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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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먹었나, 책 제목이 제대로 눈에 안들어 온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인가, 80일의 세계일주인가 했다가 파랗고 찐한 표지색에 홀려 정신을 차리니
최민석 에세이 40일간의 남미 일주가 내 눈에 그대로 박힌다

읽지않았음에도 뭔가 있을거같은, 나에게 하나 무심히 던져주는 것만으로 하루종일 깔깔 낄낄거리며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며 안도하고 동질감에 행복해할 것 같은 그런 것!!

글이라는 거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그래! 이런게 에세이지라고 하면서 아득히 먼 곳 지구의 반대편이라고만 생각한 중남미 여행을 시작한다
‘어디가 중남미더라?‘
고등학교 일주일에 한시간 배운 세계사 시간을 휘저어가며 떠올려봐도 건져지는게 없고 한참만에야 아들녀석이 보던 드래곤빌리지 멕시코가 떠오른다
˝하 ㅡ 이래서야 어디 작가랑 보폭 맞춰 떠날 수 있겠나??˝

어느 누군가는 식탁 유리 밑에 깔린 세계전도를 보며 꿈꿨고 또 이렇게 명숙 초이처럼 색으로 물들지 않는 세계지도를 보며 하나씩 색을 채워나가고 싶다는 갈망으로 여행을 시작하기도 한다

3주 후에 이미 멕시코시티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새벽 안개를 헤치며 날았다

나에게 3주라는 시간은 집밖을 나설까 말까를 고민하는 시간인데 말이다 ㅎㅎ

어머! 친절도 하다 나처럼 떠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아지매에게 중남미 그림지도를 선물하는 센스!
쫌만 늦었어도 사회과부도 찾으러 갔을텐데 ...

25년간 굳건히 쌓아올린 마일리지의 수고를 무시한 채 꾿꾿히 줄을 서서는 ‘빨리 나가고 싶다‘를 외치는 아저씨
눈 뜨고 있는 시간은 모두 글을 위한 쓰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신이 미국 비행기를 타고 있음을 절묘하게 느끼는 남자 민숙 초이


영화에서 자주 나오던 장면이 아니던가! 저 멀리서부터 툭 툭 스냅을 주듯 건드리며 능숙하게 닫는 모습
(아, 나도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꼭 미국비행기 한 번 타봐야지 이 느낌 꼭 한번 경험해봐야지 )

삼십분을 기다려 먹는 전통 샌드위치에도 아주 멋진 의미부여를 할 수 있고 나에게 ‘빠시엔시아‘(인내심)을 알려준다
그리곤 양말 세 켤레와 속옷 세 벌을 빠는데 200페소, 우리나라 돈 4만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 금액을 강제 투척 당하는 국제 호구가 된다
(몸소 보여주며 경험치를 쌓아가는 자세라니)

책을 읽는 내내 왜 민숙 초이로 불리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콜롬비아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여권 영문명을 ‘민숙 초이‘로 적었다는 간단한 이유지만 평생 파장이 있는.
이래서 여권 발급때 확인하고 또 거듭 확인을 하는거구나 했다


40일간의 남미 일주는 2019년 7월2일부터 8월 11일까지 멕시코에서 시작해서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까지 6개국을 여행한 일지이며 113장의 사진이 담긴 사진첩이기도 하다
그리고 민숙 초이의 배낭여행이기에 생겨날 수 있는 에피소드와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내 쉰 ‘숨‘이 담겨있는 에세이다

지금이라면 꿈도 못꿀 여행이기에, 호화로운 호텔과 산해진미로 뒤덮인
사진 남기기에 열중한, 밥집이 맛집이 되고 인싸가 되는 그런 여행이 아니기에 방콕중인 생활속에서 책장을 넘기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는 것이다

내가 중남미 여행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여태 살아왔다
그런데 가능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백년을 그 자리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으로 버텨온 유적지 ·유물이 아니라 그 순간이 아니면 경험하고 느낄 수 없는 그것을 위해!!

빨깅 노랑 초록 파랑으로 채색된 중남미 여행이 그래서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빠시엔시아를 몸 속 깊이 스며들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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