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재밌다.
그러나 한편 아득하다.
사실 정칠성 관련 글들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다.
근대의 혼란. 그 실상을 읽어내기에 더 없이 흥미로운 책이다.
다른 책을 읽다가 사이드로 다시 펼쳐본다.
역시..재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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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결혼 또는 연애 결혼한 신가정이 자꾸 파탄되어 가는데 그 죄는남자 측에 있을까요, 여자 측에 있을까요?
박창훈 -그래요. 내가 알기에도 연애 끝에 결혼한 신식 가정치고, 밤낮 툭탁하고 싸움이 끝날 날이 없는 집이 많고, 또심하면 보따리 해 짊어지고 이혼하여 버리는 일이많았어요. 원래 싸움이란 사랑하니까 있는 것이다. 하야애증일치를 말하는 철학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싸우고 이혼하고…. 이러한 풍경은 아름다운 풍경이랄수 없지요. 우선 사회적으로 유명한 모모 여사들 행동은눈꼴에 틀려요.
이인 -그것은 그럴밖에. 사내들은 여자의 개성을 존중할 줄을깜박 잊어버리니까. 말하자면 여자를 볼 적에 ‘제까짓게 알면 몇 푼어치 알랴. 하여 남의 고등여학교나 대학교우등 졸업한 여성을 하잘것없게 취급하니 여자 측에서반항하지요, 사내를 깔보지요. 이리되면 옳네 그르네 하고옥신각신이 끝날 날이 없게 되는데 머리에다가 찬 냉수를한 바가지 꽉 끼얹고 냉정히 생각하여 본다면 암만해도열에 일곱까지는 남성 횡포에 그 죄가 있는 듯해요. 남성들이 인종을 너무 강요하는 것이 잘못이었지. 김안서- 그야 엄정히 말하자면 여자에게야 어디 개성이 있나요.
일단 이 사회를 알고 또 이 사회에 대한 나이지위와 의무를 깨달은 뒤부터는 생리적 조건 같은 것은 아무문제가 아니 되었습니다. 그까짓 사내로 태어나면 어떻고 여자로 태어나면 어떠합니까? 여자라고 사내들이 할 일을 못 하란 법이어디 있습니까. 우리의 당면한 일은 사내가 더 잘하고 여자가 더 못하란 법이 없는 그런 엄숙한 일이외다. 그리고 돈은 있어 무얼 하며 또 없으면 어떠합니까. 모든 것은 우리 앞에 문젯거리가 아니 됩니다.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겠지요. 다만 피 있는 인간이면 누구라도 뛰어들고야 말 그 일에 우리 몸을 바칠 생각만이 있을 뿐이겠지요. 그러기에 나는 내세도 부럽지 않고 더구나 달리 태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만일 기어이 다시 한번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이라도 하여 보자면 역시 지금 모양으로 태어나서 (중략)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야 서양 여자로 태어나거나 아라비아 야만 인종의 여자로 태어나거나 상관이 있겠습니까? 다 같은 일을할 바에야.
정칠성의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에 대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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