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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1991년에 처음 <개미>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가 현미경으로 개미들을 꾸준하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런 상상력을 소설 속 이야기로 녹여낼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의문점이 많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개미의 시각에서 본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교차하며, 철학·과학·모험이 결합된 소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르베르의 작품은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한 지식 전달”이라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국 독자들은 이 지점에서 큰 만족을 느끼며, “읽으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는 작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 ‘사후 세계 여행자들’을 뜻하는 타이틀처럼 죽음의 경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했던 <타나토노트>를 비롯해 인간의 의식과 꿈, 자유의지를 주제로 다룬 <빠삐용>, 쥐들과 페스트가 점령한 파리를 탈출해 '마지막 희망' 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뉴욕으로 향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행성> 등을 읽었는데, 이번에 <키메라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새 작품이 출간되어 몹시 궁금했다.
<키메라의 땅>은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정식 버전의 책이 출간되기 전에 편집본 한 권을 받았다. 새롭게 출간된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눠져 있지만 편집본에는 모든 내용이 담긴 합본이었다. 이 책에서 베르베르는 이전 책들과는 전혀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 위에 등장한 새로운 인류, ‘키메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기후온난화, 코로나19 등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나 각종 질병의 창궐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소설의 출발점은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로 시작한다. 그는 인류의 멸종에 대비해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한 신인류 ‘키메라’를 창조하려고 한다. 그의 후원자는 프랑스 연구부 장관 뱅자맹 웰스로, 두 사람은 우주정거장에서 비밀 연구를 이어간다. 결국 알리스는 극적인 상황 속에서 세 가지 신인류를 만들어 낸다.
에어리얼 : 인간+박쥐 혼종으로 하늘을 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디거 : 인간+두더지 혼종으로 땅속을 파고 지하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노틱 : 인간+돌고래 혼종으로 바다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이처럼 하늘, 땅, 바다를 대표하는 세 종족은 각각의 방식으로 새로운 생존을 모색하며, 멸종 위기의 구인류와 충돌하기도 한다. <키메라의 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핵전쟁 이후 지구는 폐허가 되었고, 구인류는 극소수만 남아 생존을 이어간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반면, 방사능 환경에도 적응 가능한 키메라들은 빠르게 새로운 생태계의 주역이 되어간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 역시 인간처럼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존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키메라의 땅>은 공존과 협력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배제와 지배로 다시 파멸을 반복할 것인지를 묻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독자는 키메라들의 선택을 보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전쟁의 현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SF소설에 그치지 않고 기후 변화, 핵전쟁, 식량 위기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또한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라 믿는 오만함을 비판하고, 키메라의 등장으로 과학과 기술이 인류를 구원할지, 스스로를 파멸시킬지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지 않을까? “인간이 만든 위기는 인간의 선택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개미>, <타나토노트>처럼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질문을 스토리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배경(핵전쟁 이후 지구)과 ‘유전자 공학’이라는 구체적 설정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생존 서사를 보여 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 맞닿아 있는 미래 예언서 같은 작품으로 키메라들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