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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평점 :
몽화 夢花 : 1940, 세 소녀 이야기
* 저 : 권비영
* 출판사 : 북폴리오
등장하는 인물들이 영웅적이지 않아서 밋밋할지 모르지만,
읽다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 소녀의 처지가 오히려 측은해질 것이다.
집필 후기에 있던 작가의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의 일반적인 백성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영웅적이지 않은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문장입니다.
2010년,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 또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http://blog.naver.com/dlruddhr2001/220672093317
손예진,박해일 주연의 영화도 개봉한다고 해서 어떻게 그려질지 꼭 볼
예정인데요.
얼마전에 온 가족이 함께 영화 '동주'를 흑백영화지만 기억에
남게 보고 책도 찾아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봉한 영화
'귀향'.
모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한 펀딩을 통해서 후원을 한게
고작이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역사에, 영화 개봉에 꼭 도움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큽니다.
몽화(夢花)
꿈꾸는 꽃이라는 뜻의 제목.
1940년을 살던 세 소녀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동주,귀향,몽화....
2개월
동안 함께한 영화, 책은 다시 한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940년.
일본의 탄압은 더 심해지고 창씨개명은 물론 남성 여성을 떠난 강제 징용이 매우 심해지던
시기죠.
더불어 조선 또한 광복군을 창설하고 꾸준한 독립 투쟁을
이어갑니다.
광복의 기운이 다가오며 더 횡포가 심해진 일본과 그에
버티어야 하는 조선의 백성들.
1940년부터 광복까지의 시대를 살던 세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 시기 영실, 은화, 정인은 각기 다른 처지, 나이도 조금 다른 소녀들이지만 친구가
됩니다.
정인은 당시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아버지로 인해서 잘 살던
소녀.
그래서 그의 오빠나 정인은 학생, 소녀들이 위기일때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지 않았던 정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어쩌면 다른 두 소녀가 보기에는 먹고 살기 힘들지 않고 복에
겨운 소리라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유학 후엔 미국으로 결혼까지 해서 가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정인이 행복했을까요?
아버지를 증오하고 외롭고 미술에만 빠져서 지내게 되는 정인의 모습이 편지에서
그려집니다.
그래도 친구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는
정인.
우리들 몸이 더러워진 것은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죠.
우리는 전쟁을 원한 적도 없고 전쟁에 미친 군인들을 위무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건 미친 바람이 지나간 자리일 뿐이에요. 바람은 곧 잠들
거에요.
(P243 中)
은화, 화월각에 살던 소녀.
부모를 잃고 태선 어미에 의해서 거둬져 키워진 소녀입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타고난 의지가 강한 소녀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기생집에서 자란다는 사실이 그녀를 그곳에서 버티지 못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맙니다.
반전이지만, 태선 어미의 사정이 나중에 밝혀지면서 은화의 인생이
더 안타까워집니다.
화월각은 기생집이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쓰던
이들에게 군자금을 대던 곳입니다.
실제로 당시 이런 곳들이
있었겠죠.
태선 어미의 최후의 모습이 그래서 더 와
닿았습니다.
아들 태일과 아버지의 만남에서야 그녀의 진실을 알 수
있었으니까요.
은화가 만약 떠나는 선택 대신 그대로 있었다면, 그녀의
인생은 조금 달라졌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은화의 삶이 가장
안타까워서요.
하지만 정한우를 만난 후의 삶은 또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의지가 강한 소녀기에 말입니다.
주재소 순사를 때려 만주로 떠난 아버지, 그리고 찾아나선
어머니.
영실은 그렇게 경성의 이모에게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정인과 영실은 평생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모 을순의 정부 나카무라를 통해 결국 일본으로 향하게
되지만 세 소녀는 편지로 연을 이어갑니다.
하룻밤 인연인 태일, 정인과
아버지로 인해 맺게된 인연 칠복.
영실은 시대의 흐름속에서 경성에서
일본으로, 다시 부산으로 이동합니다.
그 가운데 많은 일들을 겪지만,
개인적으로는 칠복을 믿었으면 하는 맘도 피어나는건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영실은 끝까지 힘을 냅니다.
100장의 카드에 100수의 시조 초장 혹은 중장을 적어 놓고
‘꽃쪽’이라 부른다.
‘엽쪽’이라 부르는 또 다른 100장에는 같은
시조의 종장만 적혀 있다.
꽃쪽 초장 또는 중장을 읽어서 엽쪽을
찾아내는 놀이, 가투
(P104 中)
세 소녀의 이야기가 중심이면서 그 외 주변의 많은 인물들이
그려집니다.
현실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말이지요.
작년에 한창 이슈셨던 하시마섬 이야기는 탄광촌 이야기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위안부 내용,
일본의 앞잡이를 한 이들은 여지껏 잘
살고 있는 현실을 보면 분명 1940년대의 이야기인데
현실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킵니다.
이 모든것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이어져
있기 때문이겠죠.
이 외에도 잘 몰랐던 가투라는 놀이, 등장하는 우리의
시조도 등장합니다.
시조를 읽는 여인들의 모습이나 소녀들의 모습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짓밟혀도 스러지지 않았던, 꿈을 꾸는 소녀들의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책 속에
나온데로 미친 바람이 지나간 자리라고.
힘내시라고 작지만 이렇게라고
위로드리고 싶습니다.
권비영,북폴리오,몽화,194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