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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 - 무대 위와 손끝에서 피어나는 중국의 문화예술
이민숙.송진영.이윤희 외 지음 / 소소의책 / 2025년 9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소소의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우리는 흔히 ‘문화’라는 단어를 일상 속에서 가볍게 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문화는 인류가 역사를 이어오며 삶의 의미를 기록한 거대한 축적물이다. 그 안에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과 상징, 그리고 공동체의 삶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의 전통 기예 역시 단순히 한 나라의 예술이라는 차원을 넘어, 인류 문화 발전을 추동한 힘의 한 부분을 보여준다. <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중국 기예의 다양한 얼굴을 흥미롭게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크게 공연 예술과 공예 예술 두 축으로 나뉜다. 경극, 변검, 공중서커스, 그림자극, 사자춤 등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전통 공연부터, 연화, 전지, 면소, 직금, 청화백자, 옥기와 같은 손끝의 공예 예술까지 총 16가지의 기예가 펼쳐진다.
각 장은 한 가지 예술을 깊이 탐구하면서도 단순히 역사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전통 예술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문화적 자산’임을 일깨워 준다.

예를 들어, 경극은 삼라만상을 무대 위에 올리는 종합예술로 불린다. 화려한 분장과 의상, 웅장한 음악, 과장된 몸짓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중국인의 역사와 가치관을 대변한다. 변검은 찰나의 순간에 배우의 얼굴이 번개처럼 바뀌는 기예로, 보는 이에게 경이로움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오늘날 이러한 기예들은 관광 공연이나 미디어 무대에서 더욱 화려하게 재해석되며 세계인과 소통하고 있다.
공예 예술의 장으로 넘어가면, 인간의 손끝에서 피어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연화(剪紙)는 종이를 오려낸 단순한 기법 같지만, 그 안에 담긴 기원과 축복의 의미는 천년의 세월을 건너온 문화적 상징이다. 면소(麵塑)는 밀가루 반죽으로 형상화하는 조형 예술로, 전통 음식과 공예가 결합된 독창적인 문화 자산이다. 청화백자는 동서양을 매혹시킨 중국 도자기의 정점으로, 오늘날에도 그 푸른 빛깔은 여전히 현대 디자인과 예술의 영감을 자극한다.
이처럼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중국 전통 기예의 기원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전승 과정과 현대적 변용을 함께 살핀다는 점이다. 필자들은 고대 문헌 기록과 작품을 분석해 기예의 뿌리를 짚고, 당대 예술가나 장인의 이야기를 엮어낸다.
동시에 전통 예술이 현대 기술과 결합해 어떻게 재창조되는지를 보여준다. 예컨대 무대 공연에 뉴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전통과 디지털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내거나, 공예품을 현대적 디자인 상품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소개된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인류 문화의 발전을 추동하는 힘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들은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는, 전통 기예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 예술은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삶의 상징성’이다. 사자춤 속에는 풍년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고, 직금(織錦)에는 인내와 노동의 시간이 직조되어 있다. 옥기(玉器)는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하늘과 땅, 인간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매개체로 여겨졌다. 결국 이 모든 예술은 인간이 더 나은 삶을 꿈꾸고, 그 꿈을 형상화하려는 의지의 산물임을 알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는 학문적인 깊이를 다루는 연구서라기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교양서에 가깝다. 각 장의 글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사진과 함께 구성되어 이해를 돕는다. 덕분에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공연·공예 관련 종사자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추천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