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서울 한양도성을 따라 걷고 그려낸 나의 옛길, 옛 동네 답사기
이호정 지음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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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러한 한양도성을 따라 발로 걸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길 위의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70여 점의 도시 풍경 세밀화에 더해 그림을 그리면서 세밀하게 관찰했던 도시의 풍경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어 저자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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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서울 한양도성을 따라 걷고 그려낸 나의 옛길, 옛 동네 답사기
이호정 지음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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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있는 사무실에 다닐 때는 점심을 먹고 나서, 혹은 퇴근 후에 낙산공원을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낙산공원은 대학로와 동대문을 잇는 공원으로 역사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한 곳인데, 높지 않은 곳이라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남산 타워까지 가지 않아도 혜화동과 이화동 주변의 서울 도심을 조망해 볼 수 있어 해질 무렵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넘이를 보러 오곤 했다. 또한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밀집해 있는 주택 사이로 벽화가 그려진 이화동 벽화마을도 만날 수 있는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거닐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출간된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을 읽어 보니 그때 내가 가졌던 감정들과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2017년부터 5년간 두 아이와 함께 한양도성 안팎의 옛길과 동네를 답사했던 기록들을 모아 글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p.26

성북동에 가면 지금도 옛 벗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낡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되어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들이 생기고 예전의 것들이 사라지며 변화는 다반사처럼 일어나지만, 성벽 아래 옹기종기 자리 잡은 집들과 무심한 굴림체 간판으로 만나는 동네 풍경은 기억 속의 그것과 다름없이 그대로입니다.


p.55

낙산은 성곽 안길이든 바깥길이든 걷다 보면 금세 정상에 이를 낮은 산입니다. 바깥길을 택했다면 복원된 성벽 아래로 축성과 관련된 글자가 새겨진 '각자성석'을 보는 것으로 순성이 시작될 것입니다. 성곽은 옹벽 위로 이어지고, 높은 옹벽을 따라 언덕길을 오르면 지붕이 납작한 집들이 하늘과 맞닿으며 시야가 훤히 트입니다.




이 책의 1부 '한양도성, 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에서는 한양도성과 이어진 성곽길에 대해, 2부 '옛길과 동네, 지나간 것들이 보내는 당부'에서는 한양도성 안팎의 옛길과 동네들을 거닐며, 저자가 생각하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사이에 공통점 혹은 차이점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1부에서는 성북쉼터에서 출발해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걸으며 혜화문, 낙산, 흥인지문, 다산성곽마루, 숭례문, 인왕산 성곽, 창의문, 세검정, 숙정문 등 여러 역사 유적을 돌고 다시 성북쉼터에 도착하는 여정을 소개했다.


2부에서는 부암동, 인사동, 익선동, 권농동, 가회동, 원서동과 같은 도성 안팎의 옛 동네들과 오간수문, 이간수문 등 서울의 옛 물길을 답사했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들의 정감을 전하고, 도시 개발에 따라 변화해 가는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옛 동네도 둘러볼 수 있다.


p.87

아이들을 데리고 첫 답사로 갔던 곳이 남산이었어요. 먼 나라에서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들처럼 아이들과 여행 가는 기분을 내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원만한 산등성이 위로 솟은 N서울타워의 인상은 압도적이었고, 그게 깃발처럼 보여 그런가, 한양도성의 모든 성곽들이 강물처럼 흘러 흘러 남산으로 모여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p.107

이유야 어찌 됐든 1910년 강제 병합과 함께 버드나무와 연꽃 만발했던 남지마저 위생상의 이유로 메워지고, 좌우 성벽이 완전히 잘려나간 숭례문이 길 복판에 섬처럼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그사이 나라 잃은 백성들이 가장 먼저 목도했던 것은 아침저녁으로 마주 보았던 성벽이 허망하게 허물어지는 광경이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도시공학을 전공한 저자가 서울의 도시계획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던 경험들에 비춰 주변 경관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유물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보존에 대한 생각, 그리고 미래 도시에 대한 소소한 견해들을 전해 들을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오래된 성벽과 돌, 낡은 기와들을 보며 길을 따라 걷다가 멈춰 서서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더하고 느낀 점들을 적으면서 그날의 기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과거에 낙산공원 주변을 거닐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휘리릭 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지나친다.


한양도성은 태조 5년이던 1396년에 축조되어 전체 길이가 18킬로미터에 이르는데, 그중 약 70%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세계 수도의 성곽유산 중 가장 큰 규모로 가장 오랫동안 도성 기능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p.135

편의점 앞에서 시작되는 인왕산 성곽길은 여느 성곽길처럼 숲이 우거진 오르막길 사이로 드문드문 운동기구가 놓인 산책로입니다.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녹색 철문이 달린 암문이 보이고, 암문 밖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바깥길은 마을버스가 다니던 포장도로 대신 수풀 우거진 오솔길로 바뀌지요.


p.161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에서 유년과 청년 시절을 보낸 저는 어릴 때부터 산이 좋았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이었지만, 첩첩이 둘러싸여 그것을 보는 일도, 오르는 일도 언제나 기꺼운 마음이었지요. 순성을 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도시를 아늑하게 에워싼 산과 마주하며 걷는 일이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한양도성을 따라 발로 걸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길 위의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70여 점의 도시 풍경 세밀화에 더해 그림을 그리면서 세밀하게 관찰했던 도시의 풍경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어 저자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TV 프로그램 [동네 한 바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의 도시 서울 곳곳에 있는 성곽과 도성 길을 따라 천천히 거닐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바쁘게 지내온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라며, 과거로 흘러가는 옛길과 옛 동네의 오래된 성벽과 돌, 성가퀴, 낡은 기와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해외에 나가면 마트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나 여행지에서 구입한 소소한 기념품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정작 주변에서 자주 보는 우리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새롭게 조성한 광화문 광장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100년 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텐데. 이번 주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학로에 들려 낙산공원에 올라가 봐야겠다.



이 포스팅은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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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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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꾸준히 독서를 하다 보니 혼자만의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싶어질 때가 많다. 문자나 전화, 혹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느라 책을 읽거나 쓰고 싶은 것을 미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작품을 써온 작가들은 어떤 곳에서 글감을 떠올렸고 온전히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지 늘 궁금했다.


최근 출간된 <작가의 방>을 읽어 보니 유명 작가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고 글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취재를 한창 다니던 시절에 그래픽, 일러스트, CG/VFX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들의 작품과 그들이 머무는 곳이 꽤 특별해 보였다.


그때 아티스트들에게 많이 했던 질문 중에는 주로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작업이 잘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그리고 작업에 몰두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묻곤 했었다.


p.19

크리스티는 집필실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다음 책을 계획하고 글을 쓸 기회를 찾았는데요. 중동에서 발굴 작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텐트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사과를 끝도 없이 먹고 있을 때 종종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했어요.


p.55

주라는 인구가 300명 정도인 작은 섬이었습니다. 오웰은 이 섬 북쪽에 있는 반힐이라는 농가에 거주하며 글을 썼습니다. 우편물은 일주일에 두세 번 배달됐고, 가장 가까운 이웃이 약 1.5킬로미터 밖에 살았으며, 약 30킬로미터 안에는 전화기도 없었죠. 바깥세상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는 배터리로 켜지는 라디오가 전부였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애거사 크리스티,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마크 트웨인, 찰스 디킨스, 무라카미 하루키, J.K. 롤링, 토머스 하디, 빅토르 위고 등 한마디로 위대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어떤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오래 시간 사랑받아 온 작가들의 작품이 어떤 곳에서 탄생하게 됐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 작가들 주변에서 글을 썼던 작업실을 기억하는 가족, 친구, 연인 등의 증언을 토대로 하고 있다. 때로는 작가가 남긴 글 속에서도 베일에 쌓여졌던 그들만의 공간이 드러나 관심을 모아왔다.


이 책은 책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작가들의 방을 묘사한 그림인데 글로 읽고 상상했을 때와 일러스트로 표현된 그림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좀 더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숨은 그림 혹은 틀림 그림 찾기처럼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77

미국 소설가 이디스 워튼의 공식 홍보 사진을 보면, 아주 잘 갖춰진 서재에서 금테를 두르고 가죽으로 마무리된 책상에 꼿꼿이 앉아 글을 쓰는 모습이 저절로 떠오르죠. 하지만 이는 그저 오해일 뿐입니다. 실제로 워튼은 침대에서 글을 쓸 때 가장 창의적이고 편안하다고 밝혔어요.


P.95

디킨스는 집필 공간을 비롯한 집 전체를 자신이 바라는 대로 설계하고 장식하며 모든 측면에 깊은 관심을 쏟았는데요. 가족이 키우던 까마귀 그림이 죽었을 때는 흔치 않은 결과물을 낳기도 했습니다. 전문가에게 부탁해 그립이 박제해서는 멋진 틀에 넣어 책상 위쪽에 걸어 뒀거든요. 현재 까마귀 그림은 필라델피아 중앙도서관 희귀 서적 코너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나일강의 죽음>, <오리엔트 특급 살인> 등 다수의 추리소설을 쓴 '애거사 크리스티'는 자신에게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책상과 타자기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런던 집이나 인생의 절반을 보낸 월린 퍼드 저택에도 집필실이 있었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는 여성 작가가 글을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렸을지 상상이 된다.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은 아버지가 선물해 준 문구함을 이용해 글을 썼다고 한다. 문구함은 종이와 잉크를 보관하는 수납공간과 잠금이 가능한 서랍이 있다. 종이를 올려놓고 글을 쓸 수 있는 비스듬한 받침대로 변하는 형태였다고 하는데, 이런 제품이 출시된다면 인기를 끌 것 같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쓴 '트루먼 커포티'는 침대나 소파에 누워 있지 않으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했고,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침대에 앉아 파이프를 물고 글을 휘갈겨 쓰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위대한 유산>을 쓴 '찰스 디킨스'는 해외에 갈 때마다 자개로 된 집을 떠올릴 수 있는 자단나무 문구함을 챙겼다고 한다.


P.126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쿄 아오야마에 있는 평범한 건물 6층 사무실에서 글을 씁니다. 이 상당히 단조로운 공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벽 전체를 가득 메운 레코드판이죠. 1만 장이나 되는데, 거의 대부분이 재즈랍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실제로 그는 음악과 글쓰기에 리듬, 선율, 조화, 즉흥성 등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P.157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존 스타인벡은 그의 포드 스테이션왜건 뒷자리에 접히는 책상과 글쓰기 도구, 커피를 준비해 놓고 차를 집필실처럼 사용했습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와 관련된 많은 메모를 차에서 썼죠. 이들처럼 아방가르드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도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고 했어요.



작가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이야기를 덧붙여 한 편 한 편 작품을 써 내려갔다. 근사하게 꾸며진 서재에서든, 익명의 호텔 방에서든, 어느 카페의 구석에서든 저마다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창작의 고통을 거쳤다.


그리고 지속적인 집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꾸준히 쓰고 또 쓰는 집념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오랜 시간을 지나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하고 있고, 영화로 연극으로 또 다른 소설의 모티브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서 소개한 50인의 작가들이 작품을 쓰고 머물렀던 곳을 방문해 보고 싶다.



이 포스팅은 부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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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따듯한 목소리 현준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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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처음 유튜브에 서평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하면서 책 서평이나 리뷰, 소개를 하고 있는 유튜버 채널들을 많이 찾아봤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채널이 하나 있었는데 '따듯한 목소리 현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채널의 저자가 에세이를 냈다고 해서 반가우면서도 어떤 내용을 소개했을지 궁금했다.


그는 부끄러움이 많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지만 부단히 마음이 원하는 길을 걷는 사람이라며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이라는 제목의 첫 에세이를 소개했다. 그는 유튜브에 46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데, 잠 못 들던 깊은 밤의 한 조각을 구독자들과 나누어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괴롭혀온 불면증에 대한 이야기를 책 속에 여기저기 많은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 놓았다. 자신의 일정하지 않은 수면 패턴과 신체 활동의 부재 외에도 체온이 잠을 방해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p.37

"누구나 지치면 그런 마음이 들어요. 말을 안 할 뿐이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절대 현준 씨가 이상한 사람이 아녜요. 자신을 조금 떨어져서 볼래요?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걸어가는 한 사람이 보이지 않나요? 그의 짐을 좀 덜어주고 싶지 않나요? 그게 현준씨라는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돼요. 스스로가 자신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차려도 많이 나아지거든요."


p.47

우울과 밤


우울은 밤을 닮았습니다.

어느새 나를 감싸는 모습이요

아침의 햇살은 창문을

어김없이 두드리겠지만

기나긴 새벽을 한숨으로

물들인 사람의 몫은 아닐 겁니다.



그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는 나와 비슷한 경우도 많았다.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 날이 있다. 하지만 그는 배터리가 방전됐을 뿐이라며 방전된 배터리를 새로 갈아끼우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방전된 자신을 추스르고 자신을 위해 준비된 길이 있으니 잠시 쉬어가도 된다며 따듯한 마음을 전했다.


나는 머리가 복잡한 날에는 잔뜩 먹고 푹 자는데 그는 머리가 복잡한 날에는 서점에 찾는다고 말했다. 잠이 안 올 때 밤새 걷는 건 비슷해 보였다. 또한 자신의 케렌시아(피난처, 안식처)는 집이라며, 그곳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고 유튜브 구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 역시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자신만의 공간에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p.65

우주


공기가 부드러운 봄밤에는

눈을 감고

밤공기 한가운데 누워

깊은 밤하늘에 빠져보고 싶다


p.105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밀려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와의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힘을 빼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그런 마음이면, 심지어 그가 제게 위해를 가하려고 다가와도 자연스럽게 그와 거릴 둘 수 있을 겁니다. 신체적 거리, 정신적 거리 둘 다 말이지요.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에서 그는 누구나 마음을 쉬어갈 수 있도록 조용한 자리를 내어주려는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눈 감으면 지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처럼, 혼자가 싫어 빗방울이 두드리는 밤 창문을 열고, 간밤에 당신이라는 무척 아름다운 꿈을 꿨어요, 발길을 서성일 때 별빛이 되어준 이야기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멈춰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쉬어도 괜찮다고, 남모르게 애써온 사람에게는 참 수고했다고, 오래 아파야 했던 사람에게는 이젠 행복을 걸어갈 수 있다고 말하며 손잡아 주고 마주 바라보며 위로의 목소리를 건넨다. 오늘도 참 소개했어요 / 방 불을 끈 당신의 밤이 더없이 포근하길 하면서 말이다.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를 담는 건 에세이의 단골 메뉴가 됐다. 하지만 새해 아침에 먹는 만둣국 한 그릇에도 어떤 집에서 어떻게 만들어서 함께 끓여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의 차이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일상의 순간들을 그만의 시선과 매력으로 담아냈다.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따듯한 격려와 위로일 것이다. 이 책이 그런 따듯한 마음을 전해 줄 것이다.



이 포스팅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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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作名), 또 다른 인연(因緣)
정대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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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이름에 대한 남다른 사연이 있다. 호적에 이름을 올리기도 전에 세 번이나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 쓰고 있는 이름은 이제 나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어렸을 적에는 친척 집마다 나를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그냥 다들 그렇게 부르나 보다 하고 크게 신경 쓰진 않았는데, 학교에 들어가니 이름이 중요했다. 서로 이름을 주고받고 마음이 잘 맞으면 친구가 됐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다 보니 이름보단 강이사님, 최국장님, 김과장, 이기자처럼 이름 대신 호칭으로 부르는게 더 편해졌다. 어떤 곳에서는 누구 '님'이라고도 부르고, 무슨 '프로'니 '대표'니 하면서 직책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냥 외국처럼 이름을 부르면 더 편할 텐데, 동방예의지국을 자청해온 우리나라에선 어림도 없어 보인다.


최근에 읽고 있는 <작명, 또 다른 인연>을 읽어 보니 어떤 이름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 놀랐다. 자신에게 맞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름이 세 번 바뀐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아볼 생각이다.


p.21

이름을 지을 때는 글자에 포함된 에너지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역'이라는 발음을 할 때 혀의 모양을 살펴보라. 혀가 위로 올라가면서 솟아오르는 모양이 되면서 에너지가 위로 올라간다. 어떻게 보면 도약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중략)


자신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어떠한 에너지가 강하고, 어떠한 에너지가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찾아야 한다. 그 보완해야 하는 에너지를 이름으로 보완해 주는 것이 작명의 원리가 된다. 이름이 바뀌면 인생이 바뀌는 이유는 부족한 에너지가 보완되고 강한 에너지가 조절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귀족이나 왕족 혹은 양반들만 이름을 지을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고 하는데, 특권층에게만 부여되던 이름을 이제는 누구나 갖게 됐다. 하지만 이름에 얽힌 기막힌 사연들이 가끔 방송 프로그램을 탈 때가 있다. 연예인들도 본명 대신 예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일반인들도 SNS 채널에서 부캐로 널리 알려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가게 이름도 특이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데, 내가 기억하는 가장 특이한 이름은 '박차고나온노미새미나'였다. 보통 세 글자 혹은 네 글자로 짓던 시절이라 도장에 이름을 새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다. 물론 지금도 이름 짓기에 진심이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렸을 적에 부르던 이름이 싫어 개명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가 생기면 태명을 짓거나 호적에 올릴 이름을 신중하게 고민하다 작명소를 찾거나 절에서 이름을 받기도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좋은 이름을 지어 후대에까지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일까?


p.38

누구나 태어날 때 자신의 고유한 에너지를 부여받아 태어난다. 타고난 에너지에 따라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에 반응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필자는 자신이 타고난 에너지의 균형을 어떻게 이루는가에 따라 그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여러 차례 경험해 왔다. 그만큼 자신의 에너지에 부합하는 이름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작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잘 지을 수 있도록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p.49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중에 특정한 에너지가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좋아 보여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에너지를 잘 쓰는 것을 빨리 습득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작명, 또 다른 인연>의 저자는 사람들이 귀중한 생명으로 세상에 태어났음에도 특별히 존재하는 각자의 선천적 에너지에 따라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이름인지, 혹은 나쁜 영향을 주는지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름에 따라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지 못하고 있고, 기준과 질서 없이 주어진 이름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서인지 이 책은 보통의 작명서가 이름에 사용하기 좋은 한자를 나열하는데 그쳤던 점을 보완해 개인의 특성에 맞춰 어떤 이름이 좋은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이름과 관련된 다양한 실제 사례와 질의응답을 통해 궁금한 점들을 좀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특히 이 책은 음양오행을 기준으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선천적 에너지에 집중해 해당 이름이 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지 아닌지, 혹은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작명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쥐고 문을 하나씩 열어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p.53

이름에는 한 사람의 삶의 방향성이 담기기도 한다. 이름에 담긴 에너지의 방향을 이해하고, 그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고자 노력할 때 이름의 진가는 발휘될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 줄 때 그 사람의 이름을 어떤 방식으로 지어 주는 것이 그 사람에게 윤택하고 좋은 방향성을 갖게 해줄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p.62

운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이해하지 않으면 이름을 어떻게 조합할지에 대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해당하는 운세에 적합한 글자가 이름의 가운데 글자에 있는지, 끝의 글자에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 개수가 네 글자인 사람도 있고, 두 글자인 사람도 있다. 이처럼 글자의 개수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좋은 이름은 어떤 이름이고 좋은 이름이 자신에게 어떤 좋은 에너지를 공급하는지, 반대로 맞지 않는 이름은 어떤 에너지도 받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책에 담긴 '이름'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따라가 보면 그런 궁금증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에 자부심이 많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이름이 싫어 바꾸고 싶어 하는데, 이름은 어떤 기준에서 맞고 안 맞고가 정해지는 지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이름에 담긴 긍정적인 에너지는 무엇인지, 그것이 인생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지식과감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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