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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시습이다 ㅣ 푸른빛 가득한 시리즈
강숙인 지음 / 여름산 / 2013년 1월
평점 :
나는 김시습이다 - 금오신화에 담긴 깊은 뜻을 알게 되다...
* 저 : 강숙인
* 출판사 : 여름산
조선의 여러 왕 중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그 중 단종, 정조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안타깝기도 하구요.
이 두 왕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사극으로도 많이 나옵니다.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나라의 보물로, 인재가 될 인물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시대를 잘못 만나 떠돌던 이들이 있습니다.
김시습도 그런 사람 중 한명입니다.
신라 왕족의 후손이자 글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던 김시습.
세종의 총애를 받아 다음 왕들에게 훌륭한 조력자가 되리라 충분히 기대를 받았건만...
세상은 어찌 되려고 했는지 출사하기 전에 세상이 뒤집어집니다.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여 왕을 보필하는 길 대신 다른 길을 택한 그.
바로 생육신 김시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속살은 세종께서 어린 내게 보여 주신 성은에 감읍하여 내가 그분을 내 군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시대가 정해 준 임금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평생 사랑하고 섬길 임금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 그로 인해 그날 이후의 내 삶은 오직 한길로만 정해졌다는 사실이었다. (P27)]
조선 초, 삼촌이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사건은 이전에 있었던 형제간의 피를 부른 다툼보다 더 잔인했습니다.
그것은 뛰어난 성군 뒤에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더 크게 슬펐던 일이기도 하죠.
병약한 형 대신 왕이 되고자 했던 삼촌은 어린 조카를 내치고 권력을 사로잡습니다.
이 때, 선왕께서 이런 일을 예견하시고 노신들에게 세손을 부탁했드랬죠.
그리고 사단이 일어납니다.
결국 어린 왕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 그리고 그들을 치고자 했던 이들이 갈리며 왕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인재들이 가족들과 몰살을 당하고 귀양하고 온갖 화를 당하게 됩니다.
당시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발각되어 죽은 6명의 신하, 즉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김문기를 사육신이라 합니다.
죽음으로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단종을 위해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6명의 신하, 즉 김시습, 성담수, 원호, 이맹전, 조려, 남효온은 생육신이라 합니다.
이들은 불사이군(不事二君)을 지키면서 벼슬은 커녕 세상을 버리고 두문불출 하거나 세상을 방랑하기도 하였습니다.
김시습은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세종을 알현하고 그를 주군으로 생각하고 모시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그는 두 임금을 섬길 수 없으므로 인해 미친척을 하며 살게 되죠.
단종 복위 운동이 들통이 나면서 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함께 하지 못했던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떠나 스님이 되는 김시습.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모든 사람이 다 출가한다면 세상은 돌아갈 수가 없지. 잘못된 세상 속에서라도 제 몫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있어야만 세상이 언젠가는 제 길을 찾게 되지 않겠다.]
['내가 만약 집현전 학사들처럼 관직에 있었다면 내 한 몸 던져 의를 실천할 수 있었을까? 나는 출가하는 것으로 창창한 미래를 포기했다고, 대단한 의를 행한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사실 과거에는 아직 합격하지 못했으니 내 앞에 정말 창창한 미래가 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허나 집현전 학사들은 이미 관직에 있으면서 미래의 영화를 보장받고 있는데도 그걸 헌신짝 버리듯 하고 이 난폭한 시대에 자신이 해야 할 의물르 다하려고 목숨을 걸었다. 과연 내게는 그분들을 뒤따를 진정한 용기가 있는 것일까?' (P69)]
이 문구가 사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김시습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었지요.
살아남았지만 과연 자신이 그들의 위치에 있었다면,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에 대한 생각.
이 시대에 많은 충신들이 이런 생각을 대부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금오신화.
학교 다닐때 시험으로도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이 주가 되었고 최초의 소설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총 5까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만복사저포기 萬福寺樗蒲記>
<이생규장전 李生窺牆傳>
<취유부벽정기 醉遊浮碧亭記>
<남염부주지 南炎浮洲志>
<용궁부연록 龍宮赴宴錄>
이 글을 보면서 김시습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으며 이야기 가운데에 왕위 찬탈의 실상을 자신도 모르는 와중에 드러낸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제서야 이 금오신화가 다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금오신화를 보면 너무나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김시습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은, 생육신에 대한 이야기로 그동안 사육신 위주의 이야기 속에서 조금 다르게 다가왔던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당대의 여러 정난, 사화의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이를 밝히지 못했던 많은 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구요.
그들이 염원이 어떠했는지,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금오신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하였습니다.
김시습.
이 책을 더불어 다시 역사 공부에 불을 지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같은 사건을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