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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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대해 평하는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사람의 업적이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어쩌면 주관적인 관점에서 씌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자료들을 참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에 새로 나온 <한나 아렌트 평전>은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을 전기문 형태로 다루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한나 아렌트에 대한 소개는 그녀의 저서를 중심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는 1906년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계 미국 정치철학자이자 철학사상가로 잘 알려져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몸소 겪고 강제수용소에도 수감된 적이 있고, 1941년 나치의 파리 점령 후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 그녀는 전체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전체주의의 기원>을 발표했고,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석하고 발표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으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p.23

나 역시 다른 정치사상가들처럼 시대 문제 관심을 가졌다. 그녀가 살던 시대에는 전체주의라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데올로기가 등장했으며, 정치 형태는 급변했고, 국민들은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다. 또한 참여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문화적 쇠퇴 현상이 일어났고, 사회적으로 악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p.47

나는 삶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싶어서' 철학을 택했다고 가우스에게 분명히 말했다. 아버지 서재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한나의 이해 욕구는 존재했다.

"집 서재에는 모든 책이 있었어요. 책장에서 그 가운데 하나를 꺼내면 그만이었죠."




1951년에 출간된 <전체주의의 기원>은 전체주의의 배경을 이해하고 이 절대악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조건인 '자유'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이슈가 됐다.


특히 이 책은 그녀가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의해 잡혀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예루살렘에 가서 재판을 참관한 뒤에 썼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녀는 아이히만은 뜻밖에 평범했다며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해 지금도 이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 50년이 지난 지금도 한나 아렌트를 기억하고 그녀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녀가 인간과 세계에 근본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유롭게 사유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남겼기 때문이다.


p.73

사적으로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을 나타내고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나는 1933년 망명길에 오르며 1929년 출간한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한 권 챙겼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욕조에 빠뜨리고 말았다. 한동안 다시는 책을 볼 수 없을 줄 알았으나 다행히 게르솝 숄렘에게 책을 보낸 사실을 기억해냈다. 숄렘은 역사가이자 유대교 신비주의 철학자로 한나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을 돌려주었다.


p.97

1933년 2월 27일, 한나는 국회의사당에서 치솟는 불길을 바라보며 이제는 행동할 때임을 직감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한나는 다음과 같이 이때를 회상했다.

"화재를 목격한 순간 책임감을 느꼈죠. 단순히 구경꾼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틀러 정권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고, 시민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 이후에는 시민권 정치 명령을 내렸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생애와 그녀가 쓴 책, 그리고 그녀가 생각한 다양한 철학적 사고에 대해 시간순으로 때로는 사건 중심으로 풀어 놓고 있다. 사후 5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녀의 정신은 식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러한 세계관이 전해지고 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의 각 장에는 <그림자>,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전체주의의 기원>, <아모르 문디>, <과거와 미래 사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혁명론> 등 한나 아렌트의 주요 저서 8권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책들이 어떻게 씌여지게 됐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기한 '악의 평범성'처럼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관점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쉽게 읽히지 않는 대목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정치, 사회적 배경을 되짚어 보는 한편 그녀의 삶을 통해 사랑과 용서, 화해 등 철학적인 질문에 그녀의 생각과 감정을 엿볼 수 있다.


p.143

1941년 6월 미국 국무부는 입국 정책을 강화했다. 입국 신청자는 1,137명이었으나 그해 8~12월 고작 238명만 긴급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한나와 블뤼허가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었다. 이들은 리스본에 3개월을 머물고 나서야 미국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p.193

나와 푀겔린은 무엇이 정치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지 서로 이해가 달랐다. 한나는 모든 생각은 경험에서 비롯되며, 다시 말해 사건의 진상을 알아야만 정치 판단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푀겔린은 역사적 사건은 경험을 배제한 기본 정치 원리를 통해 접근할 때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 아렌트 평전>은 그녀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시간순으로 서술하면서도 여러 가지 일화들을 통해 그 시절에 그녀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사상에 빠지게 됐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그녀의 개인적인 면들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한편 그녀의 학문과 사상 뒤에 숨겨져 있던 세상을 향한 가슴 뜨거웠던 한 여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가 탈출한 이야기를 비롯해 두 번의 결혼과 노년기까지도 계속된 로맨스 등 삶은 영화와 같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또한 한나 아렌트와 교류했던 수많은 사상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책장 속에 숨은 그림처럼 담겨 있는 흑백사진을 통해 그 시절에 어떤 모습들을 하고 있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녀는 경험하고, 생각하는 삶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뜨겁게 사랑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떠난 지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사유와 삶을 향한 실천정신에 주목하게 된다.




이 포스팅은 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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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은 어떻게 기업의 무기가 되는가
최용호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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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운영할 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를 꼽는다면 자금 조달일 것이다.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존 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금 조달이 잘되지 않는다면 문을 닫는 건 시간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투자금을 모으는 것을 자금 조달이라고 하는데,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IR(Investor Relations)'이다. IR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문서를 말한다. 따라서 IR을 어떻게 만들고 투자자에게 어필할 것인가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IR은 어떻게 기업의 무기가 되는가>는 IR 부서나 관련 업무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20년 넘게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저자가 IR 부서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며 느낀 것들을 정리해 소개해 좀 더 쉽게 IR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p.18

IR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경영 내용과 미래 전망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활동이다. 이 용어는 1953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 관련 부서를 만들면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p.38

IR은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을까? 대부분은 담당자가 재료가 생겼을 때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그때가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기업에 악재가 터지고 있고, 실적은 악화되고 있고, 날마다 내 전화기에 투자자들의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누가 IR을 하고 싶겠는가? 전화선을 확 빼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도 IR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이 상황을 극복한 다음의 비전을 얘기해 줘야 한다.



저자는 기업은 IR 부서를 하나의 관리 부서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며, IR 부서는 전략적 자산이고, 이들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투자가가 기업을 만나서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IR 부서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IR 담당자라면 기업의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경제 관련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기업의 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 미팅은 줄어들었고, ESG 경영 환경의 도입으로 IR 활동에도 새로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다며, 6가지 IR 원칙을 통해 기업의 혁신을 이루자고 이야기했다. 6가지 IR 원칙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총 6가지 IR 원칙을 다루고 있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결국 기업 환경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p.87

IR 활동을 하는 데 있어 IR 담당자가 가장 많이 만나는 기관투자자는 애널리스트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돌이켜보면 난 좋은 시절에 애널리스트를 한 것 같다. 늘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았고, 각종 설명회 요청도 편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p.122

IR 부서는 주식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렇다면 소통의 결과가 주가 상승일까? 이것은 IR 부서가 하나의 소통 채널로 사용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IR 부서가 주가 상승을 이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1장에서는 IR이 ‘투자자와 관련된 모든 활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IR이 무엇인지, IR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장에서는 ‘시장을 이해하라’고 강조했다. 많은 IR 담당자가 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IR 담당자는 시장을 이해하고, 기업의 적정 주가를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3장에서는 ‘연구하는 IR 전문가가 되라’고 말했다. 현재 IR 활동이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 IR 담당자는 어떻게 전문가로 거듭날 것인지에 대해 소개했다. 4장에서는 ‘변화하는 세상 속 IR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주제로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기업 환경 속에서 IR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5장에서는 ‘IR 활동의 전략’을 제시했다. 베스트보다 유니크한 IR이 더 낫다며, 기업의 수명 사이클에 따른 전략도 살펴보고 있다. 6장에서는 ‘업무의 지평을 넓히라’고 이야기했다. IR 활동은 결국 기업 가치의 제고를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p.105

만약 담당자가 이슈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면, 기업의 가치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나 같았으면, 아마 사장실을 들락거리며 매일 들들 볶았을 것이다. 빨리 상장해서 투자를 받자고 말이다. 이렇듯 IR 담당자는 주가가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유리한 조건과 시기에 자금 조달을 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p.144

주체가 마땅치 않고, 실적도 좋지 않다고 IR 활동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내부 자원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IR 활동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도구'다. 대표적으로 IR 자료를 들 수 있다. IR 자료를 잘 만들어 놓으면, 한 해 동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기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다. 영업의 기반이 되는 제품 소개부터 재무 정보, 지분 구조 등이 이 자료에 포함된다.



코로나19로 이후 기업 환경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최근 코로나 방역 조건이 나아지면서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은 하락했고, 물가는 상승하는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기업은 항상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기업의 활용도 높은 무기로 IR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 됨에 따라 기업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에서도 IR 혁신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할 때다. 이 책을 참고해서 기업의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원앤원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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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목격자
황민구 지음 / 부크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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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은 1986년 경기도 지역을 배경으로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연쇄살인이라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는데, 당시에는 CCTV나 차량의 블랙박스 같은 영상 저장장치가 없던 시절로 주변 검색과 탐문 수사에 의존해야 했다.


40여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요즘도 폭력이나 무기를 사용하는 강력범죄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CCTV나 블랙박스를 통해 범죄 현장이 담긴 영상들이 공개되면서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들의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물론 영상의 화질이 항상 깨끗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영상 분석가는 어떻게 사건 현장의 진실을 찾아내는지 궁금했다. <천 개의 목격자>의 저자인 황민구 법영상 분석가는 범죄 현장을 찍은 영상은 해당 사건과 그 범죄를 저지르거나 목격한 사람들의 깊은 내면에 잠자고 있던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기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p.40

영상분석이 무엇인지 언론에 홍보되면서 점차 각종 사건 사고들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 나는 '어떤 사건이라도 의뢰인들에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라는 사명감으로 모든 상담과 테스트를 성실하게 진행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의뢰들이 점점 많아졌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이유 없이 그냥 하기 싫은 일이 있듯이 종종 나에게도 '그냥'이라는 이름을 붙여 하고 싶지 않은 분석들이 있다.


p.88

석을 위한 실마리는 찾았기에 내 전공인 영상 처리를 시작했다. 주름 패턴을 대조하기 위해 화질 개선을 통한 디테일 증폭실험이 진행되었다. 실밥의 형태와 길이, 두께, 간격을 정량적으로 이미지에서 계측했다.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의뢰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방을 구매할 당시 사진 속 가방과 현재 가방의 DNA 패턴이 일치한 것이다.




그는 끔찍하고 가슴 아픈 사건들의 진실을 목격한 CCTV 같은 영상 매체를 통해 사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첫 에피소드로 소개한 '뒤바뀐 운전자' 편에서는 '조작되지 않은 영상은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이 책의 주제를 피력하고 있다.


이 사건은 감옥에 있는 피고인의 아들이 찾아왔는데 감옥에 있는 아버지가 억울한 판결을 받아 아무리 무죄를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저자에게 사건을 의뢰하면서 건네준 USB에 담긴 영상에 진실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을 분석해 보니 피고인이 중앙선을 넘지 않았고 맞은편 음주 운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온 장면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증인석에 나와 검사와 판사로부터 국가수사기관이나 감정기관에서는 영상 판독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자신이 분석한 영상을 믿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반복되는 같은 질문에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은 회의가 밀려왔다고 말했다.


그 후 자신의 영상 판독 분석 결과가 반영되어 사건은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고 한다. 이 일을 통해 그는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영상 분석에 사명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p.116

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영혼은 조용히 보내 줘야만 한다. 유가족과 지인들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이며 주변에 알리기 싫은 비밀이다. 하지만 나의 업무 중에는 이런 금기어를 깨야만 하는 사건들이 많다.


p.158

세상에 정말 신이 있을까? 영상을 보는 내내 나는 자신을 욕하고 비난했다. 왜 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에 대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봤지만, 재수가 없었다는 말로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 허망한 죽음이다. 이런 일은 우리에게도 올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건을 영상 분석을 통해 해결해 온 저자의 삶에 대한 회고가 담겨 있다. 책에 소개된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황망한 비극들과 직접 마주하고 있는 저자의 고달픈 삶이 느껴졌다. 이와 동시에 사건의 진실을 알려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저자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매일매일 사건 현장의 그날과 정면으로 마주 서서 최선의 증거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면할 수 없는 하나의 '삶'이 영상 안에서 '제발 살려 달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다툼부터 누군가의 참담한 죽음까지, 풀리지 않은 진실이 숨어 있는 영상을 보는 일은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도 일이 아니었다면 절대 보고 싶지 않았을 것 같은 장면을 수없이 돌려 보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뭉클했다. 이런 영상에서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면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엉뚱한 사람이 피의자가 되어 감옥살이를 했을 것이다.


p.199

범죄가 기승이다. 점점 진화하면서 범죄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N번방 사건을 보면서 인간의 잔인함은 끝도 없다는 것을 느낀다. 악마들은 나체가 된 피해자를 촬영하고 이를 유포한다. 그러면 다른 악마들은 승냥이가 되어 그 장면을 찾아본다. 그들은 이야기한다. 호기심에서 봤다고. 인간이 타락하는 첫 단계가 호기심이다.


p.229

즘 들어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나를 괴롭힌다. 고양이를 케이지에 가두고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붙이는 인간도 보았고,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던지는 인간도 보았다. 악마의 탈을 쓴 인간들이 주변에서 나를 너무 괴롭힌다. 나는 악마도 천사도 아니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 중간계의 사람이다. 그런데 악마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나는 중간계를 이탈해야만 했다.




2015년 조사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CCTV 수는 약 27만 대라고 한다. 또한 각종 차량에는 블랙박스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요즘에는 사소한 시비만 일어나도 객관적인 증거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CCTV 영상이 동원되고 있다. 카메라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건의 증거를 보여주지만 영상이 조작되거나 물리적으로 훼손될 경우에는 이런 실적인 증거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는 확보된 영상의 화질을 개선하고, 미세한 픽셀이 담고 있는 정보를 해석하고, 진술자의 기억과 영상 증거를 대조하며 사건을 판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범죄에 대한 기록을 살펴온 황민구 법영상 분석가가 CCTV나 블랙박스 같은 영상 기록 매체에 담긴 영상들의 분석을 통해 사건의 진위 여부를 명확하게 가리기 위해 노력해온 흔적들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진실을 찾기 위해 끝까지 영상을 봐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천 개의 목격자처럼 영상 속 진실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자의 멋진 삶을 엿볼 수 있다. 법영상 분석가의 역할은 영상만 분석하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건의 증인이 되어 ‘진실 규명을 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은 부크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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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한자암기박사 2 - 읽으면 저절로 외워지는 기적의 암기공식 - 3박자 연상 학습법으로 어휘력 업그레이드 한자암기박사 2
박원길.박정서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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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의 우리말 단체 90여 곳이 교육부를 상대로 외래어나 한자어가 없는 순우리말인 '토박이말'을 교육 과정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교육부가 공청회 등을 열고,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라는 뉴스가 소개된 적이 있다.


우리말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적극 찬성이다. 하지만 한국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를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생파'가 생일 파티를 가리키는 말 정도면 애교 수준이다. '별다꾸'는 뭘까? 별걸 다 꾸민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말도 줄여서 사용하면 외래어처럼 들리는 현실 속에서 한자를 제대로 배워서 쓰자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말로 하는 것도 그렇지만 글을 쓰거나 교육을 하거나 강연을 할 때도 우리말에서 한자를 배제하고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긴 사실상 어렵다.





더욱이 한자어의 뜻을 몰라서 잘못 쓰는 경우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참고해 보면 좋을 책이 새로 나왔다. <한자 암기 박사 2>이다. 이 책은 단순히 한자를 익히는 차원에서 벗어나 한자를 체계적으로 익히고 배운 한자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준이 되는 한자를 놓고 그 기준 한자에 어떤 부수나 한자를 붙였을 때 만들어지는 한자를 순서대로 배열하고 내용도 제목 순서에 맞춰 배열해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활용도 높은 어휘들을 배열하고 자연스럽게 연상될 수 있도록 음과 훈을 달았다.


한자를 많이 알면 우리말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특정 한자를 보고 각 한자의 어원과 활용 어휘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연관된 한자들을 배열하고 한자 구조를 파악해 좀 더 쉽게 한자를 익혀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자 암기 박사 2>는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3박자 연상 학습법으로 쉽고 재밌게 한자를 익힐 수 있게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첫 번째 나온 기준 한자를 중심으로 난이도/총회/부수를 참고해 우측에 있는 어원과 함께 익히고, 기준 한자에서 파생된 다른 한자들도 쉽게 연상하며 익힐 수 있다.


여기에 각 한자들의 훈과 음을 일상생활이나 교과서, 자격증 시험에 나오는 어휘들까지 확장해서 익힐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또한 교육부와 급수시험 주관사들이 선정한 고급 수준의 한자를 좀 더 쉽고 빠르게 암기할 수 있다. 정확한 해설로 어휘력과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므로 한자 공부를 하고 있거나 한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시대고시기획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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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로나, 뉴비즈니스 생존 전략 - 글로벌 트렌드가 알려 주는 코로나 혁신 비즈니스 전략
하라다 요헤이.고이와이 요시오 지음, 김승훈 옮김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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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쓴 책이다. VR 온라인 회의, 디지털 교과서, VR 매장, 장난감 정기 구독, 재택 라이브, 가상 마라톤, 버추얼 코믹 마켓, 아바타 스포츠 관전, 어번 가드닝, 비접촉형 선물, 감염방지 테크놀로지 등 69가지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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