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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아이
정광조 그림, 김의담 글 / 작가와비평 / 2012년 3월
평점 :
빨간 아이
독특한 그림과 문체의 책, 상상과 몽상의 경계~ 의 작가 김의담 님의 빨간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표지부터 굉장히 강렬하고 인상적인....
제목과 묘하게 들어맞아버린 표지였지요.
어떤 내용이기에~ 이렇게 강한 제목과 표지가 나올 수 있었을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약 20년 전에 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아들과 딸이라고, 유명 배우들이 나왔던 드라마지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아들과 딸에 대한 내용인데요.
주인공 이름이 바로 귀남, 후남, 종말 등으로 이어집니다.
아주 제대로 된 남아선호 사상을 보여준 드라마였어요.
쌍둥이였던 귀남이와 후남이는 특히 어머니에게 온갖 차별을 받았었습니다.
제가 그때 10대 중반이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한대도 이 드라마 보면서 욱~ 했던 적이 꽤 있었습니다.
워낙 차별을 했었어야죠.
이 책에 나온 문희와 오빠의 대우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내내 그 드라마의 장면들이 종종 생각나더라구요.
주인공은 문희.
대배우의 이름입니다.
문희는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습니다.
오빠와는 다른 외모, 곱슬 머리에 까만 얼굴, 튀기라 수근거림을 받는 아이..
갓난 아기가 어머니의 손길에서부터 멀어지며 결국 버려지는 상황까지 오고 맙니다.
무엇이 그 아이를 버려지게 했을까요?
단순히 외모 때문에? 아님 소문 때문에?
엄마 스스로 죄가 없다면 굳이 버려야 했을런지...
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온 아기는 문희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널 위한게 아니야.'
'그가 어미의 첫 자식이고 아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난, 단지 둘째에 딸로 태어난 죄다.'
이 책의 구성이 좀 독특합니다.
말 못하던 아기 시절부터의 문희의 가슴 속 이야기가 주가 됩니다.
문희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의 모습을 그린 것이지요.
문희는 이런 집에서 어떻게 버티며 살았을까요?
저라면??
이 가족에서 문희의 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오빠마저 말이지요.
졸업식날 친구들과 같이 온 오빠지만, 그런 오빠 때문에 더 큰 위기에까지 빠진 적도 있는 문희였어요.
이들은 가난한 까닭에 마음이 빈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치유할 길 없는 마음, 허물어진 마음, 용납할 수 없는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절망하는 것이리라.
어린 아이들을 맡기고 공부에 집중하는 엄마.
술만 마시면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문희네 아빠.
사이비 교주도 되고 결국 이혼까지 하면서 문희네는 좀 안정적이 되어가나 싶습니다.
엄마는 결국 스님이 되고 아비는 한 많은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나고....
그렇게 문희와 오빠도 성장하고 사회로 나가지요.
35년을 산 후 문희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데~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시작될 것입니다.
문희는..
축복받지 못한 탄생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울지 않습니다.
어미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또 오빠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문희의 강함이 드러납니다.
자신은 둘째이고 여자이고 못생겨서 미움을 받는다..라고 머리속에 박혀진양 살아가는 문희.
사랑이 뭔지 아픔이 뭔지 배울 수 있었을까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문희의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10달 동안 품고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요.
하지만 문희는 엄마의 사랑도 함께 받았습니다. 비록 미움도 받았지만요.
아픈 문희를 업고 뛰는 엄마, 외할머니가 아이들을 두고 갔다고 하는 소리에 바로 먹을것을 챙겨들고 오는 엄마의 모습은 영락없는 어미의 모습입니다.
자식이라 하여 내 것을 챙기기 않은 서운함만 생각했다.
'엄마도 서운했을 텐데, 아팠을 텐데....'
자신의 생일상을 차려주지 않는다는 서운함만 생각했던 문희는 엄마의 생일 상을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지지요. 그리고 엄마를 위한 상을 차려줍니다.
독했던 문희도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서서히 성장해갑니다.
'엄마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자식들의 상처였다.'
저는 여자이자 딸이자 엄마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나온 엄마의 입장도 되어보고 문희의 입장도 되어볼 수 있지요.
문희처럼 대놓고 미움을 받은 적은 없으나 그래도 살아오면서 문희와 같은 생각은 종종 했드랬습니다.
속상함과 서운함에 말이지요.
하지만 결국 가족의 사랑안에서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문희의 엄마가 되었다가 문희도 되었다가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빠져들었습니다.
엄마가 업고 뛸때, 엄마의 생신상을 차려드릴때, 엄마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했어요...
책의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과~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 펼쳐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35년, 올해 들어 35살이 된 제게는 마지막 문희가 집으로 돌아온 시간과 같아서 더 공감이 갔던 책이기도 합니다.
여성분들이라면, 많이 공감될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상처, 여자들의 이야기, 가족의 모습, 내면의 소리 등.
성장 이야기라고 하는데, 마지막에 시작되는 문희의 성장이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