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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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 다음 소식입니다. 00 나라에서 26세 청년과 75세 할머니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이에요.. 49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한 이야기를....'.
지난 화요일, 퇴근하는 마을버스에서 들려나온 라디오 소리였다. 그 순간, 보고 있던 책 '은교'를 20여장 남겨둔 시점에서 책갈피가 끼워져 있던,  가방안의 책 '은교'의 이적요 시인과 은교가 떠오른것은 내겐 너무도 당연했다.

이 책의 저자인 박범신 작가의 책을 한번도 본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이책을 보고 나선, 다른 책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이런 파격적인 내용의 소설을 한달안에 집필하신 그 분의 다른 책들은 어떤 내용일까.. 하고 말이다. 특히 고산자가 궁금해진다...


책의 주인공은 네 명.
노시인 이적요 시인
그의 제자 서지우 작가
여고생 한은교
변호사Q

이적요 시인이 죽으면서 남긴 노트와 서지우 작가가 죽으면서 남긴 노트를 중심으로 번갈아가면서 과거의 이야기, 중간에 현재 시점 이야기가 반복되며 진행된다.

이적요, 시인, 능구렁이 첨에 딱 이 말이 떠오는 노시인.
가식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하지만 사랑에 메말라 있는 거 처럼 보이기도 하는 노시인이다. 거의 70의 노인이 되는 동안, 아들 하나, 감옥에도 가봤고, 산문이나 수필도 썼지만 숨겨두고 시만 고집(성골시인), 평단에선 유명하다.
대학에서 알게된 서지우를 제자로 두고 도움을 받고 사는데, 어느 날 만난 여고생 은교에게 사랑을 느낀다. 나이차? 알고 있다. 세상의 시선? 알고 있다. 하지막 막상 부딪히고 불량배에 의해 폭언을 들었을때 그는, 심하게 앓는다...
은교, 그녀에게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끼던 노시인, 결국 그녀에게 모든 노트 내용과 인세수입을 전달해 준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그가 은교를 통해 느꼈던 감정은 진짜 사랑이었을까? 남녀간의 사랑? 아니면 젊음이의 싱그러움에 대한 동경? 아니면 둘 다?
그리고 제자 서지우를 질투하면서, 그의 거짓을 보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리고 마지막엔 그를 불러보는 이적요.. 자신 때문에 죽은 서작가를 생각하며 결국 노시인도 술에 절고 삶의 희망을 놓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서지우, 작가, 이 책에서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였다. (은교와의 관계를 빼곤...)
대학 강의때 몰래 들은 이적요 시인의 강의를 인상깊게 여긴 그, 군대도 다녀오고 훌쩍 시간이 지난 후에 노시인에게 들러, 이것저것 생활의 도움을 주면서 산다.
그는 작가다. 그것도 베스트셀러작가..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닌 것이다.
노력해도 안되는 상황들.. 결국.. 좌절하면서 도둑질까지 하게 되는 그.....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알고 있는 서지우, 은교를 사랑하고 선생님도 사랑한다. 그리고 질투한다. 그리고 은교로 인해 선생님의 명성에 누가 되는 것은 용납못한다....
은교가 자신을 배신하는 것은 참아내지만, 선생님이 자신을 의심하고 미워하는 것은 힘들어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차를 빌렸는데....' 그는 말한다. 선생님을 사랑한다고...
노시인은 그를 멍청하다고 자신의 말도 눈도 못읽는, 신성도 없는 시인도 아니라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 선생님이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고, 그 의도는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슬픔에, 결국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적요 시인이 서지우 작가를 죽였다고 하는데 그 말은 반은 진짜고 반은 거짓인 셈이다.

한은교, 여고생, 도대체 넌 누구니.....
우연히 두 사람과 엮인 소녀, 엄마와 동생이랑 살고 노시인의 집에서 청소를 도와준다. 영리하고 젊음이 가득한 소녀.. 자신의 뜻과 다르게 두 사람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그녀..
둘에게 모두 사랑받고 싶었고 그 사이에 끼고자 했지만, 결국 자신은 외톨이였다고 느낀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그녀....
첨엔 두 남자를 가지고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게해서 괘씸했는데, 나중엔 좀 측은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왜? 태워버린거지???

변호사 Q, 불타버린 유언장과 노트를 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적요 시인의 유언을 가지고 은교와 서지우 작가의 노트를 보게 된다. 그리고 유언을 실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그... 과연 이 시인의 유언은 그의 유언대로 실행될까?

 

"연애가 주는 최대의 행복은 사랑하는 여자의 손을 처음 쥐는 것이다"
스탕달이 연애론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이 책에선 이적요 시인이 서지우는 이를 이해 못한다고 하면서 하는 말인데...
노시인이 스탕달의 말에 깊이 공감한 것처럼,
나도 이 말에 너무 공감한다. 처음 남편과 손 잡은 그 날과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적요 시인이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게 아니 그보다 혹시 더 할지도....
책의 소재는 파격적이나 근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공감도 되고 다양하게 인용된 시들이 눈에 띈다.

읽는 초반과 중반, 그리고 나중이 참으로 느낌이 다른 책이었다.
노시인의 육체적, 정신적 욕망, 욕구 등... 리얼한 표현들, 사랑엔 나이와 국경도 없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적요 시인과 은교가 카페에 갔을때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로 막 뭐라 하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이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초반엔 좀 거북하고 읽는게 힘들었지만, 읽을수록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선생님과 제자의 노트가 교환일기처럼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적혀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움을 키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게 한 책...
사랑 이야기지만 미스테리한 느낌도 물씬 드는 책, 마지막에선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
... 그리고 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선생님과 제자는 가족처럼 사랑하고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고자 노력했던 이들이었으나
결국 남은건 한은교, 불신과 원망, 그리고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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