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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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기존의 시공사 문학책을 조금 어렵게 봐서 그런지 이 책은 그에 비해 너무나도 술술 넘어가서..
과연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읽으면서도 과연 다음 장에서는 이들의 대화가, 상황이, 갈등이 또 어떻게 풀어질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전쟁의 모습은 뒷 배경으로 깔리고, 가정에서의 구성원의 위치, 역할 와해, 이상과 현실 등 현실에서도 충분히 경험될 수 있는 사건들이 주 내용이 되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방공호에서부터 멍한 상태로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차가운 밤...
전쟁만 빼면 현대판 부부의 전쟁의 내용으로도 손색이 없을듯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차가운 대립, 부부는 서로 사랑하나 주변이 도와주지 않는 현실 등...
하지만 전쟁이라는 큰 시대적 배경을 빼면, 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전쟁, 그들의 이상과 꿈, 현실]
책 속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의 공격으로 인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던 1940년대 중반이다.
일본이 무조건적 항복을 했던 1945년까지의 이야기...
전쟁으로 인해 툭하면 경계경보가 울리고 전기가 나나고, 방공호에 피신을 해야 상황이 반복된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루머인지 진실인지 모를 정보들이 넘쳐나고...
젊었을때 가졌던 왕원시안과 수성의 꿈과 이상은.. 사라진지 오래다.
지식인이었고 학교를 세우고자 했던 원시안의 꿈, 하지만 현실은 생계를 위해 교정을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점점 수척해가는 몸, 결국 병을 얻어 일마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고..
자신이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 꿈을 이루기는 커녕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고 정신적이 끈을 놓치 않던 그... 결국 아내 수성과의 헤어짐으로 인해 그 끈마저 놓치게 된다.


젊었을때 이상이 있었고 실천할 용기도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이상도 꿈도 놓치고 마음도 변해버린 그들....
과연 나는 나의 이상과 꿈을 간직하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는지....
전쟁이라는 시대상황은 없어도 변화하는 사회 덕분에~
닳고 달아 변해버리진 않았는지... 여러 생각이 오고 간다.


[결혼, 가족, 갈등]
이 책의 큰 맥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수성의 갈등이 축이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원쉬안의 병, 직장내 이야기, 친구의 죽음, 아들의 학비, 전쟁 등의 이야기가 있다.
원쉬안과 수성은 연애 후 결혼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녀가 맘에 안들었던 시어머니는..
그녀를 아들의 아내가 아닌 정부라 생각한다. 그러니.. 며느리가 잘 하려 해도 관계 회복이 전혀 안된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이 두 사람의 대립이 끊이질 않는데~
그 가운데서 원시안 이라는 주인공은 전혀 해결할 방도를 못 찾고.. 그저...
두 사람의 다툼이 멈춰주기를 기대한다. 이 점이 참으로 이해가 안되었다는..
시어머니는.. 왜 그렇게 며느리를 싫어했을까....
아들의 사랑을 가져가버려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서??
아들은 고생하는데 며느리는 일하면서 돌아다니느라??
제일 앞의 이유가 가장 커서 그럴것이다. 질투, 시기심 때문에 그녀를 미워하는 것이리라....
사랑하는 남편을 떠난 수성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34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젊음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
연하 직장 동료에게 대시도 받지만,
가뜩이나 아들과의 관계도 안 좋은 수성은 결국 시어머니의 독설과 남편의 우유부단한 성격에~
결국 그녀는 참다 참다 떠나게 된다.
그 타이밍이 하필 원시안이 병을 앓고 있었을때였다는것....
그가 병에 걸렸음에도 지탱할 수 있던 이유는 자신의 곁에 가족이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굉장히 힘든 병임에도 불구하고 견디는 그..(시간의 흐름대로 그의 증상 변화가 자세히 나타난다.)
그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아내 수성이 있기 때문...
하지만 그녀가 떠나고 났을땐 그도 기력을 잃게 되고, 덩달아 자신이 의지하던 친구도 사망하자...
결국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교육 사업의 꿈을 가지고 시작된 청춘에서~
자신의 꿈과는 다른,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신을 경멸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회사에 묵묵히 나가
병이 생겨서도 꾸준히 일을 했던 원시안...
아내는 은행일을 하고, 아이는 비싼 학비가 드는 귀족학교에 가고~
그러다 결국 병을 얻은 원시안...
일본이 항복하던 소식이 전해진 날.. 그는 그동안 짓눌렸던 병의 고통에서 해방이 된다.


이 책에서 악인은 누구인가? 과연 이 가족이 이런 현실을 겪고, 와해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방적인 시어머니의 독설? 아내의 가출? 원시안의 우유부단함?
아닐것이다. 그들은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다.
책 속에서 배경으로만 등장한 전쟁이.. 바로 그 원인일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쟁으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때에..
원시안은 극심한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그 시각 수성은 다른 도시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전쟁은 승리했으나 가족은 붕괴되었다. 그것도 서서히~~~ 보일듯 말듯 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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