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한테 잘해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3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영우한테 잘해줘 - 가슴이 먹먹해지는...


* 저 : 박영란
* 출판사 : 자음과모음




올림피아드가 장난인 줄 아나, 그냥 좋아서 하게?
넌, 좋아서 하는 거 아니었냐?
ㆍㆍㆍㆍㆍ.
그럼, 왜 하냐? 이 공부.
ㆍㆍㆍㆍㆍ할 수 없이 하는 거야, 난.
왜?
다른 할 게 없으니까!
너도 재미있는 놈이긴 마찬가지야!
(P12)

우리 아이들도 조금만 더 이렇게 말하고 이런 생각들을 할까?
아직은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 입학까지...
즉 16~20세에 걸쳐있다.
주인공인 나와 그 녀석은 실제론 한살 차이여도 그 사정은 뒤였기에 친구처럼 지낸다.
16살, 과고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이들.
이들의 대화, 문자 내용, 생각들이 내가 자란 그 시대와 비교되면서 뇌리에 남는다.
그런데 책 속에 영우란 이름의 친구들은 등장하진 않는데.
이 영우는 과연 누구인가? 누구길래 그 녀석은 마지막 문자를 그리 보냈을까?



우리는 KBO를 준비하는 중 3이었다.
과고에 들어가지 못하면, 패배한 '찌질'한 기분을 보통 아이들보다 3년 먼저 맛볼 수 밖에 없었다.
과고나 외고를 준비하지 않는 아이들은 대학 입시에 가서 성공과 실패의 기분을 느낄 것이지만, 우리는 달랐다.
과고 입시에 성공해야 대학 입시도 성공적일 것이라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 (P70)

얼마 전에 어떤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밤에 잠을 덜 자기 위해서 다양한 음료를 섞어 만든 정체불명의 음료에 대한 기사.
효과는 좋지만 잘못하면 사망할수도 있다는 음료수.
잠을 적게 자야 하는 대상이 누가 있을까?하고 보는데 주 이용층이 학생이란다.
잠을 자지 않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루 24시간 중 4~5시간은 잠자고, 학교나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 1~2시간 빼고, 나머지 17~19시간 동안 공부만 하는 일 외에 무언가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했었다.>라고 말하는 아이들.
4~5시간은 잘 수 있을까?
이 책의 나와 그 녀석도 기껏해야 3시간여 잔다.
커피를 4잔씩 먹는건 예사로 하면서...
오히려 평균 정도 성적의 친구들보단 상위권 친구들이 더할 것이다.
그 점수대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열 여섯. 공부와 시험이 다인 친구들.
책 속의 나는 늦은 때에 16살에 시작했지만 그 녀석을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이미 시작한지 오래란다.
녀석은 초등학교때부터 준비했고 신족이라 불리울 정도로 학원가에선 유명한 친구.
주인공이야 아빠의 핏줄에 대한 회의로, 사회의 편견에 대한 반응으로 공부에 올인한 케이스.
이 둘의 조합이 묘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리긴 한다.
둘 다 공부에서는 탑을 달리는 친구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아.. 이 친구들은 초등학교때 놀긴 해봤을까??
제대로 놀아본 기억이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면ㆍㆍㆍㆍㆍ 이 세상에 대해서 아무 고민도 없으면 도리어 행복을 찾기 쉬워.
아주 단순하게. (P189~190)


셀리그먼 실험.
코끼리나 쥐나 소나 인간이나 다를 바 없어.
빠져나오지 못해 본 상황, 극복해보지 못한 일들, 거듭 좌절한 경험은 몸이 이미 기억하고 있는 거.
그래서 좌절도 습관이 되는거.
코끼리 봐, 어릴 적에 묶여 있던 가느다란 끈을 덩치 큰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묶여 있잖아.
다리 한 번 세게 휘두르면 툭, 끊어질텐데 말이야.
개도 마찬가지.
전류로 인한 고통 때문에 겪은 좌절 습관에 절어서 더 이상 전류가 흐르지 않는데도 울타리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거.
그 안에 자발적으로 갇혀서. (P196~197)


땅 부자가 된 녀석의 집, 아버지가 부끄러운 나.
이 둘은 묘한 유대감으로 공감대를 형성 친구가 되었다.
학원가 10명의 올림피아드 준비생 내에서도 조금 더 친했던 이들.
긴 공부 시간 가운데 10명이 뭉쳐다니면서 먹는 저녁이나 아이들의 행동들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범죄는 아니다.
왜 녀석이 그렇게 지목이 되고 좋아하는 아이에게 그런 심한 말을 들어야 하는지..
겉 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요즘의 모습이 투영된듯 하다.
그리고 학원에서 떨어지는 아이들.....
안타깝다. 공부 때문이었다고 봤지만 집단 구타의 사유.
그리고 점점 불안해지는 녀석의 모습들.
이미 초반에 뒷 이야기가 살짝 언급이 되면서 결말이 예상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제발 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보게 된다.
덩치만 큰 오히려 순수하고 단단해 보이는 녀석이 왠지 끌리기 때문이다.

내게 남아 있는 미지의 시간들에 아무런 호기심도 일지 않았다.
그런 것 따윈 이미 다 보아버린, 다 알아버린, 그런 기분이 들었다. (P264)


어느 순간 나는 암흑의 핵심과 마주쳤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녀석을 알았던 것이다. 녀석을 이해했던 것이다.
녀석이 끊어내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던 것이다.
녀석이 끊어내려고 했던 것은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직 익숙해져야 하는 하나의 세계였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던 것이다. (P269)

결국 터지고야 만 사건.
그리고 잊혀졌던 영우라는 이름.
나름 친했던 그들이 점점 소원해지는 모습들.
공부에 찌든 아이들의 모습.
단답형의 문자.
고등학교때는 친구 사귀기 이상하다는, 중학교에서 이미 친구들은 다 만들어둬야 한다는 말.
요즘은 이런가? 세대가 이렇게 변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왜 녀석은 그렇게 꼭 했어야 했나 하는 안타까움과 화남이 동시에 든다.
좀 더 살아보지. 살아서 끊어낼 수도 있었을텐데...






강과의 '여행자를 위한 여관' 이름.
영우한테 잘해줘!


결국 왜 이런 제목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는 알았다.
그리고 책을 덮음과 동시에 먹먹함이 함께 밀려온다.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인가?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서?
나도 이런 사회를 만들어 내고 있는 주범은 아닐까? 부모 세대로서...

청소년 소설인데, 아이들 둔 부모님들이라면 한번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읽는 내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00한테 잘해줘! 잊지 못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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