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언덕
한나 얀젠 지음, 박종대 옮김 / 비룡소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천 개의 언덕



* 저 : 한나 얀젠
* 역 : 박종대
* 출판사 : 비룡소




이 책을 보면서 안네의 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의 6.25 전쟁의 학살들과 얼마전에 기사가 뜬 베트남에서의 우리의 학살까지...
아무래도 전쟁과 학살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으리라....
그 중 안네의 일기가 가장 더 많이 떠오른건...
안네는 일기를 통해 기록을 남겼고, 그 당시 사망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잔은 양어머니를 통해서 기록을 남겼고, 현재 많은 가족들과 살고 있으며, 르완다 이야기가 영화화 되었다.
쉰들러 리스트와 호텔 르완다라는 영화가 또 비슷한 점이다.
그 악몽의 순간, 수많은 목숨 (1100~1200명이라는 비슷한 숫자까지..)을 살린 두 영웅을 다룬 영화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엔 더 오랜 세월이 지났고 많이 우리들이 정보를 알고 있다.
아무래도 규모 자체가 세계대전이니 그럴 것이다. 여러 국가들이 얽힌 전쟁.
르완다의 경우엔 민족의 내전이다. 같은 민족 내에서 단 100일 동안 약 100만명이 말 그대로 학살을 당했다.
어제의 이웃이 오늘은 적이 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살해한다.
한 편에선 빨래를 널며 하루를 평온하게 시작하고, 한 편에선 사람을 죽이는 광경이 일반 마을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이게 가능한가?
가능하다. 이 내용이 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를 전하는 소녀 잔 다르크 우무비에이라는 가족 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다.
투치족과 후투족의 르완다 내전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이야기.
지금은 양어머니인 작가(한나 얀젠)와 여러 형제자매들과 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잔의 이야기를 어머니가 기록한 내용이다.
앞 부분은 어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잔의 기억을 더듬어 기록한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앞에서 죽어가는 엄마와 오빠, 그리고 사라진 가족들, 죽어가는 이웃들을 본 소녀의 기억을 들춰내는 것은 어찌보면 잔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충분히 공감하면서 기다린듯 하다. 이야기를 나눌때까지...
그리고 잔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정도 악몽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평생 가지고 갈 악몽 중 일부일지라도 말이다.



세상이 영원히 어둠에 잠기고, 마지막 온기마저 네 몸에서 빠져 나가는 그날이 돼야 고향의 태양을 잊을 수 있을까?
고구마의 맛을 잊을 수 있을까? 원래 그 맛은 어땠을까? (P43)


어찌보면 천방지축이었던, 하지만 그 시대의 영향 때문인지 8살임에도 조숙했던 잔.
잔의 생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다.
할머니의 집에 온 친척이 다 모여서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날 라디오에서 나온 소식 하나로 마을엔 이상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그리고 다른 마을에 살던 친척의 소식을 전하러 온 소년.
잔의 마을도 그리고 나서 내전에 휩싸인다.
내 민족이 어딘에 따라 갈렸던 운명들.
부자였던 이들이 죽임을 당하고 그들에게 고용되어 일을 했던 이들이 부자나 주인이 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어제는 바로 옆에서 살던 이웃을 오늘은 찾아가 죽이는 세상으로 변한다.


잘 피해서 도망다니던 투치족인 잔의 가족들과 다른 이웃들.
시장의 도움을 기대하던 이들은 그들의 함정에 걸려들어 말 그대로 살육의 현장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직감으로 빠르게 도망 나온 잔.
멀리 도망치지지만 그곳에서 돌아본 곳의 모습은...
죽어가는 엄마였다.
잡힐 위기에서 열심히 도망쳐 만난 아빠와 오빠 장도.
도망다니면서 만난 이웃의 소식으로 동생 테야도 죽은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도피 행각도 결국 들켜 장도는 잔의 앞에서 죽고만다. 아빠도 소식이 없고.
결국 잔만 남은 상태서 옆집에 살던 아주머니를 따라 후투족 마을로 들어가게 되는데...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어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던 소녀.
그녀가 힘든 여정을 거치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잔.
그녀의 용기, 삶에 대한 의지, 그 모든 것에 응원을 보낸다.
왜 제목이 천 개의 언덕인지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아픈 이야기다.
우리도 이런 역사들이 있기 때문에 더 아프다.
게다 이런 전쟁에선 항상 여자, 아이들도 피해자에 속하는데...
그게 더 가슴이 아프다.
그것도 죄없는 아이들이 말이다.
그 가운데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픈 기억도 하나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삶에 대한 의지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전쟁이란 것은 정말 최악의 경우에라도 발생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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