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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르게 팝니다 - 고객을 사로잡은 트레이더 조의 리테일 심리학
정김경숙(로이스 김)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9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한 책이다.
“팔지 않는다, 고객이 스스로 사게 만든다.” 미국 슈퍼마켓 업계에서 단위 면적당 매출 효율이 가장 높은 체인 중 하나이자, 전미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여러 차례 1위를 기록한 매장이 있다. 바로 '트레이더 조(Trader Joe’s)'다. TV 광고도 하지 않고, 멤버십도 없으며, 심지어 코카콜라 같은 유명 브랜드까지 과감히 배제했는데도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는 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 정김경숙(로이스 김)은 구글과 모토로라 등 글로벌 기업에서 35년간 마케팅 경험을 쌓은 뒤, 직접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근무하며 ‘고객이 스스로 지갑을 여는’ 비밀을 몸소 체험했다.
트레이더 조의 핵심 원칙은 다섯 가지다.
첫째, 대중매체 광고를 하지 않는다. 트레이더 조는 단 한 번도 TV 광고를 내보낸 적이 없다. 대신 직원들의 진심 어린 접객과 뉴스레터 형식의 소통(Fearless Flyer 등)을 통해 고객과 관계를 맺는다. 광고비 대신 고객 경험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둘째, 이익률보다 고객 만족을 우선한다. PB 상품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단순히 마진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포장, 합리적인 가격, 꾸준한 품질 개선을 통해 신뢰를 쌓는다.

셋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조차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코카콜라가 없는 매장은 오히려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이라는 희소성을 만들어낸다. 고객은 자신만의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낀다. 넷째, 매장 경험은 쉬운 듯 쉽지 않다.
트레이더 조는 매장 동선과 상품 배치를 일부러 자주 바꾸어 고객이 늘 새로운 발견을 하도록 유도한다. 다섯째, 한정판 전략이다. 시즌별, 지역별로 한정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에게 ‘있을 때 사야 한다’는 긴장감을 심어 반복 구매로 이어지게 만든다.
트레이더 조의 방식은 한국 유통업계와 크게 다르다. 한국의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여전히 광고와 멤버십 혜택 경쟁에 집중한다. 할인 쿠폰, 적립금, 카드 제휴가 기본이지만,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트레이더 조는 포인트 제도조차 없지만 ‘경험의 만족’이 곧 충성도로 이어졌다. 또 한국 마트의 PB 상품이 종종 ‘저렴한 대체품’ 이미지에 머무르는 반면, 트레이더 조의 PB는 품질과 개성으로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만든다.

‘PB가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라는 공식을 확립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유통 매장은 언제 가도 같은 진열과 같은 브랜드에 익숙하지만, 트레이더 조는 매번 다른 매장 경험과 시즌별 신상품으로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직원 문화에서도 차이가 크다. 한국 유통업이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두는 것과 달리, 트레이더 조는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다재다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육성한다. 결국 직원이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 고객 경험의 질을 끌어올린다.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는 단순한 슈퍼마켓 성공기를 넘어, 마케팅·소비자 심리·조직 운영이 결합된 전략서다. “고객은 광고가 아니라 경험에 반응한다”, “희소성은 충성도를 만든다”, “브랜드는 직원이 완성한다”라는 메시지는 모든 업계에 유효하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이 스스로 사고 싶게 만드는가, 아니면 억지로 팔고 있는가?”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