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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하루를 두 배로 사는 단 하나의 습관
김유진 지음 / 토네이도 / 2025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토네이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여 년 넘게 IT 현장을 취재하며 인터넷 혁명부터 모바일, 그리고 최근의 생성형 AI까지 수많은 기술적 파도를 목격해 왔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시간을 아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등장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과 AI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의 일상은 오히려 더 바빠지지 않았나?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공유하다 보니 정작 내가 해야 할 일, 집중해야 할 일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산성과 성취를 결정짓는 본질적인 도구는 여전히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 관리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김유진 변호사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최신 생산성 앱이나 AI 툴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개인의 운영체제(OS)를 최적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성공한 사람들은 왜 새벽에 일어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근성’이나 ‘의지’ 같은 모호한 답 대신, 습관·에너지·시스템이라는 매우 공학적이고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새벽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다.
저자인 김유진 변호사는 미국에서 두 개의 주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다. 하지만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잠을 줄여 더 성공하라”는 식의 훈계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새벽 기상이 하루를 타인의 요구에 따라 반응하며 시작하는 삶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선택하는 삶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밤새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며 출근 시간에 쫓겨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세상의 자극에 끌려다니는 전형적인 ‘반응형 하루’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새벽 4시 30분은 다르다. 세상은 아직 고요하고 방해 요소는 거의 없다. 저자는 이 시간이야말로 누구에게도 침범 받지 않고 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성역’과 같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새벽’이어야 할까. 한창 기사를 쓰던 시절, 밤샘 원고 작업은 일상이었다. 새벽녘에야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아침에는 퀭한 눈으로 식당에서 허겁지겁 끼니를 때운 뒤 다시 취재 현장으로 향하곤 했다. 밤샘이 익숙했던 기자 생활을 해온 나로서도 “왜 저녁이 아니라 새벽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하지만 마감 직전 기사가 가장 잘 써지는 이유를 떠올려 보면 답은 단순하다. 외부 자극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새벽은 별도의 노력 없이도 세상이 조용해지는 시간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시간대에 방해받지 않는 몰입을 경험하는 것이 개인의 잠재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행위 하나가 수면 패턴은 물론이고 운동, 식습관, 사고의 흐름까지 도미노처럼 변화시킨다고 설명한다. 새벽 기상은 하루라는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시작 버튼’에 가깝다. 핵심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운영하라는 데 있다.
이 책은 막연한 동기부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올해는 과연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여전히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내가 가장 좋은 상태일 때의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있는가’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새벽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시간 빈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안한다.
시중의 많은 자기계발서가 추상적인 메시지로 끝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기상 시간 설정법, 모닝 루틴 예시, 기상에 실패했을 때의 대처법까지 매뉴얼처럼 구체적으로 다룬다. 독자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알고리즘’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새벽 기상이 더 많은 일을 하라는 압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새벽에 해야 할 일을 미리 처리함으로써, 오히려 저녁 시간을 죄책감 없는 휴식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에게 번아웃을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요즘 AI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고, SNS를 통해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든다. AI 툴은 업무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주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인간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 ‘도파민 중독’과 ‘팝콘 브레인’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이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은 새로운 AI 툴을 하나 더 아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자기 통제력을 회복하고 사고의 깊이를 되찾는 데 있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최첨단 시대의 문제를 정면으로 짚는다. 디지털 생산성 앱 하나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신 “당신의 하루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삶에 대한 깊은 회의 속에서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잘 극복했고, 요즘은 밤을 새우기보다는 졸릴 때 자고 가능한 한 일찍 일어나려고 한다. 또,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덮어둔 책을 다시 펼쳐 몇 줄이라도 집중해서 읽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매일이 이상적인 루틴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최소한 내 삶의 방향만큼은 스스로 쥐고 가려 애쓰고 있다. 오늘도 새벽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다. 진한 밀크커피 한 잔이 절로 떠오른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