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내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5
캐롤 앤 더피 지음, 김준환 옮김 / 봄날의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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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개의 이야기, 서른개의 인물.
흥미롭다. 책 속의 말로 대신 하자면 ˝선정된 서른 명의 여성 화자들은 기존의 유명한 남성인물들의 부인들, 기존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여성들, 그리고 원래는 남성이었지만 여성으로 변형된 인물들이다‘
적나라한 표현들과 허를 찌르는 반전들이 놀랍다. 단순한 조소와 경멸, 항의가 아닌 ‘멋진 한 방‘이 있다.
창조적인 사유란 이런것일까?
옮긴이의 말에서 나타났듯 엔터테인먼트적이다.
여성주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명명된 작품들은 그런 정의조차 무색할만큼 신선하고 재밌다.
<시시포스의 부인>에서 보이듯 요샛말로 라임이 제대로다.
원작과 번역이 함께 있어 살피며 보기에도 용이하다.
his work.
시시포스의 형벌에 치장된 온갖 서사와 굴절된 의미들을 다 잘라내고 일백퍼센트 이상으로 일하고 있는 일중독자로 마무리 짓는 단호함이 뭔가 통쾌하다.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이라 별책부록처럼 알고 있던 그들의 아내. 요약된 주석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멋지다 이 사람! 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시집.
캐롤 앤 더피. 알림설정 해놔야겠다.
국내도서로는 이 책까지 다섯권인데 네 권이 동화다.
왠지 고전동화에 목 매는 이솝이 지루했다는 이솝 아내의 시선에 더 수긍이 된다.

But I lie alone in the dark,
feeling like Noah‘s wife didwhen he hammered away at the Ark;like Frau Johann Sebastian Bach.
My voice reduced to a squawk,
my smile to a twisted smirk;while, up on the deepening murk of the hill,
he is giving one hundred per cent and more to his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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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재밌다.
그러나 한편 아득하다.
사실 정칠성 관련 글들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다.
근대의 혼란. 그 실상을 읽어내기에 더 없이 흥미로운 책이다.
다른 책을 읽다가 사이드로 다시 펼쳐본다.
역시..재미지다.

자유 결혼 또는 연애 결혼한 신가정이 자꾸 파탄되어 가는데 그 죄는남자 측에 있을까요, 여자 측에 있을까요?

박창훈 -그래요. 내가 알기에도 연애 끝에 결혼한 신식 가정치고,
밤낮 툭탁하고 싸움이 끝날 날이 없는 집이 많고, 또심하면 보따리 해 짊어지고 이혼하여 버리는 일이많았어요. 원래 싸움이란 사랑하니까 있는 것이다. 하야애증일치를 말하는 철학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싸우고 이혼하고…. 이러한 풍경은 아름다운 풍경이랄수 없지요. 우선 사회적으로 유명한 모모 여사들 행동은눈꼴에 틀려요. 

이인 -그것은 그럴밖에. 사내들은 여자의 개성을 존중할 줄을깜박 잊어버리니까. 말하자면 여자를 볼 적에 ‘제까짓게 알면 몇 푼어치 알랴. 하여 남의 고등여학교나 대학교우등 졸업한 여성을 하잘것없게 취급하니 여자 측에서반항하지요, 사내를 깔보지요. 이리되면 옳네 그르네 하고옥신각신이 끝날 날이 없게 되는데 머리에다가 찬 냉수를한 바가지 꽉 끼얹고 냉정히 생각하여 본다면 암만해도열에 일곱까지는 남성 횡포에 그 죄가 있는 듯해요.
남성들이 인종을 너무 강요하는 것이 잘못이었지.
김안서- 그야 엄정히 말하자면 여자에게야 어디 개성이 있나요.

일단 이 사회를 알고 또 이 사회에 대한 나이지위와 의무를 깨달은 뒤부터는 생리적 조건 같은 것은 아무문제가 아니 되었습니다. 그까짓 사내로 태어나면 어떻고 여자로
태어나면 어떠합니까? 여자라고 사내들이 할 일을 못 하란 법이어디 있습니까. 우리의 당면한 일은 사내가 더 잘하고 여자가 더 못하란 법이 없는 그런 엄숙한 일이외다.
그리고 돈은 있어 무얼 하며 또 없으면 어떠합니까. 모든 것은 우리 앞에 문젯거리가 아니 됩니다.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겠지요.
다만 피 있는 인간이면 누구라도 뛰어들고야 말 그 일에 우리 몸을 바칠 생각만이 있을 뿐이겠지요.
 그러기에 나는 내세도 부럽지 않고 더구나 달리 태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만일 기어이 다시 한번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이라도 하여 보자면 역시 지금 모양으로 태어나서 (중략)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야 서양 여자로 태어나거나 아라비아 야만 인종의 여자로 태어나거나 상관이 있겠습니까? 다 같은 일을할 바에야.

정칠성의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에 대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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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가족, 근대의 결혼 - 가족과 결혼으로 본 근대 한국의 풍경
김경일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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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정위원장 청문회에서 모 의원이 미혼의 장관 후보에게 출산을 했으면 100점이었을 거라는 망언을 했다. 곧바로 각계에서 다양한 반박과 비판이 이루어졌지만 발언의 당사자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거나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부모의 결정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초야를 치르며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 혼례였던 때로부터 겨우 백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아직도 차례와 제사를 지내고 있는 그 저변의 사고방식들을 파고들자면 근대를 벗어났다고 단언키 어려울지도 모른다.
식민지상황에 유입되기 시작한 자유주의의 열풍과 사회주의자들의 이념들이 혼재된 상황에서 제일 먼저 자극된것이 연애와 결혼 이었던 것도 같다.
소위 신여성이랄지 신지식인이랄지 하는 계층의 확장과 억압된 상황에서 폭발적인 반향이 일었으리라고 짚어진다.
지금에 이르러 조혼은 커녕 만혼과 비혼이 자연스럽고 출산에 대한 결정권도 당사자들의 몫이 되었지만 이것이 발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떠밀리고 떠밀려 포기하게 된 징후라는 것에 생각이 닿는 까닭이다.
정치 경제적으로 밀려난 청춘들과 근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혼존하는 현실은 암담할 따름이다.

일단 책이 재밌다. 당시의 보도내용과 그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 문학작품 속에 보이는 상이한 관념과 주장들의 부딪힘이 아주 역동적이다. 수치화 된 표로 보여지는 당시의 상황들도 ..
삼천리 앙케이트도 다시 펴야겠다.
흥미진진한 판이 읽힌다.

 이처럼 이 시기 지식인들은 이상적 결혼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이면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도식적으로말하면 자유주의자들은 사랑이나 자발성과 같이 낭만적이고 관념적인 요소에 좀 더 주목했다. 반면 사회주의자들은 식민지 민중의 현실에 대한 자각과 그것을 위한 헌신을 더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양자가 분명하게 구분된 형태의 논의를 찾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이상적 결혼에 대한 견해가 다양하고 모호했지만 이들은 모두근대적 자유결혼과 사랑에 입각한 결혼이라는 근대적 교리를 부정하 지는 않았다. 이와 동시에 이들은 정치적 억압과 민중의 빈곤이 상존하는 식민지에서 이상적 결혼이란 바로 그러한 식민지 현실을 직시하고 그를 개조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했다.

주목할 점은 김창제가 여자가 무식해도 무방하다고 언급하면서 가족주의를 들먹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혈통과 가족주의는 가부장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여성의 무지는 남성 중심의 전통적 가부장제의유지·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남성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여성의 지식 유무를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삼았던 사실은 식민지 시기 후기로 갈수록 왜 지식 있는 신여성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 구여성과 똑같이 취급되고 말았는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요컨대 조혼의 원인으로 가족주의 가치에 대한 매력, 자녀를 통한자기 과시 욕구의 충족, 가족 단위에서 노동력(여성의 경우 가사 노도남성의 경우 농업 노동)의 확보, 미신적 이유 혹은 불안한 사회 상황 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 자기 과시 요구라든지가족 단위에서 노동력의 확보 혹은 미신과 같은 요인들은 전통 사회에서 조혼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것들로 이 시기에 이르러서도 끈질기게 잔존하고 있던 전통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2세 교육을 통한 국가의 존립과 어머니로서 여성의 책임을 연관시키는 논리는 일제가 강제로 병합한 1910년에도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다. 민영대는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무교육주의를 봉쇄주의封鎖主義와 내방주의內房主義 로 표현하면서 비판한다. 그는 여성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주요 논거를 현모양처에서 찾았다. 여자의 교육은 "양처현모 되게 하는 것이 최대한 목적" 이라는 것이다. 그는 "영웅의 모가영웅이 아니며 영웅의 처가 영웅이 아닌 자 있느냐고 반문하고 양처현모의 목표를 위해서는 불가불 여자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여성 자신도 자신이 교육을 받는 주요 목적이 "반드시 양처현모"
가 되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민영대 1918(2); 홍양희 199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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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하고 몸이 지칠 때는 기담이나 괴담을 읽는다. 긴호흡으로 읽히는 것보다는 적당한 길이에 적당한 이야기가 좋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리즈를 듣긴 했지만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삼귀를 사놓고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 작년 이맘 때 읽었다. 가랑비에 젖는다는 표현이 맞을까?
오치카가 괴담을 듣는 자리를 지키게 된 경위가 첫장에 정리되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흐름을 파악하게 되서 다행이다 생각했었는데 이 시리즈의 모든 책의 처음이 그렇게 시작되는 건 뒤늦게 알았다. 즉, 무엇부터 읽어도 상관 없다.
삼귀 이후로 금빛눈의 고양이, 피리술사, 흑백,그림자밟기를 읽었다. 또 있나? 뒤죽박죽이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읽는 맥락없는 예의라고 변명해본다.
안주 역시 그렇게 선택되었다.
단지 듣기만 하는 것으로 위로가 되고 들어 주는것 만으로 스스로의 상처가 조금씩 나아지는 공감의 시간.
기상천외한 이야기 속에 스민 인연과 연민.
뒤에서 왁! 놀래키는 괴담이 아닌 조용히 듣게 하는 괴담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살아있는 부적 오카쓰씨가 드디어 등장한다.
그랬구나..
차례를 지내고 다같이 밥을 먹고 치우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다 창 밖을 본다.
조상님들 다녀가셨어요?
새벽에 고양이들이 거실 벽을 빤히 보고 있었는데 그 때부터 서성거리셨던거예요? 혹시?
희미한 웃음이 났다.
멀고 먼 훗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오면 미래의 세대들에게 지금의 이야기는 괴담처럼 들릴까?
정말?
그럴 수가 있어?
하는..

마저 읽자. 오카쓰씨가 나오기 시작했다.






슬픈 일이 있다고 해서 그때마다 죽는다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다. 오치카에게 일어난 일은 엄청난 불행이지만, 불행한 걸로 따지자면 세상에는 훨씬 더 가혹한 일도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사람이라는 존재다. 

체벌하지 않고서는 고용살이 일꾼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칠 수없다면, 이는 우선 부리는 사람에게 도리에 어긋난 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저택의 고독이 만들어낸 구로스케는 저택이 고독하지 않게 된 지금, 말하자면 뿌리를 잃었소. 저택의 고독을 없애고쓸쓸함을 씻어낸 나와 당신이라는 사람의 기운은, 이제 구로스케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오."

"오치카 님, 당신의 마음속에도 무리가 있으니까요. 쉽게 개지 않고, 또 당신도 쉽게 개기를 바라지 않는 무리가."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는데, 그 가짜 중은 그렇게 말했다.
마음의 무리는 어둠에서 생겨나고 어둠을 부른다.
내 안에 그런 무리가 끼어 있다. 틀림없이 아직도 계속 끼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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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대단해서(?) 일단 책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명절 전이라 시나리오부분만 겨우 읽었다.
1994년의 이야기. 은희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다. 붕괴되어 가는 가족. 폭력이 일상이 되는 가부장적 서열. 교사와 학생간의 위계. 차단된 소통. 양극화. .많은 이야기들이 치고 들어 왔다 빠져나간다. 김일성의 사망이나 성수대교의 붕괴. 커다란 사건들도 튀어나와 ‘1994년 입니다‘ 라고 확인 시켜준다.
감독(작가)의 메타포를 읽어내지 못한걸까? 영화로 보는게 나았을까? 생각이 흩어진다.
응답하라 1994 의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드라마보다 조금 더 건조하고 조금 더 예민하다는 것. 조금 더 메시지를 넣었다는 것..

영화를 보고 와서 극찬을 했던 이 때문에 김이 새어 버린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과하게 기대를 했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희에게 이입이 된다. 고스란히 견디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챈 탓일테지만.
문득.
IMF때 은희네는 무사했을까?
궁금해졌다.

아..영화를 봐야겠다. 책 뒷부분의 이야기는 그 후에 읽는게 낫겠다.

엄마
선생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그냥 잘못했습니다, 하고 착하게 학교 다녀.
은희
내가 뭘 잘못했는데!
엄마
네가 아무 잘못도 없는데애들이 왜 널 날라리로 뽑아.

영지
함부로 동정할 수는 없어.
알 수 없잖아.

영지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선생님,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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