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끌 서평] 고백 그리고 고발

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이 포스팅은 도서출판 옹두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대한민국에서 사법개혁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사회 전체가 바라는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은 권력과 자본이 법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더는 용납하지 않으며, 법원이 국민 기본권의 최후 보루로 거듭나길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의롭고 신속한 재판, 계층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는 구조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법조계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관예우, 판·검사와 변호사 간의 특수 네트워크, 불투명한 사건 배당 등 오랜 관행은 여전히 굳건하다. 법관 평가나 전관예우 금지, 대법관 증원 같은 굵직한 개혁안이 거론될 때마다 '사법부 독립'과 '내부 자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사법 개혁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10년 전에 나온 안천식 변호사의 <고백 그리고 고발>은 개인적인 변호 경험담을 넘어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고발하고 있어 지금도 유효해 보인다. 이 책은 10년 동안 23차례나 소송을 진행하면서 목격한 우리나라 사법부의 현실을 "재판이라는 허울을 쓴 힘 있는 자들의 일방적인 억압과 폭력과 약탈에 훨씬 가까웠고, 법과 정의와 평화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라고 생생하게 증언한다.

저자는 한 의뢰인의 사건을 10년 넘게 대리하면서 반복되는 불공정과 권력의 편향을 목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이 사건은 민사, 형사, 가처분, 재정신청 등 다양한 형태로 23차례에 달했다. 75세 노인이 된 의뢰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법정에서 싸웠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와 증인 진술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대기업에 유리한 판단을 내렸다. "앵무새같이 같은 말만 되뇌며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이라는 표현이 이러한 현실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안천식 변호사는 이 과정을 통해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는 헌법 제103조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겪은 소송에서는 하청업체 직원이 작성한 진술서를 나중에 번복했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대기업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책은 2015년에 출간되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사법부가 국민의 권리 보장이 아니라 권력자와 자본의 이해를 더 충실히 반영하는 순간들을 기록함으로써, 사법제도의 구조적 모순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철저히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단순히 개인적 불운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집약하여 고발한다. 판사의 재량권 남용, 사실인정 과정의 불투명성, 증거 평가의 자의성, 법조 네트워크의 폐쇄성 등이 그것이다. <고백 그리고 고발>은 단순한 사건 기록이나 변호사의 하소연을 넘어선다. 사법부가 왜 국민에게 불신의 대상이 되었는지, 왜 다수의 시민이 사법개혁을 염원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자 집단적 고발이다.

법원이 더 이상 국민의 최후 보루가 아니라 또 다른 권력 집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고는 오늘날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의 사법 현실을 신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진실을 외치는 목소리가 법정에서 외면받는 사회를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안천식 변호사의 10년 기록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법부의 진정한 개혁 없이는 국민의 신뢰 회복도, 사회정의의 실현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다. 특정 계층을 위한 법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공평하고 정당하게 사용되어야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