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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
김성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1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지상의책(갈매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모두 인공지능(AI) 전문가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과학의 패러다임이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AI가 결과를 예측하고 답을 제시하는 시대일수록, 그 결과물이 구현되는 물리적 실체인 '물질'을 이해하는 인간의 통찰력이 왜 더 중요해지는가?"에 대해 묻는다.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전 세계와 연결되지만, 그 기기 안의 반도체가 어떤 화학적 원리로 작동하는지,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과 공기가 우주의 탄생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지 잊고 산다. 이 책은 복잡한 수식과 주기율표 암기라는 화학의 장벽을 허물고, 우리 삶을 지탱하는 100가지 화학물질을 통해 세상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다루는 다이아몬드(탄소, Carbon)는 단순한 보석이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연필심과 같은 탄소 원자가 전혀 다른 결합 구조를 가질 때 탄생한 물질로, 화학 결합 방식 하나가 물질의 성질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화학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화학을 개별적인 실험실의 학문이 아닌 우주와 생명, 문명을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총 6부로 구성된 서사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먼저 우주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소 원자 하나가 어떻게 항성을 만들고, 그 별의 내부에서 더 무거운 원소들이 탄생하여 지구의 암석과 대기를 형성했는지를 추적한다. '별의 먼지'에서 시작된 우리가 어떻게 최초의 생명 분자를 만들고 진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화학이 곧 우리 존재의 근원임을 깨닫게 한다. 중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인류 문명을 움직인 화학의 힘을 다룬다. 청동기 시대의 금속 제련부터 현대의 반도체와 이차전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곧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고 통제해온 과정이었다.
특히 AI와 로봇 공학이 발전할수록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의 효율과 초미세 공정을 가능케 하는 화학 소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 뒤에 숨겨진 화학적 원리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독자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시켜 준다.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반도체의 핵심 원소인 실리콘(Silicon)은 이 책의 중요한 주인공이다. 지구 지각에 풍부한 모래가 정밀한 화학 공정을 거쳐 스마트폰과 AI 서버의 두뇌로 변모하는 과정은 화학이 어떻게 문명의 속도를 결정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화학은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라는 치명적인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책은 화학의 성취를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세 플라스틱, 독성 화학물질, 탄소 배출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중심에도 화학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기차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상징인 리튬은 이차전지를 통해 인류의 이동 방식과 에너지 저장 방식을 바꾸고 있다. 저자는 리튬을 단순한 금속 원소가 아니라, AI·로봇·재생에너지 시대를 떠받치는 전략 물질로 설명하며 화학이 미래 기술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00가지 물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물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