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to Order? 주문하시겠습니까? - 미국 58개 프랜차이즈에서 막힘없는 주문·쇼핑 영어회화
진저(조향진)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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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길벗이지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미국 여행을 준비하는 한국인에게 가장 큰 고민을 꼽는다면 출입국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하나일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관광지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영어가 현지 매장 카운터에서 통할까?”라는 불안감이지 않을까? 아무리 AI가 발전하고 번역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자신의 입으로 말을 건네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들어야 진정한 회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운 나온 《Ready to order? 주문하시겠습니까?》는 이런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책이다. 뉴욕 맨해튼 스타벅스에서 시크릿 메뉴를 주문하고, 서브웨이에서 커스텀 샌드위치를 완성하며, 힐튼 호텔 프런트에서 얼리 체크인을 요청할 때 실제로 쓰이는 문장을 한 권에 모았다.


특히 이 책은 미국 58개 프랜차이즈에서 꼭 필요한 영어 표현을 Zip 파일처럼 압축해 담았다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 기반 상황 학습’이다. 스타벅스, 서브웨이, 힐튼, 트레이더 조스, 렌터카 회사 등 미국인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브랜드를 장마다 배치하고, 매장 입장부터 주문·결제·클레임까지 흐름에 따라 대화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계산서에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말할까”, “예약해 둔 차를 픽업하면서 보험 옵션을 고를 때 무슨 표현을 쓸까”처럼 실제 여행자의 고민이 되는 순간에 맞춘 문장들이 눈에 띈다.



두 번째 특징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생동감이다. 구독자 32만 유튜버 ‘진저’가 직접 미국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해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구성해, 단순 예문 나열식 교재와는 결이 다르다. 책 속 사진과 함께 매장 풍경, 메뉴판, 영수증이 그대로 등장하고, 그 상황에서 직원과 주고받을 법한 영어 대사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진다. 독자는 마치 함께 매장 안에 서 있는 것처럼 영어를 따라 말해 보게 되는 구조로 책을 구성했다.


세 번째 특징은 생활 문화와 표현 뉘앙스를 함께 짚어 주는 설명이다. 각 장에는 상황별 회화뿐 아니라 미국식 서비스 문화, 팁 문화, 매장 이용 시 주의할 점 등이 짧은 코멘트로 정리돼 있다. 단어 뜻만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말하는지”, “어떤 상황에 이 표현을 쓰면 어색한지”까지 짚어 줘, 영어 문장을 통째로 외우지 않아도 스스로 응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같은 구성은 기존 영어 회화책과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 일반적인 여행 영어 교재가 ‘공항–호텔–식당–쇼핑’처럼 장소 단위의 패턴을 반복한다면, 《Ready to order?》는 브랜드라는 보다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실제 메뉴·상품·서비스를 중심으로 영어를 익히게 한다.



또한 대부분의 영어회화 책이 관광객 관점에 머무는 데 비해, 이 책은 장보기·렌터카·체크인·영수증 확인 등 ‘살아보지 않으면 겪기 힘든 생활 영어’까지 다루며 워킹홀리데이·어학연수·장기 체류를 준비하는 독자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준비되어 있다.


책 말미에는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여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길을 묻고, 메뉴를 바꾸고, 불편함을 말할 수 있으면 여행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프랜차이즈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한 번쯤 가볍게 들춰 볼 만한 실전형 회화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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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 - 스페인 10개의 도시, 10개의 사랑 이야기 따빠스 시리즈 1
이진희 외 지음 / SALIDA(살리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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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살리다(SALIDA)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스페인 여행서를 떠올리면 대개 화려한 성당 사진, 지도, 추천 코스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에세이집 『그때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 익숙한 구성을 정면으로 비껴간다. 이 책은 “어디를 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떤 순간에 한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가”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감정의 지도에 가까운 책이다.


스페인 전문 서점 ‘스페인책방’이 선보인 출판 레이블 ‘살리다(SALIDA)’의 ‘따빠스 시리즈’ 1권인 이 책은 스페인 10개 도시를 10명의 필자가 나누어 쓴 짧은 에세이 모음이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 말라가, 똘레도, 그라나다, 꼬르도바, 빌바오, 산세바스티안까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도시들이지만, 이 책은 관광 안내서 대신 그 도시와 관계를 맺어버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시선의 높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대부분 그 도시에서 일정 기간 이상 머물렀거나,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들이다. 그래서 글의 출발점은 “성가족 성당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가 아니라, “처음 월셋집 계약서를 들고 떨리는 손으로 서명을 하던 날”, “지하철 노선을 아직 다 외우지 못해 번번이 잘못 내리던 첫 몇 주” 같은 장면들이다.


도시를 바라보는 카메라 역시 관광객의 와이드샷이 아니라 생활자의 근접 촬영에 가깝다. 바르셀로나의 유명 건축물 대신 동네 빵집의 아침 풍경이 먼저 등장하고, 말라가의 해변은 ‘인생 샷’의 배경이 아니라 퇴근 후 동네 주민들이 바다에 발을 담그는 일상의 무대로 묘사된다.


스페인에 가본 적 없는 독자에게도 이 지점은 중요한 지점을 건드린다. 실제로 그 거리를 걷지 않았더라도, “낯선 도시에서 첫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언어가 서툴러도 단골 가게가 하나 생겼을 때의 안도감” 같은 감정의 결을 통해 도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스페인은 특정 좌표를 찍어야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언젠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감정의 장소로 다가온다.




두 번째 특징은 편집 장치다. 책 속 10편의 글에는 모두 한 번씩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바로 제목이기도 한 “그때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라는 고백이다. 이 문장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책은 독자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독서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게임이 된다. 독자는 필자의 서사를 따라가며 “아, 이 장면이겠구나” 싶은 지점을 마음속에 체크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문장을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 이미 자신의 안에서도 비슷한 감정의 잔상이 일어난 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랑의 임계점’이 결코 거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결심의 순간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아주 사소한 일상의 단면이다. 예를 들어, 길을 잘못 들어 낯선 동네에 내려버린 날, 버스 기사와 동네 주민이 함께 길을 알려주던 장면에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혹은, 일과를 마친 뒤 늘 스쳐 지나가던 광장에 처음으로 앉아 해 질 녘 하늘을 올려다본 저녁에, “조금 더 이 도시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


스페인에 가보지 못한 독자라면, 이런 고백을 따라가며 오히려 자신의 도시를 떠올리게 된다. 서울의 어느 골목, 대학 시절 지하철역 앞 노점, 출장으로 처음 가본 지방 도시 등, 각자의 삶 속 어느 지점에 “그때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라는 문장을 붙일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만든다. 이 책이 스페인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은 ‘당신의 도시’를 환기시키는 방식이다.


세 번째 특징은 형식에서 드러난다. ‘따빠스 시리즈’라는 이름처럼, 이 책은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사진 한 장 없이 온전히 글로만 구성돼 있다. 한 도시당 한 편,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문장의 밀도는 가볍지 않다.


이는 스페인에 아직 가보지 못한 독자에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정보와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 책은 출발부터 “정보를 쌓기 위한 책”이 아니라 “감정을 예열하는 책”임을 선언한다. 항공권, 숙소, 교통편 같은 실용 정보는 과감히 비워두고, 대신 언젠가 그 도시를 방문했을 때 떠올리게 될 기분과 분위기를 미리 마음속에 심어 둔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한 도시씩 읽어도 좋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스페인을 한 접시씩 맛보듯 넘겨도 좋다. 독자는 아직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도시의 골목을 머릿속에서 천천히 걷다가,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아직 비행기를 타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 나라가 조금 좋아져 버렸구나”라고.




『그때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는 ‘스페인 여행 입문서’라기보다 ‘스페인 감정 입문서’에 가깝다. 특히 스페인에 가본 적 없는 독자에게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추천한다.


첫째, 과잉 정보에 지치지 않고 스페인을 ‘먼저 좋아하게’ 해주는 책이다. 목적지와 동선을 정하기 전에, “저런 도시라면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감정부터 형성해 주기 때문이다. 여행은 결국 감정이 끌리는 곳으로 향할 때 가장 오래 남는다.


둘째, 지금 당장 먼 나라로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종이 위의 여행’을 제공한다. 경제적 이유든, 시간과 건강의 문제든, 유럽행을 미루고 있는 이들에게 이 얇은 책 한 권은 스페인의 공기와 빛을 간접적으로나마 호흡하게 해주는 작은 통로가 된다.


셋째, 이 책이 다루는 감정은 스페인을 넘어선다. 타지 생활을 해본 사람, 새로운 도시에서 첫 집을 구해 본 사람, 혹은 그냥 낯선 동네를 천천히 걸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명할 수 있는 정서다. 배경은 스페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도시와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당신에게도, 그런 도시가 있습니까?”라고.


스페인에 한 번도 가본 적 없어도 좋다.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어떤 도시와 사랑에 빠져 있거나, 곧 빠지게 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는 그 사실을 잔잔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상기시켜 주는 책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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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람을 위한 약속 그리고 우리의 미래 - ESG,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약속!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은학 외 지음 / 소금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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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소금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사회, 사람을 위한 약속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공동체, 환경, 노동, ESG, 지역사회 돌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현장 중심 사례로 짚어 보며 ‘사람 중심 사회’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다. 통계와 인포그래픽, 인터뷰와 실제 프로젝트 사례를 결합해 추상적인 담론을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이끈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드러난 시민 연대의 장면에 주목한다. 지역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돌봄 네트워크를 꾸리고, 지방 도시 곳곳에서 쇠락한 동네를 되살리기 위한 도시 재생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낙후된 골목을 보행자와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주민들이 직접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한 사례를 통해 공동체의 힘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지속적인 투자가 건강한 사회를 회복하는 핵심 열쇠라고 강조한다. 두 번째 축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 구조다. 책은 사람·기업·정부가 각각의 역할을 넘어 협업할 때 비로소 미래가 완성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ESG 경영과 정부의 공공의료·복지 정책, 시민사회의 참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가 함께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한 프로젝트는 공공의료 강화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생존권 보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처럼, 기업이 소비를 부추기기보다 환경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사례도 소개하며, 기업 역시 사회적 책임의 중요한 주체임을 부각한다.


세 번째 메시지는 환경오염, 불안정 노동, 세대·지역 격차 등 구조적 사회 문제가 곧 개인의 삶과 직결된다는 인식이다. 환경 파트에서는 탄소 배출량 변화와 기후 위기가 국민 건강, 일자리, 생활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를 통해 제시한다.


노동 챕터에서는 원청-하청 불공정 구조, 반복되는 산업재해, 감정노동의 소진 문제를 다루며,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 더 나은 사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세대·지역 간 불균형 역시 청년의 정착, 노년의 돌봄, 지방 소멸 문제와 맞물려 있음을 구체적인 인터뷰와 사례로 보여준다.



이 책은 사회 문제를 단순히 나열하거나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들은 각 장의 논의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실천 과제’로 재구성하고, 사람 중심 사회를 위한 조건을 정리한다. 기본권을 지키는 공공 시스템, 참여와 연대를 촉진하는 지역 플랫폼,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는 기업 전략, 세대 간 신뢰 회복 등이 그 핵심으로 제시된다.


구성 면에서도 접근성을 높였다. 인포그래픽과 도표, 현장 사진, 인터뷰 발췌 등을 적극 활용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 정책·ESG·노동 이슈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덕분에 ESG의 개념과 필요성, 지역 공동체의 역할, 환경·노동 문제가 개인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담 없이 읽힌다.


『사회, 사람을 위한 약속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를 구체적인 그림으로 제시하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복잡해 보이는 사회 이슈가 실은 우리 일상의 연장선에 있으며, 작은 실천과 연대를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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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 - AI부터 우주까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과학기술 트렌드 5
전승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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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세종서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우주 산업으로 대표되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시장을 이끄는 챗GPT의 등장은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 곳곳에 AI를 스며들게 하며, 스마트폰이 한차례 세상을 바꾼 것처럼 또 다른 전환기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이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학 전문기자 전승민의 신간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이러한 불안을 느끼는 독자들을 향해 “먼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비”라고 말하며, 다가오는 기술 변화의 원리와 방향을 쉽고 명료한 언어로 짚어주는 책이다.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일반 독자가 ‘미래의 지도’를 손에 들고 길을 짚어가듯 읽을 수 있는 안내서를 지향한다.


저자는 2026년을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일상에 스며드는 시점”으로 규정한다. 그동안 연구실과 시험 단계에 머물던 첨단 기술들이 산업 현장과 생활 공간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사회 전반의 구조를 실제로 흔들기 시작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의 과학기술을 단순한 ‘최신 뉴스’가 아니라, 우리 삶을 재구성할 힘을 가진 흐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미래 산업 혁신을 이끌 다섯 개의 핵심 축을 ‘기술의 파도’로 제시한다.


AI·로봇 시프트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인간의 일과 생활을 통째로 바꾸는 존재로 보되, 어디까지나 “확장된 능력을 제공하는 도구”로 정의한다. 생성형 AI의 확산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은 인간의 일을 빼앗기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히는 상징적 변화로 읽어낸다.


반도체 시프트에서는 반도체를 더 이상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경제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라본다. 1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을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현재 과학기술이 외교·안보·산업 정책과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설명한다.


에너지·화학 시프트에서 저자는 수소, 암모니아,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원이 산업과 생활 전반을 뒤흔들 요소라고 진단한다. 에너지 전환을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전기요금 체계와 공장 가동, 산업 구조를 통째로 다시 짜는 변화로 해석하는 점이 특징이다.


바이오 시프트에서는 의료·식량·소재 분야에서 생명공학의 영향력이 커지는 흐름을 ‘레드(의료)·화이트(소재)·그린(식량) 바이오’로 나누어 설명한다. 저자는 현재의 바이오 기술을 병원 안에만 머무는 전문 영역으로 보지 않고, 인간의 건강, 먹거리, 일상 재료를 모두 바꾸는 생활 밀착형 기술로 바라본다.


우주·공간 산업 시프트에서는 민간 기업 주도의 로켓 발사와 위성 산업의 본격화를 현재 진행형 변화로 짚는다. 하늘을 나는 택시(UAM)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역시 먼 미래의 공상이 아니라, 구체적 사업과 정책으로 현실화 단계에 들어선 흐름으로 설명하며, 우주 기술을 ‘머나먼 바깥 세계’가 아닌 지상 인프라와 긴밀히 연결된 분야로 재해석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책을 통해 일관되게 강조하는 메시지는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전거가 다리를 없애지 않았고, 계산기가 인간의 사고력을 없애지 않았듯, 인공지능 또한 인간의 능력을 약화시키기보다 한계를 넓혀주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과학기술을 바라본다. 새로운 기술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그 원리와 한계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한다.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복잡한 과학기술 개념을 친숙한 일상 언어로 풀어내 중·고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앞으로 무엇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성인 독자에게는 쏟아지는 기술 뉴스를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입체적인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거대한 기술의 파도가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왔음을 상기시키며, “변화의 물결을 두려움이 아닌 이해로 맞이할 때, 앞으로 10년의 미래를 보다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센 기술 변화의 한가운데서, 《2026 테크놀로지 시프트》는 현재의 과학기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법을 알려주는 지침서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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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쇼펜하우어 x 윤동주
김이율 지음 / 미래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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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미래문화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적 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인간의 본질을 ‘의지’라고 보고, 인간의 근원적 결핍과 욕망이 결국 고통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는 「서시」, 「별 헤는 밤」 등을 통해 자신의 부끄러움과 양심, 조국에 대한 사랑을 섬세한 단어 선택과 은율에 담아냈다. 그는 역사적 절망과 식민지 현실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희망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추구했다.


『어쨌든, 쇼펜하우어 x 윤동주』는 고통을 철학으로 직시한 철학자와 부끄럽지만 희망을 품은 시인을 한 권의 책에서 마주하게 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관주의와 희망을 한 화면에 겹쳐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절망을 건너 희망을 쓴다"라는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단언과 윤동주의 시구를 짧은 명제·사유·질문으로 엮어 소개한다. 각 장은 두 인물의 문장 한 줄로 시작해 현대의 불안·비교·상실·관계로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독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책에서 추구하는 형식은 복잡한 이론 해설이 아닌 ‘사유 노트’의 형태다. 독자는 ‘고통과 권태의 진자 운동’, ‘질투라는 그림자’, ‘소유의 역설’ 같은 꼭지에서 자신의 일상적인 감정선을 따라 철학적 사유를 체험하게 된다.


한쪽에서는 냉정한 자기 진단을, 다른 한쪽에서는 조용한 정서적 위안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는 그 두 감정의 틈새에서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주제와 만나게 된다.



저자 김이율은 쇼펜하우어와 윤동주라는, 시대와 국적이 전혀 다른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둘 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통된 특징을 만날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삶은 진자처럼 고통과 권태 사이를 움직인다"라는 냉정한 문장으로 인간의 결핍을 응시했고, 윤동주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며 절망 속에서 양심의 빛을 찾았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비관은 형이상학적이며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야만 구원에 닿는다고 말한 반면, 윤동주의 비관은 식민지 현실이라는 구체적 절망 속에서 태어났고 그 속에서도 별과 신앙, 사랑을 향한다. 쇼펜하우어가 ‘감정의 소음’을 걷어내는 냉정한 진단을 건넨다면, 윤동주는 ‘그래도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덧입힌다.


『어쨌든, 쇼펜하우어 x 윤동주』를 읽다 보니 하루가 짧게 느껴지는 11월에 접어들었다. 겨울을 재촉하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주말 밤이다. 쇼펜하우어의 냉철함과 윤동주의 희망 사이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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