 비밀을 안겨준다.  그 비밀이 그녀에 대한 안스러움을 안겨주기에 씁쓸했다. 

 

  한 남자가 있었다.  철거를 앞두고 있는 빌라의 관리를 맡은 젊은 한 남자.  대학시절 짝사랑하던 선영이라는 이름의 여선배가 있었는데, 그녀가 그를 찾아 빌라에 오기로 했다.  그리고 그 빌라에 또 다른 한 남자가 있었다.  벙어리이지만 귀는 들리는 그 남자는 참으로 잔인한 살인을 쉽게 하는 남자였다.  아무도 그가 살인자라는 것을 모른다.  독자인 내가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이 조마조마할 뿐이다.  빌라 관리를 맡은 청년도 청년이 사랑한 여선배도 잔인한 살인자의 손길에서 무사히 빠져 나와야 할텐데, 현실은 참으로 그러하지 못 하다.  현실은 너무나 씁쓸했다.  뒤틀려진 진실이 진실인냥 펼쳐진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색깔의 씁쓸함이었다.

 

  가난을 이유로 학업을 어린나이에 중단해야 했던 남자, 그리고 엄마에 의해 식당에 팔려가기까지 했던 그 남자, 노숙자의 생활을 하던 중에 이기적인 여성과 결혼을 하고, 반신불구가 되는 아내인 그녀를 보살피면서 살아간다.  하나 있는 딸은 가출을 밥 먹듯이 하고, 그는 여전히 생계를 꾸려가는 나날들이 힘겹다.  그러던 중에 자살을 하는 그 남자, 그를 찾아온 저승 사자에게서 실은 자신이 살아온 그 삶의 세상이 지옥이었다고 말하며 환생의 시간을 준다.   이승의 삶이 지옥이라니, 생각해보지 않았던 개념이다.  불가마 속이 지옥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여하튼 그 남자에서 이승의 삶은 지옥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힘겨운 삶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10개의 다른 이야기들이 담긴 장르 소설이다.  끔찍한 범죄의 이야기도 있고, 동성애의 이야기도, 사향나무를 사랑하게 되는 상상적인 이야기도 있다.   흡입력 있는 소설이었다.  책장을 놓을 수 없을정도로 결말까지 그 자리에서 꼭 봐야 직성이 풀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10편의 이야기들이니 금세 각각의 결말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그 어둠의 소외된 자들의 삶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무섭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한 책, 그러면서 안스러움도 느껴지고, 답답하기도 한 씁쓸함이 있던 책, 빠르게 읽을 수 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