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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꽃 - 백성들을 굶주림에서 구한, 조엄 ㅣ 아이앤북 문학나눔 2
조경희 지음, 흩날린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고구마 꽃 - 고구마가...지하철에서 눈물이 주르륵... 백성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보여준 이들이 있었기에..
고구마하면 전 추억이 있어요.
대학생 시절, 10년도 넘어 전이네요.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외가에서 조카들과 있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지나갔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고구마와 관련이 있었답니다.
어릴때 고구마를 캐러 갔었어요. 할어버지와 할머니랑 울 엄마랑요.
호미를 쥐고 캐다가... 조심 조심 뿌리랑 고구마 다치지 않게 잘 캐야 하는데...
이게 살살 해야하거든요.
어린 아이가 조심한다고 해도 실수가 있었죠.
고구마에 상처를^^;; 덕분에 할아버지에게 쬐금 혼났었답니다.
대신 상처난 고구마는 그냥 먹었죠. ㅎㅎㅎ
그냥 먹어도 달달했고 쪄서 먹어도 맛났던...
할머니께서 해주신 김치랑 먹던 고구마..
지금은 흔하죠.
많은 이들이 편하게 사서 먹을 수 있는 고구마.
호박 고구마, 밤 고구마 등 종류도 다양한 고구마.
특히 겨울철에 길다가 구워 파는 밤과 고구마는, 별로 먹고 싶단 생각이 없어도 그 냄새 때문에 사서 먹게 됩니다.
이런 고구마가, 절 울려버렸습니다.
고구마가 어떻게 우리 나라에 전해져왔는지..
지금과는 다른 의미의 고구마였기에, 이분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니..
어떤 의도로 작가께서 이 책을 쓰셨는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저희 아이도 아마 자연스럽게 느낄 것입니다.
읽다보니 그럼 다른 채소나 야채 기타 등등.. 궁금해지는게 많아지더라구요~
공부 좀 해야겠어요~
"너 혹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 줄 아니?"
"...먹을 게 없어서 할 수 없이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어서 그런거야. 나야 다 컸으니까 질겅질겅 씹다가 삼켜도 괜찮은데 내 동생은 아직 어려서 잘 씹지 못해. 그래서 소나무 속껍질이 똥구멍에 걸려서 잘 안 나오는 거야. 그게 가난이야. 가난은 그런거야. 먹을 것이 없어서 풀뿌리를 먹거나 나무 껍질 같은 것들을 벗겨 먹고 똥구멍이 찢어지게 피똥을 누는...."
겨울 네살박이 아이가 먹지 못해 피똥을 누고 있었습니다.
그 의미를 홍경이를 통해서 엄이는 알게 되었지요.
최홍경은 소론 집안의 서얼, 엄이는 노론 집안이지만 청렴한 아버지를 둔 가난한 집 양반입니다.
서당을 같이 다녀 아는 사이지만 홍경에게 엄이는 적대 대상일 뿐이었죠.
하지만 그들 부모님 대에서의 인연이 밝혀지고 어느 순간부터 홍경과 엄이도 가족처럼 자랍니다.
그 와중 잃게 된 홍경은 동생이 계속 눈에 밟히고 엄이에게 있어서 작은 아이는 가슴 속의 길이 됩니다.
"해거름에 이웃 마을에는 뭣 하러 가우?"
"동생 버리러 간다. 흑!"
"안 돼. 가지 마우.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거우!"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살리고 봐야지."
꼬분네야 꼬분네야
너 어디로 울며 가니
우리 엄마 젖 먹으러 산에 간다.
(동생을 이웃 마을에 버리고 오면서 홍경이가 부른 노래)
하도 먹지를 못해 미음조차 삼킬수 없이 약해진 작은 아이.
가난 때문에 점점 약해져가는 어린 동생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홍경이의 마음이 느껴지고,
그를 바라보는 도와줄 수 없는 그저 바라만 보는 안타까운 마음의 엄이도 안쓰럽습니다.
동생을 부잣집 앞에 놓고 온 바로 다음날 찾으러 가지만..
사라져버린 동생...
동생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지.. 읽는 내내 궁금했드랬습니다.
신분의 차이, 당파의 차이로 인해서 엄이는 과거를 통해 생원시를 거쳐 주요 관직으로, 홍경은 그 신분에서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역관이 되기 위해 같이 공부하고 의지가 됩니다.
서로 다른 길을 갔지만,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통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 현재의 마음 등이요.
2살의 나이차, 노론과 소론 이런건 그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육지로 가는 명나라의 사신단은 지원해도 바다로 가는 일본의 통신사는 기피하던 때,
엄이는 홍경과 함께 하기 위해, 함께하는 순간이 행복하기에 통신사로 지원하여 그렇게 그들은 일본으로 향합니다.
오랑캐의 나라라고 업신여기던 일본에서 크나큰 충격을 받은 엄.
그리고 고귀마라고 해서 달고 따뜻한, 먹어서 배가부른 식물을 알게 됩니다.
고귀마를 보면서 엄과 홍경은 조선의 백성을 생각합니다.
굶주림에 죽어 나가는 백성들을요.
고귀마 키우는 방법을 상세히 배우고 기록하는 그들.
최종적으로 고귀마 종자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그들.
그 과정에서 홍경은 그의 말처럼 고구마를 쥐고 놓치않습니다. 대신 생명을 놓고 말죠.
대마도라는 곳에는 먹을 수 있는 풀뿌리가 있는데 생김새가 무뿌리와 같으며 생으로 먹을 수도 있고, 구워서 먹을 수도 있고, 삶아서 먹을 수도 있다. 떡을 만들거나 밥에 섞어도 된다. 어떻게 하든 되지 않는 것이 없으니 가히 흉년을 지낼 수 있다.
책을 펼친 동래부사 강필리는 첫 문장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 흉년에 굶어죽는 백성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역시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했다. 엄이 준 고귀마 종자는 그런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다.
최홍경, 조엄 외에 동래부서 송문재, 강필리.
이분들 덕분에 고귀마는 조선에 무사히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재배에 성공하게 되죠.
신분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달랐던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함께 이루었습니다.
그건 바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가난한 백성, 굶주린 백성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어려운 고귀마 재배를 고생 끝에 성공하게 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홍경의 무덤가 주변의 고귀마들.. 홍경은.. 행복했을 것입니다.
보릿고개 넘기느니
고구마 나물 한 접시에
고구마 밥 한 사발
그래도 배가 고프거든
고구마 빼대기 한 주먹
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림이 참 아련합니다.
초등 고학년 대상 책이거든요.
내용도 그렇고 글밥도 그렇고요.
그림과 책 내용이 너무 잘 어울리면서 감정을 자극했더랬습니다.
조엄이 되어 당시 시대상을 볼 수 있었고, 백성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답니다.
엄에게 있어서 은과 비단은 귀한 물건이 아니었다. 관리에게 있어 가장 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백성'일 터였다. 백성이 없다면 나라가 없고, 나라가 없다면 관리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가.
모든 관리들이 이런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정말 그 나라가 최고의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분들 덕분에 목화씨도 들어와 백성을 따뜻하게 해줬고..
고귀마 덕분에 (후에 아이들이 쉽고 편하게 부르면서 고구마로 바뀜) 가난에 허덕이고 먹을게 없어 죽어가던 백성들이 살 수 있게 되었고..
고구마 덕분에 조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 수 있었으며..
당시 조선과 일본의 상황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위인전엔 따로 나오지 않는 분이라, 아들도 새로운 위인을 만나게 되어 기뻐하였드랬습니다.
작은 아이와 홍경의 죽음을 통해 너무 마음에 깊이 담겨버린 이야기...
덕분에 퇴근길 지하철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고구마가 이젠 단순히 고구마가 아니게 되어버렸죠.
아는만큼 보인다..
이젠 다른 것을 알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후로 어느 주제로 쓰실지 굉장히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