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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씻는 날 ㅣ 학고재 대대손손 5
이영서 글, 전미화 그림 / 학고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씻는 날 - '무'의 의미가 책씻기가 뭔지 너무 너무 궁금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나고 나서 사물함을 열었을때이 그 당혹감이란...
선배들처럼 나도 후배들에게 나눠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소중한 사전들이 이미 다 털려(?)버리고 없었드랬습니다.
국어사전, 영어사전 모두요.
어떻게 열었을까? 참으로 궁금했다죠. 분명 열쇠로 막았는데...
다 열려버렸으니... 하긴 저뿐 아니라 몇몇 학생들의 사물함이 그랬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후배들이 보기에도 다행히 깔끔했었던 점이었네요.
만약.. 지저분~ 했으면 그냥 두고 갔겠죠? ^^
(그나저나 대학에 수능으로 한번에 붙었기에 망정이지 떨어졌으면 그 사전으로 또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그게 하나의 책거리, 같은 의미의 책씻이였던거 같아요.
◆ 책거리 : 책을 한권 땔 때마다 학동이 훈장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사.
◆ 책씻이 : 글방에서 학동이 책 한권을 다 읽어 떼었을 때 스승과 동무들에게 한턱을 내는 일.
책거리 또는 세책례(洗冊禮), 책례(冊禮)라고도 한다.
음식으로는 국수·경단·송편 따위를 장만하는데, 특히 송편은 팥이나 콩·깨 따위의 소를 넣는 떡이므로,
학동의 문리(文理)가 그렇게 뚫리라는 뜻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출처 : 네이버 사전)
표지의 아이는 '무'자라는 글자를 보고 표정이 기쁜듯 합니다.
저 뜻이 어떻게 보면 그리 좋은 뜻은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왜 저 아이는 웃고 있을지 궁금했어요.
저희 아이도 그랬구요.
그렇게 책 씻는 날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몽담입니다.
조선 중기의 시인인 김득신[金得臣, 1604 (선조 37) - 1684 (숙종 10), 자는 자공(子公), 호는 백곡(栢谷)]의 어릴적 이름이지요.
이 책에도 나오지만 실제로도 〈백이전 伯夷傳〉은 이란 책을 억만번 이상을 읽었다고 하여 자기의 서재를 ‘억만재(億萬齋)’라 지었답니다.
말이 억만번이지 정말 이게 가능한지.. 게다가 한권이 아니라 만번 이상 읽은 책들이 서른 편이 넘는다고 합니다.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한 시인이에요.
몽담은 어릴 때부터 잘 외우지 못했습니다.
같은 책을 하도 읽어 같이 다니는 종은 외울 정도였지만 몽담은 그러지를 못했죠.
그랬기에 숙부가 자신을 어리석다 말해도 그저 슬플뿐, 맞는 말이기에 속상해해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리 안 외워져도 꾸준히 노력한 점은 높이 살만 했지요.
포기 하지 않고 깨칠때까지 읽고 또 읽고 반복한 몽담.
아버지와의 대화는 그에게 힘을 줍니다.
아버지도 그의 이런 마음가짐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이 대견스럽습니다.
"우리 집에서 저 아이의 글 읽는 소리가 끊이는 걸 본 적이 있나?
큰 그릇을 만들려면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하지."
이 말에서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믿음이 보입니다.
그렇게 열심을 다한 몽담..
다른 친구들은 벌써 몇번이나 책씻이를 했는데 자신은 한번도 못했더랬죠.
이번에도 몽담은 시도합니다. 천자문의 친구와의 사귐에 대해서요.
머리가 백지가 되면서 싹~ 잊었지만 다시 정신을 차려 무사히 외운 몽담...
하지만 과연 책씻이를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훈장님은 몽담의 책이 너무 지저분하여~~ 너무 열심히 공부하여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없음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성적표를 배부합니다.
성적표에는 다양한 한자들이 나옵니다.
ㆍ계鷄 - 닭처럼 일찍 일어나서 지각하지 말라는 뜻
ㆍ우牛 - 소처럼 천천히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
ㆍ근勤 - 서툰 재주만 믿고 번번히 꾀를 부리리 열심히 부지런히 공부해 힘쓰라는 뜻
ㆍ무無 - ???
몽담에게 주어진 이 성적표에는 어떤 내용들이 적혀 있었을까요?
무엇보다 성적표를 한글자의 한자로 적어주는 이 옛날의 방식이 참 보기 좋더라구요.
수우미양가, 0~100점까지의 점수로 나오는 요즘의 성적표들에 비하면.. 왠지 더 정겹다고나 할까요? ^^
보다 더 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서 탁! 장단점을 찝어주는 스승의 마음이 스르르 다가옵니다.
이렇게 몽담은 책씻이를 합니다.
그리고 여러 음식을 함께 합니다. 이 음식들에도 다 뜻이 있어요.
ㆍ경단 : 해를 닮은 둥근 경단처럼 학문으로 세상을 비추어라.
ㆍ송편 : 속이 꽉 찬 송편처럼 머릿속을 배움으로 꽉 채우거라.
ㆍ국수 : 국수 가락처럼 길게 배움을 이어가라.
몽담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
괜시리 아이와 제가 같이 기뻐지더라구요.
도대체 책을 씻는 다는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자세히 보았습니다.
보면서 이해가 되는 듯했어요.
자신의 경험도 생각해보고 말이지요.
책을 읽지 않는 엄마에게 열심히 설명합니다.
한번 설명을 하면서 책 내용도 정리가 되었지요.
그리고 열심히 독서록을 작성해보았어요.
내가 만약 책 속의 몽담이라면? 이라는 가정하에 말이지요.
우리 아이는 아빠한테 혼도 나고 속상해서 많이 울었을거라네요.
이번엔 책씻이를 했지만 물려주지 못했으니 다음엔 물려주자고도 하구요.
힘내라고 몽담이를 응원도 합니다~~~
"재주가 남보다 못하다고 해서 스스로 한계를 짓시자마.
나보다 노둔한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그러니 힘쓰는 데 달려 있을 따름이다."
- 김득신의 묘비에 새겨진 글 중에서 -
사실 옛날에는 입신양명의 길은 학문 아니면 무예였지요.
무예로 나라를 구하는데 힘쓰는 장군이 되거나 아니면 학문으로 정승이 되어 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이름을 알리는 길이었습니다.
기회는 학문 쪽이 더 많으니 공부에 힘을 더 쓴거죠.
하지만 현대는 많이 달라졌죠.
공부가 아직도 최고인 시대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능력이 더 뛰어난 분야가 있다면, 그 쪽으로 재능이 있다면 우리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방면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자들도 많지요.
굳이 억지로 외워지지도 않는데 만번 억만번을 읽는다..라는 것이 어찌 보면 억지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내가 공부에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책의 시대는 오래전이니 그렇게 이해하면 또 끄덕이게 되지요.
지금이라면, 기본만 하면 정말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방면으로 많이 키워주기 위해 더 지원할듯 해요^^
이건 시대의 문화의 또 개인의 생각 차이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몽담의 그 부지런함과 노력은 우리가 무엇을 하던간에 본받아야 할 점임은 맞습니다.
그게 공부건 다른 일이건 간에 말이지요. 꼭 필요한 자세입니다.
유치원에서 동화책을 보고 나면 종종 책거리를 한다고 간식을 싸주세요~ 하더라구요.
아이가 그때는 그냥 책을 다 보고 나서 함께 다과를 즐겼었는데..
그 정확한 의미를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확실히 뭔가 다르셨죠? ^^
열심히 공부도 하고 선생님께 감사의 의미도 담고 또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도 하는 행사..
참 의미 있고 뜻깊은 행사 같아요.
지금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이런 전통은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아니면 집에서라도^^ 조촐히 해보아야겠어요.
앞으로 책 한권을 뗄때마다 한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