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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ㅣ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모티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달콤한 휴식 같은 주말이 지나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지난 한 해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고 있다. 어느덧 취재 일과 마케팅 일을 병행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회의와 기획, 설득과 설명의 자리를 지나며, 나는 어떤 언어로 세상과 관계 맺어왔을까 하고 반문해 본다. 이런 질문의 출발점에는 최근 읽은 인문서, <당신의 말이 당신의 수준이다>가 있었다.
이 책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이 사고의 깊이와 인간관계, 나아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세계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짚고 있다. 흔히 인용되는 그의 명제인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문장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문장은 단순한 교훈에 머물지 않고, 언어가 사고와 세계 인식의 경계선을 어떻게 긋고 있는지 철학적인 선언처럼 들린다.
비트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에서 활동한 철학자로, 초기 저작 <논리철학논고>에서 세계를 '사실들의 총합'으로 보았고, 언어는 그 사실을 정확히 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로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그의 태도는, 오늘날의 소음 과잉 시대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당신의 말이 당신의 수준이다>는 이러한 난해한 철학을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우리는 왜 같은 말을 하고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말의 의미를 끌어 온다.

후기 철학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게임(Language Gam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언어의 의미는 사전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쓰이는 맥락과 규칙, 그리고 우리가 공유하는 삶의 형식 속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말의 옳고 그름 이전에 ‘서로 다른 규칙의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단순히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어의 품격’이라는 현대적 화두로 확장한다는 점이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버릇을 비롯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호한 표현, 자기 자신을 축소하는 언어 습관은 곧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을 대하는 사고의 수준을 드러낸다. 여기서 말하는 ‘수준’은 사회적 지위나 학벌이 아니라, 사유의 정밀도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의 깊이다.
우리는 종종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의 관점에서는 언어로 드러나지 않은 마음은 철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밖으로 나온 말이 곧 그 사람의 세계이며, 삶의 크기라는 이야기다. <당신의 말이 당신의 수준이다>는 말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기술서가 아니라, 말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성찰의 책에 더 가깝다.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사고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묻게 만든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은 언어가 우리 지성에 거는 마법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그 싸움을 현대인의 일상 언어로 번역해 놓은 안내서이자 말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무심코 쓰는 말이 나의 세계를 얼마나 좁히고 있는지, 혹은 확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새해를 맞아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의미가 커진다.
이 책은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먼저 자신의 언어를 점검하라고 이야기한다. 더 정확한 단어, 더 정직한 문장, 그리고 침묵해야 할 순간을 구분하는 지혜까지.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넓힐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철학적인 실천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말의 무게를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