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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비탈진 음지
* 저 : 조정래
* 출판사 : 해냄출판사
서울, 서울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세요?
저도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제가 서울에 산 시간은, 제 나이 반 조금 더 되었네요.
그 전엔 경기도에서 살았지요. 지금은 무지 번화가 된 곳^^
전 서울하면, 체육복과 돈이 생각납니다.
왜냐하면 전학 온 첫 날 체육 시간이 있었는데, 전 치마를 입고 있었드랬죠.
그 후론 치마, 안 입었습니다. 교복 외에는요.
전학 온 날의 그 기억이 남아서 그랬나봐요.
그리고 돈은, 아빠가 그때 외국에 돈벌러 가셨던 때라 엄마랑 저희 삼남매만 왔거든요.
가정사를 다 밝힐수도 없고, 집안에 빠~알간 딱지가 붙었던 적도 있었드랬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쫒기듯이 서울로 이사온 느낌이 물씬 들었지요.
첫째고 여자라 그런지 그 후론 돈이라면 아끼고 저축하고 하는게 어릴때부터 워낙 베어버렸네요^^;;
조정래 작가님의 새 책이라고 해서 더 보고 싶었던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뒷 표지에 적힌 내용이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 조정래"
4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이 없다고 하는 말도 그렇고,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읽어내려가는데, 두꺼운 책에 비해 내용은 술술 읽힙니다. 4시간만에 다 읽었어요.
출퇴근 하는 버스안에서 잠도 안자고 말이지요.
그만큼 몰입하게 하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진~득한 사투리로 시작되는 이야기.
전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칼을 가는 복천 영감님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이야기의 시대는 1960~70년대 같은데, 읽다보면 현실의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아주 부자로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도 많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집이 있지요.
부자들은 한정되어 있고, 그들은 집이 몇 채씩이고 자손들도 편히 사는데,
나 잘곳도 없어서 내 집 하나 마련하기 위해 정말 이를 악물고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요.
그 가운데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왜 작가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 " 라고 했는지 다 읽고 나니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50대 중반이신데 벌써 영감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늙어보이는 복천 영감은 병명도 모르는 병으로 아내를 여의고, 빚은 빚대로 진 상태서 두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야반 도주를 합니다.
그리고 만난 사람들 서울역의 떡장수 아주머니 가족, 식모살이 하던 처녀, 복권 파는 어린 소녀는 영감님이 서울에서 만난 유일하게 마음을 준 이들이지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안쓰러운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인심 야박한 서울에서 자신을 생각해준 이들이기도 했습니다.
영감의 젊었을적 박진사와 얽힌 악연, 아내의 죽음, 자신을 쏙 빼 닮은 큰 아들의 가출, 영자 영수의 기특한 아버지 사랑과 서울 생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정말 막돼먹은 이야기들, 20세도 안된 청소년들이 하는 행동하며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습들, 정말 헉 소리가 나는 이야기들임에 분명한데, 이런 상황들이 낯설지 않다는게 더 더 문제였던거죠.
현실에서도 종종 보고 듣는 이야기들이니까요.
친절하던 떡장수 가족들의 연탄 가스에 의한 사망, 식모살이 하던 처녀의 그 후 이야기, 손에 쥔 돈을 훔쳐간 도둑을 잡으러 뛰어갔다 다리를 잃은 복천 영감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의 끝을 넘어섭니다.
주변에서 실제로도 연탄 가스에 질식해서 죽을뻔 했다 살아난 친구도 있었고, 저도 어릴때 연탄 떼고 살았어서 그랬나봐요.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 주변을 보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지만 정말 이기적이고 자신만 아는 사람들이 많음에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착해서만도 이 세상은 참 살기 힘들더라구요.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알고 정말 속이려고 하고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 착한 사람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세상은 살아가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힘들고 어려운 시기도 있지만 또 빛을 보는 때도 있을거에요.
지금 아무리 지치고 포기하고 싶지만 그래도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고 또 살 이유 또한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요.
복천 영감님이 아이들을 위해서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때문인지도 모르잖아요.
찐한 사투리, 착착 끌어당기는 이야기 등을 보면서 중편이 장편이 되어서 나온 책이라고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습니다.
제목의 '비탈진음지'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에요.
이제는 이런 내용의 이야기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세상도 나은 세상으로, 좀 더 좋은 세상으로 변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