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부탁해
레나테 아렌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언니, 부탁해




* 저 : 레나테 아렌스 크라머
* 역 : 서유리
* 출판사 : 레드박스



얼마전에 여동생이 아기를 낳았습니다.
하필 그때 제가 중국으로 출장을 가서 아기 낳을때 가보질 못했네요.
그 뒤에 가보려 했더니 조리원에서 안 보여준다고..
아직도 못 보고 있는데 드디어 다음주에 보게 된답니다.
제가 다 떨리네요^^ 사진으로 보긴 했는데, 조카가 얼른 보고 싶답니다.
제가 맏이, 그리고 밑으로 여동생 남동생이 있는데요.
어릴때 참 많이 싸웠네요.
치고박고도 싸우고 말로도 싸우고.....
그런데 자라고 나서는 그럴 일이 거의 없네요.
다 추억이 되고 지금은 더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동생이 결혼 후 멀리 가서 살고 있긴 하지만요.
남동생은, 좀 다르긴 한데 확실히 여동생이 더 편하고 좋긴 해요^^
여동생이 있다보니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가족의 이야기, 자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운데 용서와 화해의 이야기랍니다.




책 제목을 보곤 왠지... 어떤 느낌의 책일지 감이 오더라구요.
그리고 앞 부분을 보고서는 대강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결말이 예상이 되면서도 이 책을 놓을 수 없었던건 주인공 자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들, 과거의 이야기들이 섬세하게 펼쳐졌기에 이입이 잘 되었답니다.


남자친구와 평화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작가 프랑카에게 어느 날 일상을 모조리 뒤엎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잊고 지냈던 동생 리디아와 조카 메를레가 아침부터 나타났기 때문이지요.
꼬질꼬질한 몸으로 집으로 쳐들어온(프랑카 입장에서는 그럴수밖에 없는 표현) 두 사람.
실랑이 끝에 리디아는 쓰러지고 메를레를 프랑카가 돌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리디아랑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닮았어."
"나는 너희 자매를 볼 때마다 항상 너희가 같은 것을 갈망한다고 생각했어. 다만 서로 가는 길이 다를 뿐이지."
"증오 역시 너희 자매의 공통점이야."


25년지기 친구 에스터를 통해서 많은 위안을 받고 있는 프랑카.
병원에 입원한 동생 대신 조카를 돌봐야 하는 프랑카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 에스터.
그리고 결혼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사귀고 있는 피아니스트 얀.
이들이 없었다면 프랑카는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아이를 키우는게 두려워 결혼하지 않고 임신하지 않았던 프랑카.
동생 리디아의 아이 메를레를 처음 봤을때부터 좋아했던 프랑카.
7살이 된 메를레를 키우게 되면서 그녀는 서서히 변화해갑니다.
자신의 삶을 바꾸면서까지 메를레를 안정되게 키우고 싶었던 프랑카.
그 가운데서 발생되는 갈등들은 역시 프랑카와 리디아의 과거부터 시작된 서로에 대한 미움때문이었습니다.
엘리트 아버지와 예술가적 기질이 뛰어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카와 리디아.
둘째는 원치 않았던 아버지는 리디아를 원래부터 싫어합니다.
프랑카는 공부를 잘해서 그걸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리디아는 자신을 닮았다면서 엄마가 편애하죠.
예쁘고 노래 잘했던 동생을 가끔은 질투했던 언니 프랑카.
리디아는 언니의 첫사랑을 빼앗거나 일기장을 훔치거나, 어릴때부터 약을 하면서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부모의 관심이 적었던 가정이다 보니 언제나 동생의 보살핌은 언니 프랑카의 몫.
그게 프랑카에게는 얼마나 스트레스였을지...
리디아에게 계속해서 몇번이고 당했던 프랑카는 한번 돌발 행동을 하죠.
물 속에 동생을 집어 넣는...
이런 기억들은 두 자매 사이에 공존합니다.
그렇기에 현재도 서로 앙숙이고 조카까지 이모를 마녀로 보는 사태까지 만들어버리죠.
하지만, 병 앞에서는 장사가 없죠.
날카로운 칼 같던 리디아도 자신의 병 앞에서 또 딸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언니를 믿어갑니다.
아니, 어쩌면 둘은 원래부터 믿고 사랑했던 자매였을거에요.
단지, 가는 길이 달랐을 뿐.






'우리 리디아, 내 동생 리디아.' 나는 리디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순간부터 나는 리디아를 사랑했다. 짙은 머리카락 그리고 자그마한 홍당무 얼굴. 누가 나보고 리디아가 동생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행복해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P155)


이 글을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동생들 모습도 보고 싶었구요.
프랑카의 마음이 고스란히 와 닿았습니다.
프랑카가 리디아와의 대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얀과 프랑카의 대화, 에스터와 프랑카의 대화들 또한 그 표현이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결국 동생을 책임져야 했던 프랑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리디아에 대한 화남과 언제나 동생의 그림자를 봐야 했던 프랑카의 안타까운 모습이 남습니다.
얀과 에스터가 있기에 프랑카가 견뎠을 테지만, 동생이 가족이 그녀에게 큰 힘과 사랑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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