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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 저 : 김민섭
* 출판사 : 와이즈베리
어느 조직에나 관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장 노동자도 아닌, 중간자가 존재한다.
그것은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248 中)
운전을 할 줄 모르기에 대리기사님을 부를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남편도 술을 마실 일이 되면 아예 차를 안 가지고 가기 때문에 없었는데요.
올해 들어서 딱 두번 부를 수 밖에 없어서 이용을 했었습니다.
지인이 택시 일을 하셔서 아는 분을 소개해주셔서 했는데요.
각기 다른 두분이 오셨는데, 많이 달랐습니다.
차로 15분이면 가는 거리였고 시간도 비슷했는데 금액부터 해서 좀 달랐죠.
저희야 처음이었으니 최대한 가는 길도 설명하고 주차할때 상황도 설명하고 했는데,
가격부터 너무 난폭하게 운전했던 처음 기사분과 천천히 운전해주셨던 두번째 분..
굉장히 기분이 많이 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약 2주 전이 2번째 경험이었네요.
그러다 정말 며칠 뒤에 읽게 된 이 책.
저자의 첫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읽지 못했지만, 한번 읽어보고 싶게 되더라구요.
지방대 시간강사였던 저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인데 건강보험 등재도 안되고 재직증명서도 못 뗀다는 현실을 책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오히려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1년 3개월을 일하는 동안, 4대 보험을 보장받고 가족을 피부양자로 둘수 있었고
돌잔치에 축의금은 물론 명절에 나오는 선물, 퇴직금까지 입금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를 모두 보장받았던 것이지요.
왜 그가 8년 동안 있었던 대학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교수자가 강의실의 유일한 주체가 되어 말을 쏟아내는 순간 그 안의 학생들은
타인의 운전석에 앉은 대리기사가 되어버린다.
스스로 사유하기를 멈추고 영혼 없는 대답만 기계적으로 하게 된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합니까?" 하는 질문에 주체적으로 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들은 강의실 밖으로 나오며 오히려 사유와 발화의 자유를 찾는다.
마치 운행을 마친 대리운전 기사처럼 다시 온전한 몸으로 돌아온다.
(P34 中)
직접 대리운전을 하면서 겪은 일들과 그의 생각, SNS에 올린 글들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학에서의 학생들의 모습들은 재작년에 TV에서 본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내용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된, 교실에서는 선생님 외에는 말하는 것이 힘든 상황들.
그것이 대학까지 이어지는 현실들...
차의 가격과는 상관없는 손님의 품격들을 이야기 할때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도 보게 됩니다.
일명 진상이라고 불리울 만한 사람들은 물론, 말 한마디를 해도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리운전을 통해서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이 보잖아요.
저도 최근에 평상시 모습과 달리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볼 상황이 생겨서, 한동안 힘이 들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역시 힘들고 어려울때 내 사람들을 알게 되는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생각하게 되는 포인트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의 책 표지와 제목을 보고서는 솔직히 기대는 많이 안했는데요.
읽으면서는 오히려 더 붙들고 읽고 있게 된 책이었으니까요.
가벼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내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이의 장난감을 사왔기에 저건 얼마야, 하고 묻자 "응 저건 대리를 두 번 뛰면 살 수 있어"라고 했다.
모든 물건을 살 때마다 1대리, 2대리, 하고 화폐의 단위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사야 할 물건만 사게 된다고 해서, 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하긴, 그러면 무엇도 쉽게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P105 中)
잠든 아이를 두고 아내와 남편이 함께 밤에 대리운전을 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 방면이 더 빨리 많은 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으로 보기에 얼마나 그 상황에서 부부의 마음이 힘들었을지 이입이 되서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CCTV로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가 아주 어릴때 잠시 윗집에 있던 시댁에 5분간 올라가 있는 동안 아이가 울어서 그 후로는 아이를 한시도 떼놓고 나가지 못하게 된 경험이 있었거든요.
중고등학생이 되면 또 틀릴런지요.
장난감에 1대리, 2대리를 붙인다. 정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현명한 소비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요즘 아이들은 소비에 대한 개념들이 많이 무뎌져서 저도 그럴까봐요.
이건 아빠엄마 1시간 2시간 이렇게 해야 이해할런지... ;;;;
스스로 한 발 물러서서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공간을 바라보는 일은 절대로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은 주체들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행위다.
그러고 나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행동과 말은 통제되더라도 사유하는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을 아주 어렵게 배웠다.
(P77 中)
얼마전에 종영한 TV 방송이 있지요. 만화와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거기서도 등장인물 중 하나가 괴물에 먹히는 그림과 글을 남기는 모습이 있습니다.
저자도 말합니다. 다시는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겠다고....
자신을 타인의 눈으로 본다.. 쉽지 않을 일임이 이해됩니다.
어려운 행위인데요. 그 과정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같이 듭니다.
저도 회사에서 경계인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느낍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 책이 저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는 기회를 준것 같습니다.
저자의 다음 책도 많이 기대가 되고 어떤 이야기를 그려줄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