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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ㅣ 문예 인문클래식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문예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현직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이를 심판하기 위한 헌재의 탄핵심판까지, 민주주의를 새롭게 써나가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게 느껴진다. 탄핵 해지 이후 대국민 담화에서 윤석열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내란 수괴 혐의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아야 할 시점이 되자, 그는 탄핵심판 서류를 받지 않은 채 수령을 거부하고, 수사도 거부하며, 출석까지 거부하고 있다.
<군주론> 관점에서 보면 이는 "군주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쓰는 모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500여 년 전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집필된 것으로 알려진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꺼내 읽어본다. 이 책은 '군주', 즉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권력자를 위한 정치 전략서라고 할 수 있는데, 독자들이 "정치란 본래 이런 것인가?" 하고 놀랄 정도로 솔직하고 때로는 냉혹할 만큼 지도자의 권력 유지법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소신과 견해를 담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군주론>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인이 즐겨 읽는 고전으로 남아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탄핵 정국에 비추어보면 의미 있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특히 옛날이나 지금이나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군주(혹은 지도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보필하며 조언하는 주변 인물들(당시에는 가신들) 또한 훌륭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이상이나 도덕적 명분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그는 정치적 조치를 이상적으로 꾸미기보다는 현실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p.192
가신을 선택하는 일은 군주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가신이 훌륭한지 아닌지는 군주의 신중함에 달려 있습니다. 군주가 얼마나 지혜로운지 가늠하려면 우선 주변 인물들을 살펴보면 됩니다. 그들이 유능하고 충성스럽다면 군주를 현명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유능한 자들을 알아보고 내내 충실하게 만드는 법을 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군주를 높이 평가할 수 없습니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는 단순히 "착하고 정의로운 리더"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국가를 안정적으로 다스리고 자기 권력을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착하거나 도덕적이라면 물론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나라와 자신의 권력을 지켜내는 것이며, 굳이 좋은 사람으로만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어쩌면 현재의 윤석열이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인지 모른다.
마키아벨리는 나라가 위기에 처한다면 백성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때로는 거짓말도 해야 하고, 다른 나라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잔인한 결단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던 "착한 지도자상"과 거리가 멀어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만 전쟁과 배신, 권력 다툼이 난무했던 당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군주는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거나,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을 유연하게 규정하고 때때로 예외를 허용하며 힘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이며, 왕이 직접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와는 분명 다르지 않은가. 하지만 <군주론>을 통해 "권력의 속성"과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반드시 한 번 읽어볼 만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정치 상황이나 세계 지도자들의 행보를 해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p.138
군주는 전쟁과 전술, 훈련 외에 다른 목표를 세우거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전쟁의 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지휘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유일한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군주로 태어난 사람의 지위를 유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을 종종 군주의 지위로 격상시키는 크나큰 역량이 됩니다. 반면 군주가 군대보다 삶의 달콤함에 더 관심을 기울일 때는 국가를 잃었습니다.
<군주론>을 읽어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계산적일 수 있는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무비판적으로 흐르거나 남의 말에 선동되기 쉬운데, <군주론>에서 제시한 다양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정치인들의 말이나 행동을 보다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마키아벨리가 그 시대의 생각과 관점 그대로 살아 있다면, "군주는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해서 자신의 권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특정 상황을 가정해보면, 군주(여기서는 대통령이나 최고 지도자)가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거나 법적 절차를 무시하려 한다면, 이는 마키아벨리가 말한 "정치적 꼼수"나 "권력 유지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국민적 반발을 초래하고, 결국 지도자의 권위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내란 수괴는 물론 그 동조세력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미 <군주론>은 수많은 출판사에서 번역판을 내놓고 있는데, 문예출판사에서는 ‘문예인문클래식’이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관점에서 <군주론>을 출간했다. 특히 이 책은 국내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고전 인문학자이자 단테 권위자인 박상진 교수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알려진 조르조 인글레세 판본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어 원전을 완역하고, 풍부하고 상세한 역사, 정치,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해설을 각주와 해제로 담았다.
아직까지 <군주론>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통해 500년 전 군주에 대해 논했던 마키아벨리와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